주식 선별에서 능력 착각
1984년에 나는 아모스 그리고 우리 친구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와 함께
월스트리트의 한 회사를 찾아갔다.
이 회사 고위 투자 관리자가 투자에 나타나는 판단 편향을 토론할 목적으로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나는 투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그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그때 우리가 주고 받은 대화 하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선생님이 주식을 팔면, 누가 사나요?" 내 질문에 그는 몸을 쓸쩍 창문 쪽으로 향하며,
구매자는 주식을 파는 자신과 매우 흡사한 누군가가 아니겠느냐는 투로 넌지시 대답했다.
참 이상했다. 왜 누구는 주식을 팔고, 누구는 주식을 사는걸까?
주식을 판 사람은 주식을 산 사람은 모르고 자기만 아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할가?
이후로 주식시장에 고나한 내 의문은 커다란 수수께끼로 ㄱㄷ어졌다.
거대 산업이 '능력착각'을 기초로 세워진게 아닐까?
날마다 수십억 주가 거래되는 주식시장에서,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고 또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주식을 판다.
개별 주식 1억 주 이상이 하루에도 수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거래되는 일이 허다하다.
주식을 산 사람과 판 사람은 서로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이들이 주식을 교환하는 주된 이유는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식을 산 사람은 현재 가격이 너무 낮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판 사람은 현재 가격이 놓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수수께끼는 왜 양측이 똑같이 현재 가격이 잘못되엇다고 생각하느냐다.
이들은 무슨 근거로 자기들이 시장보다 주가 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믿는 걸까?
이런 믿음은 거의 다 착각이다.
대체로 주식시장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기본 이론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한다.
버턴 맬킬(Burton Malkiel)의 명저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는
투자 업계에서는 안 읽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맬킬 생각의 핵심은 한 회사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모든 지식과
그 회사 주식의 미래에 관한 최고의 예상을 결합한 것이 바로 주가라는 이야기다.
내일 주가가 오르리라고 믿는다면 오늘 그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일 것이다.
그러면 그 영향으로 주가는 올라간다.
만약에 시장에서 모든 자산 가격이 올바르게 책정되었다면 누구도 거래로 이익이나 손해를 볼 수 없다.
가격이 완벽하다면 꾀를 부릴 여지도 없고, 어리석은 짓을 범할 위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 이론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걸 잘 안다.
개인 투자자 중에는 거래에서 줄곧 손해만 보는 사람도 많다.
침팬지가 다트를 던져도 그보다는 낫겠다 싶을 정도다.
이런 놀라운 결과의 증거를 처음 수집한사람은 한때 내 제자였던
캘리포리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금융 교수 테리 오딘(Terry Odean)이다.
오딘은 7년에 걸쳐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긴 1만 개의 위탁 계좌를 대상으로 거래 내역을 연구했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한 16만 3,000건에 가까운 거래 내역을 낱낱이 분석할 수 있었다.
오딘은 방대한 자료에서 투자자가 어느 주식의 일부를 팔고 곧바로 다른 주식을 사들이는 모든 경우를 찾아냈다.
이런 거래로 투자자는두 주식의 미래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사기로 한 주식은 팔기로 한 주식보다 주가가 오르리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 예상의 근거가 명확한지 알아보기 위해
오딘은 투자자가 판 주식과 새로 산 주식의 수익을 그거래 이후 1년간 비교해보았다.
결과는 누가봐도 좋지 않앗다. 평균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판 주식이 산 주식보다 수익이
연간 무려 3.2퍼센트포인트나 높았다.
그 두 번의 거래에든 상당한 비용을 훨씬 웃도는 상당한 차이다.
이 수치는 평균이란 점을 명심하자,
누군가는 이보다 수익이 훨씬 높았고, 누군가는 훨씨 낮았다.
그러나 대다수 개인 투자자에게는 그저 발씻고 잠이나 자는 편이 머리를 쓰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임은 분명하다.
오딘과 그의 동료 브래드 바버(BBrad Barber)가 이후에 실시한 연구는 그 결론을 뒷반침한다.
이들은 〈주식거래는 당신의 부를 위협한다.Trading Is Hzardous to Yor Wealth〉라는 논문에서
주식거래를 매우 활발히 하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수익이 최악인 반면,
거래량이 매우 적은 투자자들이 되레 수익이 가장 높다았다고 주장했다.
〈사내들이 다 그렇지Boys Will Be Boys〉라는 논문에서는
무익한 생각을 기초로 행동하는 경우가 여자보다 남자가 월등히 많고,
그 결과 여자가 남자보다 투자 실적이 더 좋다고 주장했다.
물론 어느 거래나 상대편이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 들인데,
이들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거나 사면서 저지르는 실수에서 이익을 챙긴다.
바버와 오딘은 이런 실수에 초점을 맞춘 연구도 진행했다.
개인 투자자는 사들인 주식 중에 주가가 오른 주식을 팔아 계속 이익으 보고 싶어하고
주가가 떨어진 주식은 계속 쥐고 있으려 한다. 불행하게도 이들에게는
최근에 가치가 오른 주식이 최근에 가치가 떨어진 주식보다 단기적으로 더 실적이 좋아 보여 ,
이처럼 엉뚱한 주식을 팔아치운다.
주식을 살 때도 문제다 에상대로 개인 투자자는 세간의 주목을 끈 회시로 몰린다.
