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는 자연을 닮아 살고 싶은, 자연을 가슴에 담고 싶었던 우리 조상들의 풍류이며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매개 공간이었다.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정자를 지어 놓으면 인근의 경치는 모두 내 것이 된다. 최근 전원주택을 지어 살며 마당 한쪽, 정원 한켠에 정자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전원생활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정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은 마당 한가운데나 정원 한쪽 귀퉁이에 아담한 정자를 짓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전원주택의 마당 한켠에 지은 정자는 가족들의 모임장소나 손님을 맞아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아주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용적인 측면에서 정자를 짓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자가 풍류를 즐기는 도구로 여겨져 옛사람의 풍류를 닮으려는 생각도 있다. 요즘 들어 정자는 전원주택 정원에 많이 짓고 있는데, 예전에는 집 안의 마당이 아니라 경치나 전망이 좋은 곳을 찾아 아담하게 지었다. 조선시대 정자는 선비들의 공간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벗들과 어울려 시를 읊고 제자들을 불러 공부도 가르쳤다. 그래서 이런 정자를 집 안에 두지 않았다. 들판 끝 평평한 곳, 양지 바른 곳에는 집을 짓고, 바람 잘 들고 경치 좋은 산이나 물소리 가까이 들리고 바위투성이인 계곡 옆에는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 우리나라는 집 밖을 조금만 나서면 경치 좋은 산과 계곡이 널려 있다. 이 풍광 좋은 산이나 계곡 옆에 정자를 하나 지으면 주변 10리의 경치가 모두 내 것이 된다. 이렇게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이 집 밖에 정자를 둘 수 있었던 것은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수려한 경관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집 밖을 나서서 조금만 걸어가는 수고를 감수한다면 어디나 경치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었고 그곳이 바로 정자의 터가 되었다. 또 하나 집 밖에 정자를 짓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잘 돼 있어 외부 생활이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답답하게 집 안에 정원을 꾸미며 옹색하게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집 밖에 정자를 하나 지어놓으면 그 주변은 모두 자연정원이다. 그래서 조선의 사대부들은 집안의 정원을 꾸미는 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무 몇 그루 심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아름다운 주택 정원은 흔하지 않다. 정원을 만드는 대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정자를 지었기 때문에 전국의 유명 계곡이나 강, 산 등에는 유명한 정자들이 많다. 이러한 정자 문화는 가까운 일본과도 비교가 된다. 일본 사람들은 정자를 짓지 않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산들은 높고 험하다. 그 산에 기대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 보니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멀리 있는 산을 집 안에 끌어들여 정원을 만들었다. 집 주변에 있는 거대한 자연을 축소해 집 안에 꾸며 놓고 가꾸는 것이 일본식 정원이다. 이렇게 집 안에 정원을 꾸밀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일본은 사무라이가 많아 늘 싸움이 끊이지 않았으므로 집 밖은 늘 위험했다. 야외의 정자에서 풍류를 즐기다가는 언제든 반대파의 습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안전한 집안에 정원을 꾸밀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원에서의 포인트는 다실이다. 집안 정원에서도 한가운데 연못을 만들고 그 안쪽에 다실을 두어 담소를 나누었다. 물을 건너야 다실로 올 수 있었기 때문에 한결 아늑하고 안전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 집 밖의 산이나 바위 계곡에 있는 ‘정자’였다면 일본 사무라이들의 풍류는 집안 정원 연못 한가운데 만든 ‘다실’이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자문화가 발달했고 일본에서는 정원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자연감상을 할 수 있는 곳이 최고 입지
