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마리나에 안전하게 도착
2023년 7월 10일 고향 강릉마리나 10마일 전부터 너무 익숙한 풍경이 드러난다. 정동진에서부터 강릉항, 경포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문어 통발의 깃발이 여기저기 보이고, 대관령도 보인다. 강릉 앞바다다.
오전 10시. 마리나 안으로 들어가며 작은 나팔을 분다. 외국의 앵커리지, 마리나에서 세일요트들이 출항할 때 이런 나팔을 분다. 그리고 다들 Bon Voyage 라고 크게 외쳐준다. 나는 잘 다녀왔어요! 하는 의미로 나팔을 불었다. 서서히 폰툰이 다가오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그동안 그리움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던 사람들.
폰툰에 안전하게 제네시스를 계류하자, 환동해본부 해양항만과장님, (사)강릉마리나선주협회, 강릉관광진흥협회의 꽃다발 증정이 있었다. 강릉원주대학교의 교수님들도 오셨다. 친구들도 오고, 서울서 지인들도 오고 김석중선장님과 이환 회장님도 오셨다. 그리고 부모님. 여러 사람들 있는 곳에서 오열할 수는 없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는다.
이환 회장님이 준비하신 샴페인을 김석중 선장님이 내 머리에 부어주셨다. 강원영동 MBC, 강원일보의 취재도 이어졌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성대한 환영식이었다. 이제야 나는 뭔가 고향을 위해 보람된 일을 했다는 실감이 난다. 내 장거리 항해의 가치를 이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성원해 주신 거다.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 한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사이 동해 세관에서 오셨다. 간단한 서류 작업을 마치고 웃으며 돌아가셨다. 마지막으로 어머님과 함께 강원영동 MBC TV 인터뷰를 한다. 급기야 울음보가 터졌다. 그간 머나먼 타국의 마리나에서 어머니와 통화할 때 마다 어머니는 몇 번을 우셨던가? 오늘은 내가 먼저 울고 만다. ‘너를 입혀주고, 먹여주고,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주는 부처를 만나 성불하려면 집에 가라. 가서 네 어머니를 보라. 그 분이 부처다.’ 라는 어느 고승의 일갈이 뚜렷하게 귀에 들리는 순간이다.
오후 12시 30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성대한 환영식을 마치고 강릉원주대학교에서 준비한 식당으로 가 점심 식사를 함께한다. 행복한 순간이다. 식사를 하며 바다와 세일요트와 장거리 항해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주제가 낭만적이니 대화가 풍요롭다. 모두 꿈꾸는 소년이 되어 먼 나라의 바다를 이야기 한다. 꿈이 나누어지고,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꿈이 이루어지면, 우리들의 가슴속엔 어느새 항해가 시작된다. 머지않아 나는 이들의 항해기를 듣게 될 거다. 내 꿈은 이제 시작이다.
오후 2시. 지인들과 제네시스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제네시스의 폰툰 보강 개조를 시작한다. 조립식 폰툰이라 작업은 금방 끝난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제네시스를 좀 더 단단하게 고박한다. 내일부터 50피트 세일 요트를 위한 선대를 만들고, 50톤 크레인을 수배한 뒤, 러더 수리 작업을 해야 한다. 이후 선박안전검사를 마치고, 선박등록을 시작할 것이다.
오후 4시. 김남동내과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한다. 음성이다. 간단한 목감기 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 온다. 몸무게 72Kg, 약 11Kg이 감량 되었다.
오후 6시. 집으로 돌아오니 ‘강릉야행 축제’가 한창이다. 바로 집 앞에서 벌어지는 축제라, 차를 강릉임당동성당에 두고, 본당에 들어가 하느님께 긴 기도를 드린다. 감사와 소망의 기도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어머님의 밥을 먹는다. 제대로 된 식사다. 나는 강릉에 왔다. 고향집에서 행복한 도착 첫날을 맞고 있다. 다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첫댓글 김선장님의 무사귀환을 환영합니다!!!
험난했던 솔로 항해를 잘 해내신 분이라 그런지
표정이 더 없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