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오저널 9월호]
헬기여신의 청혼 이벤트를 방해한 아지오...
- 결혼을 꿈꾸는 대구 아가씨, 부산 총각 커플과의 데이트
아지오가 사고쳤다네.
이름은 오현영, 성별은 여성, 나이는 36세,
직업은 헬리콥터를 쥐락펴락하는 정비사,
직장과 직책은 헬리코리아 정비본부 대리
키 큰 부산 청년과 열애 중인 대구 아가씨...!
지난 3월 23일, '헬기여신'이라는 필명으로 아지오 남성화를 주문했던 현영씨!
남보다 발이 크고 문재인 대통령을 많이 좋아하는 남자친구 이동윤씨에게 청혼 이벤트를 하려고 우리 회사에 몇 가지 특별한 부탁과 함께 구매 요청을 했다. 그 내용은, 충북 음성에 있는 동윤씨의 회사로 찾아가서 아무런 얘기 하지 말고 그의 발 크기만 잘 재어 멋지게 구두를 만든 후에 배송은 반드시 현영씨에게로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 정도쯤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대답과 함께 아지오는 4월 11일에 동윤씨를 찾아가 시키는 대로 발만 재고 돌아와 구두를 정성껏 만들어 5월 16일에 택배를 이용해 보냈다.
그런데... 평소에 그렇게도 스마트했던 아지오 직원이 현영씨 부탁을 깜빡하고 동윤씨 주소로 구두를 보내버린 것이다. 무척이나 아쉬워했던 현영씨...
아름다운 숲길 저만치에 아지오 새 구두를 내려놓고 동윤씨가 다가오도록 해서 미리 준비한 멋진 글을 현영씨가 낭독하며 근사하게 청혼이벤트를 하려 했었는데...
눈치 없는 아지오가 그 소중한 순간을 앗아가버린 셈이다.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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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 정비 중인 현영씨
티격태격, 알콩달콩...!
이름은 이동윤, 성별은 남성, 나이는 35세,
직업은 외국계 자동차부품 제조회사 인사팀 근무,
발이 너무 커서 보통 신발을 못 신는 남자.
동윺씨는 평소에 잘 웃지 못한다. 심한 낯가림 때문에....
처음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서로 "아니다."라고 단정을 지었다.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질 양으로 아무렇게나 대했다.
남자에게 밥을 얻어먹는 일을 용납하지 않았던 현영씨...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미리 밥값을 내버린 동윤씨.
어쩔 수 없어서 커피라도 사야겠다고 현영씨가 요청하여 카페를 갔다. 그런데 동윤씨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개그시리즈. 평소 즐거움이 부족했던 현영씨에게 그의 익살은 사이다처럼 스며들어 새벽이 올 때까지 배꼽을 잡고 뒹굴었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이 2년 반째 이어지고 있다.
서로 우기고 별거 아닌 일로 티격태격. 성질 급한 현영씨 목소리는 '미'와 '파'를 지나 '솔'까지...
팔짱 끼고 다리 꼬고 앉은 동윤씨, 묵묵부담. 그러다가 "다음에 연락할게." 하고 대화를 단절하는 동윤씨.
듬뿍 애정이 묻어나는 티격태격과 알콩달콩.
다투는 듯 존경하고, 현영씨가 버럭해도 몸이 아플 때는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선물하는 동윤씨.
여느 20대 남자처럼 중사로 군복무를 마친 현영씨.
이등병으로 시작해서 병장으로 전역한 동윤씨.
이 두 사람은 군대 이야기도 코드가 맞고 헬리콥터와 자동차 정비에도 찰떡궁합!
헬리콥터 정비사인 현영씨를 좋아하는 부산 남자.
늘 자기개발을 하고 외국어도 잘하는 동윤씨를 의지하는 대구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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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현영씨와 동윤씨
아름다운 이야기, 그것은 사랑이었다.
