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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한 지는 이제 5년째, 스마트폰을 처음 공개한 지는 3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에 오른 기업. 신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매진 행렬이며 열렬한 팬클럽이 있는 기업. 중국 3대 IT기업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에 더해져 4대 IT 기업 ‘TABX’라는 말을 새로 만든 기업. 바로 ‘짝퉁 애플’이라 비아냥거림 받던 좁쌀 샤오미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샤오미가 중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무서울 만큼 성장하고 있다. 샤오미 CEO인 레이 쥔의 별명은 ‘레이 잡스’다. ‘레이 쥔’에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를 더한 말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레이 쥔을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레이 쥔은 새 제품을 공개하는 발표 행사 때 스티브 잡스를 떠오르게 하는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을 외치는 등 잡스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입히려는 노력을 한다. 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도 않는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레이 쥔은 자신뿐 아니라 샤오미에도 애플의 이미지를 입히려 노력한다. 우선 스마트폰과 태블릿 디자인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언뜻 보면 헛갈릴 정도로 닮아 있다. 소프트웨어 ‘미유아이’(MiUI) 역시 환경만 안드로이드 기반일 뿐 다른 모든 건 iOS를 빼다박았다. 이를 두고 칼럼니스트 존 그루버는 “샤오미가 제품을 베끼는 데 부끄러움 없이 할 수 있는 한 많이 베끼고 있고, 샤오미가 애플 특유의 분위기까지 가져오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만 팔기 때문에 특허에 취약하다”라며 “샤오미의 부끄러움 없는 애플 카피가 삼성보다 심각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과 열매를 먹고 자란 좁쌀은 이제 중국에서만큼은 사과보다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이미 중국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따라 잡았다. 2014년 8월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4%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레이 쥔은 지난 8월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레이 잡스라는 별명이 싫다”라며 “샤오미는 이미 애플과 구글, 아마존을 합한 회사”라고 말하는 등 애플의 그림자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레이 쥔 샤오미 CEO는 샤오미를 창업하기 전부터 중국 IT업계에선 유명한 인물이었다. 레이 쥔은 1969년 중국 후베이성 시엔타오에서 태어났다. 우한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소프트웨어 벤처회사 산써(三色)를 설립해 중국어를 구현하는 PC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더 큰 기업들이 더 싼 값으로 복제품이 내놓으면서 사업을 접게 된다. 회사 문을 연 지 6개월 만이었다. 레이 쥔은 1992년 진산(金山, 지금은 킹소프트로 사명 변경)에 입사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29살의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진산은 소프트웨어 벤처였는데,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게 주력 사업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거인 마이크로소프트(MS)였기에 진산에서의 시간도 쉽지 많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레이 쥔은 입사 15년 만에 진산을 상장시키는 데 성공하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아직도 레이 쥔은 킹소프트 이사회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레이 쥔은 2010년 4월 샤오미(小米, 좁쌀)를 창업하게 된다. 샤오미란 이름은 회사를 세우기로 한 날 동료들과 함께 먹었던 좁쌀죽에서 따왔다. 샤오미의 로고 ‘MI’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을 뜻한다. 레이 쥔이 자주 한다는 말 “태풍을 만나면 돼지도 날 수 있다”에서 ‘태풍’은 모바일 인터넷이다. 샤오미의 정체성이 단순히 값싼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샤오미를 생각하면 값싼 스마트폰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샤오미는 하드웨어 제조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기반인 회사다. 승부수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낼 것으로 점쳐진다. 레이 쥔 CEO는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으며 소프트웨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고, 샤오미를 세우며 구글과 MS 출신을 대거 영입했으니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레이 쥔은 제품 발표 키노트에서 “나는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샤오미가 세워진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하드웨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미유아이(MiUI)’를 개발한 것이다. 미유아이는 안드로이드 커스텀 롬(커스트마이즈드 롬)이다. 커스텀 롬은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공식적인 펌웨어를 새로 제작하거나 편집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미유아이는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애플의 iOS의 인터페이스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유아이는 26개국 언어 버전이 나와 있으며 이용자는 7천만명이 넘는다. 샤오미는 이용자들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참여시키기도 한다. 