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잎과 갈뿌리 그렇게만 먹고사는 갈게는 새벽부터 메기 잡으러온 뻘개둥이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날이 밝아 잠이 깹니다. 코 끝에 파란 잎사귀 돌아 향긋한 냄새 풍기는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믐날 밤, 밀물을 밀고 오는 바람에 한 번 세수하고는 한 달 내내 초롱이슬에 목욕하라 엄마께서 이르는 말씀 듣지 않고는 날마다 한낮이면 멱 감고 올라온 아이들과 모래에 나란히 누워 햇살에 유난히 눈부신 강 건너 초가집만 바라보다 그러다가 짠 물이라도 올라오는 날에는 소금 주으러 아빠 일터로 나갑니다 밤이 무서워 뒷간에 뛰어가는 계집아이 발소리 강 건너 마을 개 짖는 소리 막배 뜨라 손님 부르는 소리 들릴 때쯤 갈게는 갈대에 기어올라 등대 밝혀 놓고 행여나 오늘은 고깃배 따라 바다 나간 아빠게 기다리다 기다리다 갈잎에 몸을 묻어 잠이 듭니다 그런 밤에는 언제나 하얗게 흐르는 강물게 아빠가 둥둥 떠 안개 속으로 너울에 가려 사라지는 꿈을 꾸곤 합니다
자연의 서정과 아득한 그리움의 공존
유한근 시인의 〈갈게이야기〉는 갈게의 시선을 통해 갯가의 일상과 유년의 아련한 서정을 감각적으로 펼쳐낸다. 뻘개둥이 아이들의 활기와 향긋한 풀 내음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바닷가 삶의 노고와 그리움이 서린 서사로 깊어진다.
등대처럼 불을 밝히며 바다로 나간 아빠를 기다리는 갈게의 모습은, 단단한 삶의 터전 뒤에 숨겨진 아득한 슬픔과 아련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서정적 서사로 엮어낸 감동적인 작품이다.
유한근(문학평론가)
1951년 충남 강경 출생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 “갈게이야기”가 당선되어 등단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사랑은 흔들리는 풍경입니다.(1990)”, “낯선 방에서의 하루(1992)”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