보통 사람들을 생각으로는 모름지기 ‘청혼’이란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여자가 먼저 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사실 결혼 의사는 연애 초부터 남자친구가 먼저 비쳤었는데 여러 가지 핑계로 제가 피했어요. 그러다 어떤 계기로 저도 결혼에 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남자친구의 오랜 기다림에 이제는 나도 답변을 해줘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청혼을 계획하게 되었지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이제야 비로소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는 현영씨는 사실 독신주의자라고 한다. 본인 말로는 ‘절대 하지 않겠다.’가 아닌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독신주의란다. 결혼 후 해내야 할 여성의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결혼에 대해 겁을 먹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런 자신을 상상하니 자존감이 낮아져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잘 해낼 자신도, 본인이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도 못 된다며 아주 오래전부터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동윤씨를 만난 후 1년쯤 되었을 때, 예고 없이 현영씨는 몹시 아팠다.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혹시 모를 수술 후 장애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을 때 동윤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특유의 실없는 농담으로 현영씨를 웃기며 기분을 살펴주었다.
입원당시 4개의 관을 몸에 꽂고 있던 현영씨가 그렇게 기다리던 첫 대변도 그가 옆에서 웃기는 바람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숨 넘어 갈 듯 웃는 동안 관을 통해 나오고 있는 걸 동윤씨가가 처음 발견했다.
‘방귀 트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첫 ‘대변 트기(?)’를 한 뒤, 현영씨는 밀려오는 민망함에 얼른 이불로 숨겼었지만 동윤씨는는 자기 덕분에 드디어 변을 봤다며 몹시 뿌듯해 했단다.
환상이 깨어지면 마음이 변할 거라는 우려를 비웃듯 현영씨를 향한 변함없는 동윤씨의 마음과 행동에 현영씨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이렇듯 위기의 상황에 많이 흔들리는 현영씨와는 달리 일관되게 느긋한 태도를 유지하는 동윤씨를 보며 차츰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고 최근 1년 동안 내적 갈등을 거치다가 이제는 동윤씨의 마음에 답변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한 그의 마음을 기다리게 한 미안함과 그가 기다렸을 답변을 위해, 오랜 고민 끝에 그녀는 진심을 다해 동윤씨에게 청혼하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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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이상순 부부처럼 우리도~
신발을 사주면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어 선물하기를 꺼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에게 신발을 선물하기 전 걱정하는 부분이다.
현영씨도 그런 속설이 괜히 신경 쓰여 전에 사준 워커에는 깔창에 유성펜으로 “넌 내꺼!!”, “도망가면 죽음.”, “1m도 못가서 발병나라.” 등 귀여운 저주(?)의 말을 써서 불의의 사태를 미연에 차단(?)했었다. 그래서 아지오에게 주문하기를 "혹시 깔창에 각인이 가능할지...?" 문의했던 헬기여신의 글에 “너무나 편하고 멋진 구두를 선물해준 헬기여신님이 고맙고 예뻐서 절대 도망 못 가실 거예요.”라는 위트 있는 우리의 답변에 안심을 했었다고.
그리고 아지오의 말대로, 구두를 선물 받은 동윤씨가 "처음 자신의 왕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만나 너무 행복하다."면서 평소보다 더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현영씨를 보더라며.
“변할 사이라면 구두 아닌 족쇄를 걸어놔도, 결혼을 했어도
결국 떠날 사람은 떠났을 거고,
사랑할 운명이면 그 어떤 신발을 선물해줘도, 결혼하지 않더라도
평생 변함없이 사랑할 거예요,”
비록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계획한 청혼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조만간 또 그에게 어울릴 선물을 찾아 그의 앞에 –그 땐 정말 마음 단단히 먹고- 무릎 꿇고 정식으로 청혼을 하겠다는 헬기여신의 다짐을 들으며 먼 훗날 이 두 사람이 말한 미래처럼 그들의 가족이 탈 차를 두 사람이 함께 정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변함없는 친구 같은 모습으로 투닥투닥 정비를 할 것만 같다.
친구보다 더 좋은 아지오 구두가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도록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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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오와 함께 예쁘게 사랑하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6.05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