그런 회사가 뉴스에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 투자자는 뉴스를 좀 더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 금융 전무가들이 자신을 "독똑한 돈smart money"이라 부르는 것도 괜한 소리는 아니다.
이처럼 전문가는 아마추어에게서 상당한 돈을 빼낼 수 있지만,
해바다 꾸준히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능력을 갖추고 주식을 고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능력이나 기술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꾸준히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펀드매너자 같은 전문 투자자도 그렇지 못하다. 논리는 간단하다.
어느 한 해의 개인차가 순전히 운 때문이라면,
투자자나 펀드의 순위가 이랬다 저랬다 하고, 전년 대비 상관관계가 제로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런 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순위는 좀 더 안정적일 것이다.
이런 꾸준한 개인자는 골프 선수, 자동차 판매원, 치과 교정의, 고속도로에서
순식간에 통행료를 걷는 사람이 정말 실력이 있는가를 판가름 하는 척도다.
뮤추얼펀드는 경험이 많고 부지런한 전문가들이 운영하는데,
이들은 고객에게 최선의 결과를 내주기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50년 이상의 연구에서 밝혀진 증거는 분명하다.
펀드매니저 대다수에게도 주식 선별은 포커보다 주사위 굴리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느 해든 뮤추얼펀드 셋 중에 적어도 둘은 전반적인 시장의 실적보다 더 낮은 실적을 기록한다.
더 중요한 점은 뮤추얼펀드 실적에서 전년 대비 상관관계는 제로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한 해의 펀드 실적이 높았다면, 주시위 굴리기처럼 주로 운발이라는 뜻이다.
이를 연구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동의한 사실은
주식을 선별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게 모르게(대개는자신도 모르게) 운에 좌우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자신은 타당한 예측을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단히 효율적인 시장에서 경험 많은 사람들의 예측이
눈 감고 찍는 것보다 더 정확할 것도 없다.
몇 년 전에 금융 능력 착각을 가까이서 살필 드문 기회가 있었다.
대단히 부유한 고객에게 금융 상담과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투자 자문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던 때였다.
나는 강의 준비를 하느라 자료를 요청했다가 작은 보물을 건네 받았다.
익명의 재무 설계사 25명의 8년간의 투자 결과를 요약한 스프레드시트였다.
각 설계사의 연간 점수는 연말 보너스를 결정하는주요 요소였다.
해바다 실적에 따라 설계사들의 순위를 매기고,
그들의 능력에 개인차가 꾸준히 나타나는 지,
매해 꾸준히 고객에게 높은 수익으 돌려주는 설계사가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첫 번째 해와 두 번째 해, 첫 번째 해와 세번째 해, 그리고 일곱 번째 해와 여덟 번째 애에이르기까지,
두 해씩 짝을 지어 그 두 해의 순위를 놓고 상관계수를 계산했다.
그러면 각 상에 한 개씩, 모두 28개의 상관계수가 나온다.
나는 관련 이론을 알고 있었고,
설계사에게 일정한 능력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으려니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상관계수 28개의 평균이 0에서 가까운 0.01로 나오자 깜짝 놀랐다.
능력 차이를 암시하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능력 게임이 아니라 주사위 굴리기에서나 나올 법한 결과다.
그 회사에서 주식 선별 게임의 본질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설계사들은 스스로를 진지한 일을 수행하는 유능한 전문가라 느꼈고,
그들의 상사도 그렇게 생각했다.
세미나 전날, 리처드 세일러와 나는 회사의 고위 결영자 몇 사람과 함께 저젹식사를 했다.
보너스 액수를 결정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그들에게 설계사 순위에서 전년 배비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로 나왔을 지 맞혀보라고 했다.
그들은 결과를 안다는 듯 웃으며,
"아주 높지는 않을 것"이라거나 "실적은 분명 둘쭉날쭉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누구도 상관관계 평균이 제로라고는 예상하지 못햇다.
우리가 경영자들에게 던지 메시지는,적어도 포트폴리오에서는,
즉 금융자산 구성에서는 회사가 운을 마치 능력인 양 여겨 포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 말에 충격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를 불신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럴 수야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우리는 그들의 자료를 분석했고,
그들은 그 분석이 의미하는 것을 알고도 남을 사람들이어서
우리는 정중하게, 자세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조용히 저녁식사를 계속햇다.
나는 그 회사가 우리 연구 결과와 의미를 재빨리 묻어버린 채
예전과 다름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으리라 의심치 않았다.
능력 착각은 개인의 오해에 그치지않는다. 이 착각은 금융계 전반에 깊이 뿌리내렸다.
아주 기본적인 가정에 도전하는 (따라서 사람들의 생계와 자긍심을 위협하는) 사실들은 쉽게 무시된다.
우리 정신세계는 그런 사실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런 성향은 실적을 통계로 분석한 연구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지저율 정보를 제공해도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경험과 배치될 때 쉽게 무시해버린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연구 결과를 재무 설계사들에게 보고했고,
그들 역시 시크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는 복잡한 문제를 주의 깊게 판단한 자신의 경험이
모호한 통계적 사실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다.
일이 끝난 뒤, 전날 함께 저젹식사를 했던 경영자 한 사람이 우리를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는 방어적인 투로 말했다.
"저는 이제까지 회사에 기여한 바가 큽니다. 누구도 그걸 뺏을 수 없어요"
나는 미소만 지을 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오늘 아침 그걸 빼앗았군, 당신의 성공이 주로 운발이었다면, 당신이 정당하게 받을 몫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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