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 39. 갈릴레오의 상대성원리
자연현상은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관측
다른 시점이라도 관통하는 법칙은 존재
『화엄경』에 “한 티끌 가운데 일체 티끌과 일체법을 갖추고 있으며 일념에 일체념과 일체법을 갖추고 있다(一微塵中具一切塵 及一切法 於一念具一切念 及一切法)”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마음을 관하여도 일체법을 볼 수 있고, 물질 가운데서도 진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관찰자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성 원리(相對性原理, principle of relativity)는 보통사람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단순한 현상을 똑바로 관찰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상대성이론(相對性理論, theory of relativity)이라고 하면 누구나 아인슈타인을 떠올리지만 아인슈타인이 탄생하기 300년 전, 뉴턴의 고전역학이 탄생하기 훨씬 전에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가 오늘날 말하는 상대성 원리의 기본이 되는 원리를 발견하였다.
보통사람들은 물리법칙이란 ‘우리가 보는 자연현상이 어떤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물리법칙이 주어지면 반드시 누가 보았을 때 그런 법칙이 성립하느냐하는 문제가 따른다.
뉴턴의 경우에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절대 시공간에서 성립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이라는 것이 있고 절대공간에 정지한 관찰자(좌표계)가 본 물리법칙이 올바른 물리법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갈릴레오는 절대적으로 정지해있는 상태란 없다고 생각했다.
앞뒤의 양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열차 두 대가 기차역에 나란히 서 있다가 이 중 한 대가 천천히 움직이면 기차에 탄 사람은 자기가 탄 기차가 움직이는지, 아니면 다른 차가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관성계에 있는 두 사람이 상대적으로 움직일 때 누가 정지해 있고, 누가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등속운동을 하는 경우 누가 특별히 운동의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갈릴레오가 발견한 것은 결국 “등속운동을 하는 모든 관성계에서 보는 물리법칙은 동일하다”라는 것이다. 물리법칙이 동일하다는 것은 관찰하는 물리현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상에 정지한 사람이 볼 때 하늘에서 똑바로 떨어지는 빗방울도 말을 타고 빨리 달리면 빗방울이 하늘에서 얼굴을 향하여 비스듬하게 비바람이 내려치는 것처럼 보인다. 별빛의 방향도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갈릴레오가 발견한 것을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Galilean principle of relativity)라고 하는데 실제로 뉴턴의 법칙은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를 만족시킨다.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힘은 질량에 가속도(속도의 변화)를 곱한 것인데 가속도는 등속운동을 하는 모든 관찰자에게 똑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현상의 차별상 가운데서 보편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공(空)으로 표현하였다.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도 서로 입장이 다른 각각의 관성계(차별적 존재)에서 모두 똑같은 물리법칙(보편성)을 본다고 말하고 있다. 정견(正見)을 가지면 바로 이 현상계에서 열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선승들은 “눈 밝은 자는 본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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