물론 정자가 선비들만의 공간은 아니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 정자를 짓고 시를 읊고 거문고를 연주하던 선비들에게 정자는 풍류의 공간이었고 공부를 하던 교육의 장소였다. 하지만 마을 어귀 연못 옆이나 오래된 팽나무 아래, 소나무 숲에 지은 정자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생활을 위한 공간이었다. 노동을 끝낸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휴식이나 잔치, 놀이를 즐겼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마을 일을 논했던 곳도 바로 이곳 정자였다. 유서깊은 마을들에는 이런 정자들이 흔히 남아 있다. 요즘도 시골 마을에는 정자를 많이 짓고 있다. 마을회관 앞이나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정자가 있다. 정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국적 자연환경에 잘 어울리는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이다. 그래서 시대나 지역에 관계없이 일반화되었고 자유롭게 지었으며 지금도 짓고 있는 것이다. 정자는 주로 풍류나 경치 감상, 휴식을 위해 지었다. 그러나 일부는 추모나 기념의 목적으로 건립하였고 교육을 목적으로 건립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궁궐이나 사찰, 향교, 서원, 주택의 부속 시설로도 지었다. 정자는 주요 건축물에 부속된 건물로 짓는 경우와 독립된 단일 건물로 건축하는 경우에 따라 그 배치 형태가 많이 다르다. 부속 건축물일 경우에는 평상 형태로 방이 없었지만 독립된 건물일 경우에는 별도의 방을 두어 며칠씩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정자는 그 자체가 풍류의 장이고 정서적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주택과 같이 남향배치나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자유롭게 자연감상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 두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배치의 기준은 자연 경관을 고려하거나 주위 경관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입지 조건이다. 방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정자는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한다는 법칙이 없다. 경관을 즐기는데 꼭 남향일 필요는 없었다. 정자의 지붕 형태로는 팔각지붕이 가장 많았다. 평면에 따라 4모, 6모, 8모 지붕이 있으며, 드물게는 정(丁)자형 맞배지붕도 있다. 지붕의 재료로는 기와나 볏짚을 많이 썼으며 오늘날에 와서는 함석이나 아스팔트 싱글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정자의 개구부는 완전히 개방된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정자는 난간을 많이 설치하는데 이 난간 양식도 다양했으며 멋을 냈다. 정자의 바닥은 대부분 나무로 마루를 깔았다. 흙바닥도 간혹 있다.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 국내 목재 주로 사용
요즘 전원주택이나 주택을 지을 때 정원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그러다보니 우리 선조들이 집을 지은 후 인근의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따로 정자를 지어 풍류를 즐겼던 것과 달리 집 안에 정자를 짓는다. 일본에서 정원에 다실을 만들 듯 우리나라에서는 정자가 정원 시설의 일부가 되었다. 예전처럼 경관이 좋다고 하여 아무 곳에나 정자를 지을 수는 없다. 토지의 소유권이 확실하고 각종 규제가 많아 경관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곳에나 정자를 짓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다보니 내 땅에 내 마당에 정자를 지어야 하고 결국 정원에 정자가 들어선다. 정자를 지을 때는 건축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가설건축물이나 기타 조경시설로 설치를 할 경우도 있다. 각각 규정이 다르므로 잘 따져 보아야 한다. 난방을 한다면 당연히 주택이 되어 부속건물이 된다. 이때는 건폐율 규정을 따라 건축면적을 초과할 수도 있고 준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벽이 터져 있고 지붕만 씌어져 있다면 주택이 아닌 가설건축물이나 조경 시설로 보아 주택의 건축면적에 산정되지 않는다. 최근 전원주택의 정원이나 공원, 마을 공터 등에 짓는 정자는 국산 목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산 목재는 나이테가 선명하여 아름답고 목질의 느낌이 따뜻하고 자연스럽다. 특유의 나무향은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을 준다. 예전에는 물론이고 요즘 전원주택에서 정자를 지을 때도 소나무나 낙엽송, 잣나무 등 우리나라 산천에서 자란 목재를 주로 사용한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대표 목재로 가볍고 연하며 향이 강하다. 게다가 건조속도도 빠르다. 낙엽송은 우리나라 10대 조림수종의 하나로 내구 보존성이 높고 무늬가 짙고 아름답다. 잣나무는 절삭가공성이 양호하고 내후 보존성이 크며 건조되는 속도도 소나무처럼 빠르다.
강원도 횡성 안흥 사재산 마을의 연못과 어울리는 정자
구미정 : 강원 정선 임계에 있는 조선시대 정자로 정자에서 아홉 가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화정, 부여 백화암에 있는 정자로 삼천궁녀의 전설이 전해온다.
포천 뷰식물원의 꽃으로 지붕을 이은정자
부여 2층팔각전망대
산림조합중앙회목재유통센터에서 생산하는 목재로 지은 강화 불은면의 팔각정자
아침고요수목원에 있는 초가로 지붕을 얹은 정자
영월루, 남한강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여주의 정자
제천의 탁사정
단양 사각정자
산림조합중앙회목재유통센터에서 생산하는 목재로 지은 강화 선원면의 팔각정자. 지붕을 잇기 전 모습
밀양강 절벽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영남루. 조선시대 후반기 화려하고 뛰어난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 영남 제일의 정자로 평가된다.
소나무 생긴 대로 지어 운치를 더한 정자
예천 회룡포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자 회룡대
|
첫댓글 정자 잘봤습니다 절병통을 좀 보고 싶었는데..좀아쉽지만..여러 정자보고 머리식히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