그들이 연구개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미유아이 웹사이트에는 미유아이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샤오미는 이들의 의견을 모아 매주 금요일 운영체제(OS)를 판올림한다. 레이 쥔 CEO는 이를 두고 “샤오미에는 개발자 7천만명이 있다”라고 자랑스레 말하기도 한다. 이런 전략은 창업 초기부터 시작됐다. 미유아이가 공식적으로 출시되기 전부터 샤오미는 팬 100명을 미리 뽑아 미리 써보게 하며 제품을 다듬어나갔다. 샤오미는 2011년 9월 첫 미유아이 레퍼런스 스마트폰 ‘미1(Mi1)’을 출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 4세대 ‘미4(Mi4)’를 공개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폰과 닮아 있다. 미4에는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고 디스플레이는 5인치 IPS 방식의 LCD로 사양이 같은 기간 나온 제품들에 비해 낮지 않다. 하지만 제품 가격은 16GB 기준 1999위안으로, 우리돈 약 36만원이다. 참고로 아이폰5S 16GB는 5588위안이다. 지난 5월 출시한 첫 태블릿 ‘미패드7.9’는 애플의 ‘아이패드미니 레티나’와 ‘아이폰5C’를 섞어놓은 모양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이폰5C를, 형태는 아이패드미니를 닮아 있다. 크기도 아이패드미니와 같은 화면 크기는 7.9인치에 버튼 위치도 비슷하다. 가격은 역시 애플 제품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16GB 제품이 1499위안, 우리돈 약 25만원이고 64GB는 1699위안으로 약 28만원이다. 최근 샤오미는 하드웨어 라인업을 늘리는 추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스마트TV와 셋톱박스, 이어폰, 보조배터리 분야까지 손 뻗고 있다. 이것들 역시 비슷한 사양의 다른 제품보다 싼 값에 내놓고 있어 출시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MiTV’는 47인치 풀HDTV로, 3D 디스플레이와 스마트TV 기능을 넣었지만 우리돈으로 5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MiTV는 출시되자마자 1분58초 만에 3천대가 팔렸다. 샤오미의 기기 값은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필요 없다. 보조금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저렴하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인터넷에 대한 통찰을 실제 샤오미의 서비스에도 적용시킨다. 샤오미 회사 기조도 “인터넷 정신과 방법을 최대한 구현한다”이다. 이를 따르기 위해 샤오미는 인터넷으로만 제품을 판다. 광고를 하지 않고 웨이보와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활용해 홍보 활동을 한다. 매출 가운데 마케팅 비용으로 1%밖에 쓰지 않는 것도 값을 싸게 책정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레이 쥔의 샤오미 제품 발표 키노트 영상 속에는 ‘미펀’(Mi Fen, 米粉)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미펀은 샤오미의 팬이라는 뜻이다. 2014년 기준으로 추정되는 미펀은 900만명 정도다. “팬덤(fandom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문화를 깊이 연구해 경영한다”는 샤오미의 기조 가운데 하나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를 넘어 팬과 연예인의 관계를 만들려는 샤오미 노력의 결과물이다. 연예인이 팬 관리하듯 샤오미는 SNS를 통해 샤오미에 대한 새 정보를 계속 공유한다. 샤오미 공식 계정뿐 아니다. 레이 쥔 CEO도 활발하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엔 레이 쥔의 팔로워가 1100만명이 넘는다. 그는 웨이보를 통해 샤오미의 비전이나 철학을 나눈다. 여타 기업이라면 새 제품 발표 전까지 숨길 정보들도 팬들에게 먼저 알린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샤오미를 더 가깝게 여기게 된다. 새로 나올 제품에 대해 생기는 기대감은 덤이다. 미펀은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인터넷에서만 팔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실제 레이 쥔은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며 미유아이 게시판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용자 30만명을 미리 키워냈다. 샤오미에 대한 입소문 마케팅은 사실 이들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 샤오미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매년 봄이면 미펀을 위한 축제 ‘미펀제’를 여는데, 이때는 샤오미 제품을 더 싸게 내놓는다. 창업 5년 만에 중국 시장을 접수한 샤오미의 야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샤오미는 밑그림을 더 크게 그리고 있다. ‘플랫폼’과 ‘세계 시장’이다. 샤오미는 ‘플랫폼’으로서 기기들을 바라본다. 기기를 팔아 반짝 수익을 내고 말 생각이 없다. 고사양의 기기를 놀랄 만큼 싼 값에 팔아치울 수 있는 것도 기기 자체의 상품 판매보다는 콘텐츠를 팔 수 있도록 최적화한 일종의 플랫폼을 꿈꾸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전자책 단말기나 태블릿, TV 등을 싼 값에 팔아 생태계를 만든 뒤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아마존의 전략과 흡사하다. 플랫폼을 꿈꾸는 샤오미의 시선은 광활한 중국 대륙을 넘어서 있다. 이미 해외 사업을 위한 포석을 깔기 시작한 건 꽤 됐다. 샤오미는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는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으며 지난 7월에는 스마트폰 Mi4를 들고 유럽 시장인 이탈리아에도 진출했다. 또한 지난 2013년 영입한,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제품 관리를 맡았던 구글 임원 출신 휴고 바라 부사장 역시 세계 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인력 확보로 풀이된다. “오늘부터 샤오미는 스티브 잡스가 정의한 스마트폰의 틀을 깨고 혁신을 하려 합니다. 또한 중국과 홍콩, 타이완 지역에서 이 혁신을 시험하며 정식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꿈을 실현하려 합니다.” (2013년 4월15일, 레이 쥔) 발행201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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