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이기적이다. 정상적인 세포가 자기증식을 일정 수준에서 멈추는 것과 달리 암은 끊임없이 주변 세포들을 오염시키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부정ㆍ부패를 일삼는 사람을 일컫어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표현하는 것도 암의 이기심을 빗댄 말이다. 매경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6회 암 예방의 날(3월 21일)’을 앞두고 현존하는 최고의 암 치료기기로 잘 알려진 중입자선암치료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등 관계기관을 직접 방문했다.
◆ X선보다 치유 효과 3배 높아
중입자는 암 치료에 있어 효과와 재발 여부, 편리성 등 모든 측면에서 ’꿈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방사선 물질의 일종인 탄소이온을 중입자선에 실어 광속의 80%까지 가속시켜 이를 환자에게 직접 쏴 암 조직을 파괴한다.
초당 10억개의 원자핵이 암 세포에 도달해 방사선 폭발을 일으켜 암 세포의 DNA를 완전히 깨뜨리고 조직 역시 태워 없앤다. DNA를 완전 파괴하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낮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다.
NIRS에서 중입자선 치료를 받은 7000명의 환자 가운데 같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부작용 역시 발견되지 않았으며, 통증이나 후유증도 거의 없다. 치료가 간편하고 치료 횟수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입자선암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단 2~3분. 탄소이온을 발생시켜 이를 가속시키고, 중입자선을 암 조직에 조준해 쏘는 일련의 과정을 다 합쳐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입원과 치료, 간병 부담이 적다. 같은 입자방사선치료기술인 X선ㆍ양성자 치료도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중입자선 치료가 성과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중입자선 치료에 사용하는 탄소이온은 X선이나 양성자 치료 때 사용하는 헬륨이온보다 파괴력이 12배나 높기 때문에 치료 횟수가 적으며, 치유 효과도 3.3배나 높다.
무라카미 다케시 NIRS 물리학 연구원은 "9주간 24~36회 정도 시술해야 하는 X선에 비해 중입자선은 암 살상능력이 12배 이상 강하다"며 "초기 폐암의 경우 1~2회 치료로 끝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암 조직이 다른 장기 아래 가려져 있어도 피부ㆍ근육ㆍ장기 등을 투과하기 때문에 개복(開腹)할 필요가 없고 장기손상ㆍ출혈 가능성도 낮다. 중입자선암치료는 높은 안전성과 치료 효과 덕에 일본 정부의 ’선진의료기술’로 지정돼 있다.
중입자선 치료는 머리에 발생하는 두경부암이나 코ㆍ입ㆍ목 등에 생기는 후두ㆍ식도암, 뼈에 생기는 골육종,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ㆍ전립선암ㆍ직장암ㆍ폐암ㆍ간암 등을 조직 변형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사람과 암종별로 치료 횟수는 달라진다. 초기 폐암은 1~2회, 간암 2~4회, 식도암 12회, 전립선암은 18회 정도다. 움직이는 장기인 위ㆍ대장ㆍ소장과 혈액암 등은 현재로선 치료가 안 되지만 장기의 움직임을 추적해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며, 올해부터 임상에 들어가 2016년부터 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다.
또 환자의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3차원 스캐닝법과 360도 회전 간트리(X선 발생장치와 센서가 돌도록 된 터널 모양의 구대)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 일본이 일궈낸 기술력
중입자선암치료는 일본 국립 연구기관인 NIRS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를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것도 일본이 유일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중입자선암치료기가 5대 있으며, 이 중 3대가 일본에 있다. 지바현 NIRS를 중심으로 효고현 입자선의료센터, 군마현 군마대학중입자선의학연구센터 등이다.
NIRS에서는 연간 700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며, 효고ㆍ군마현 시설에서는 200~30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2대는 독일에 있는데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치료용으로는 연간 3~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뇌 치료에만 쓰고 있다.
중입자선암치료기는 초정밀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일본은 1957년 NIRS를 설립하며 이를 국가적으로 지원해왔다. NIRS는 지난 50여 년간 중입자선 치료와 관련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왔으며 앞으로 연구ㆍ활용 분야를 유전자ㆍ에너지ㆍ항공ㆍ우주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일본은 올해 5월 사가현에 규슈국제중입자선암치료센터를 설립하며 2015년께 요코하마에 중입자선암치료기를 추가해 연구와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일본에 설치되는 중입자선암치료기는 모두 NIRS가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게 되며, 인력도 NIRS의 연구ㆍ의료 인력이 파견된다.
시바야마 코이치 NIRS 전문의는 "일본 중입자 기술은 세계 1위"라며 "3년 뒤 새 설비가 들어서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NIRS는 2016년 세계 처음으로 사이클로트론 방식을 도입하며, 암 치료 이외에도 △동위원소 분리기술 △방사선 검출기술 △희귀 이온 빔 생산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도쿄 = 김유경 M머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 X선보다 치유 효과 3배 높아
중입자는 암 치료에 있어 효과와 재발 여부, 편리성 등 모든 측면에서 ’꿈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방사선 물질의 일종인 탄소이온을 중입자선에 실어 광속의 80%까지 가속시켜 이를 환자에게 직접 쏴 암 조직을 파괴한다.
초당 10억개의 원자핵이 암 세포에 도달해 방사선 폭발을 일으켜 암 세포의 DNA를 완전히 깨뜨리고 조직 역시 태워 없앤다. DNA를 완전 파괴하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낮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다.
NIRS에서 중입자선 치료를 받은 7000명의 환자 가운데 같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부작용 역시 발견되지 않았으며, 통증이나 후유증도 거의 없다. 치료가 간편하고 치료 횟수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입자선암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단 2~3분. 탄소이온을 발생시켜 이를 가속시키고, 중입자선을 암 조직에 조준해 쏘는 일련의 과정을 다 합쳐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입원과 치료, 간병 부담이 적다. 같은 입자방사선치료기술인 X선ㆍ양성자 치료도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중입자선 치료가 성과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중입자선 치료에 사용하는 탄소이온은 X선이나 양성자 치료 때 사용하는 헬륨이온보다 파괴력이 12배나 높기 때문에 치료 횟수가 적으며, 치유 효과도 3.3배나 높다.
무라카미 다케시 NIRS 물리학 연구원은 "9주간 24~36회 정도 시술해야 하는 X선에 비해 중입자선은 암 살상능력이 12배 이상 강하다"며 "초기 폐암의 경우 1~2회 치료로 끝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암 조직이 다른 장기 아래 가려져 있어도 피부ㆍ근육ㆍ장기 등을 투과하기 때문에 개복(開腹)할 필요가 없고 장기손상ㆍ출혈 가능성도 낮다. 중입자선암치료는 높은 안전성과 치료 효과 덕에 일본 정부의 ’선진의료기술’로 지정돼 있다.
중입자선 치료는 머리에 발생하는 두경부암이나 코ㆍ입ㆍ목 등에 생기는 후두ㆍ식도암, 뼈에 생기는 골육종,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ㆍ전립선암ㆍ직장암ㆍ폐암ㆍ간암 등을 조직 변형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사람과 암종별로 치료 횟수는 달라진다. 초기 폐암은 1~2회, 간암 2~4회, 식도암 12회, 전립선암은 18회 정도다. 움직이는 장기인 위ㆍ대장ㆍ소장과 혈액암 등은 현재로선 치료가 안 되지만 장기의 움직임을 추적해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며, 올해부터 임상에 들어가 2016년부터 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다.
또 환자의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3차원 스캐닝법과 360도 회전 간트리(X선 발생장치와 센서가 돌도록 된 터널 모양의 구대)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 일본이 일궈낸 기술력
중입자선암치료는 일본 국립 연구기관인 NIRS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를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것도 일본이 유일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중입자선암치료기가 5대 있으며, 이 중 3대가 일본에 있다. 지바현 NIRS를 중심으로 효고현 입자선의료센터, 군마현 군마대학중입자선의학연구센터 등이다.
NIRS에서는 연간 700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며, 효고ㆍ군마현 시설에서는 200~30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2대는 독일에 있는데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치료용으로는 연간 3~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뇌 치료에만 쓰고 있다.
중입자선암치료기는 초정밀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일본은 1957년 NIRS를 설립하며 이를 국가적으로 지원해왔다. NIRS는 지난 50여 년간 중입자선 치료와 관련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왔으며 앞으로 연구ㆍ활용 분야를 유전자ㆍ에너지ㆍ항공ㆍ우주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일본은 올해 5월 사가현에 규슈국제중입자선암치료센터를 설립하며 2015년께 요코하마에 중입자선암치료기를 추가해 연구와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일본에 설치되는 중입자선암치료기는 모두 NIRS가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게 되며, 인력도 NIRS의 연구ㆍ의료 인력이 파견된다.
시바야마 코이치 NIRS 전문의는 "일본 중입자 기술은 세계 1위"라며 "3년 뒤 새 설비가 들어서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NIRS는 2016년 세계 처음으로 사이클로트론 방식을 도입하며, 암 치료 이외에도 △동위원소 분리기술 △방사선 검출기술 △희귀 이온 빔 생산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도쿄 = 김유경 M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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