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중심에는 석유가격 폭등과 곡물가격 폭등이라는 핵심 요인이 있다. 그런데 장기간 안정되어 있던 이 두 개의 필수재가 어떤 이유로 최근 1년간 심각한 수준의 가격 폭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이 아직까지 분분하다.
대체로 공급 부진과 수요 증가에 더해 투기요인과 달러화 약세 효과 등을 꼽는다. 정리하면 (1) 석유의 경우에도 석유 공급량이 임계점에 도달했다(이른바 피크오일 이론), (2)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 성장국의 에너지 수요가 폭증했다 (3) 금융위기에 따라 유동자금이 실물시장인 석유시장으로 몰렸다 (4)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서 달러화로 거래되는 달러화 표시 석유가격이 올랐다는 주장 등이다.
비슷한 경우가 식량가격 폭등에도 적용되는데, (1) 이상기후 등의 요인으로 식량공급이 늘지 않고 있다 (2)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료 소비가 폭증했다(3) 석유와 마찬가지로 실물상품인 곡물시장으로 국제 투기자본이 몰렸다 (4)그리고 특히 식량가격의 경우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 증가로 식량 생산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어떤 요인이 가격 폭등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놓고 최근 다양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석유가격 폭등에 대해서도 과연 투기적인 요인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인가라는 이슈가 월가와 미국 정계의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그런데 지구 환경 개선, 탄소가스 배출 감소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업고 주로 선진국에서 강력히 추진해왔던 바이오 연료 생산이 현재 인류 앞에 닥친 식량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이미 지난 4월 세계은행이 발표했다는 사실이 최근 가디언지(7.4) 보도에 의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중국, 인도 등의 곡물수요 증가가 미친 영향은 미미한 반면,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연료 생산이 가격 상승의 75퍼센트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보고서에서는 구체적으로 바이오 연료 생산이 세 가지 방법으로 식량시장을 왜곡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바이오 연료 생산은 결국 식량에 사용할 곡물을 연료로 전환시킨 것인데, 현재 미국 옥수수의 1/3이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고 있고 EU에서 채소 기름의 약 절반이 바이오 디젤생산에 돌려지고 있다. 둘째, 이는 농민들로 하여금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작물 재배 쪽으로 토지를 사용하도록 조장하게 된다. 셋째, 이는 곡물에 대한 금융적 투기를 촉발시켜 가격을 더 상승시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식량가격 폭등 원인분석에 대한 중요한 시사를 줄 수 있어 가디언지 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첨부:
비밀보고서 : 바이오연료가 식량위기의 주범이다
(Secret report : biofuel caused food crisis)
Aditya CHakrabortty
가디언 2008.7.4
가디언이 입수한 세계은행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연료가 세계 식량가격에 미치는 비중은 이전에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75퍼센트로 평가되었다. 미공개 된 이 끔찍한 추정치는 세계 금융기관에 소속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경제학자들이 수행한 연구 결과인데, 식량위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 중 가장 구체적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식물에서 추출한 연료가 식량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3퍼센트 미만이라던 미국정부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석유 수입의존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바이오 연료를 사용해왔던 워싱턴과 유럽의 정부들에게 이 보고서는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지난 4월에 작성되었지만 부시 대통령과의 마찰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세계은행과 백악관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관계자의 말이다.
앞으로 바이오 연료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7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선진국 G8 지도자들의 회의가 예정돼있는데, 이 자리에서 식량위기에 관해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식물추출 연료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강력한 로비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또한 바이오 연료의 영향에 관한 자체 보고서(Gallagher Report)를 발표해야 하는 영국 정부에게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세계 식량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폭등한 “중요한” 이유는 바이오 연료에 있다는 주장이 담긴 연구를 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주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정치지도자들이 바이오 연료가 최근 식량가격 폭등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강력한 증거들을 은폐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옥스팸(옥스포트를 본부로 하여 1942년에 발족한 극빈자 구제기관 - 역자) 정책자문위원인 로버트 베일리는 말했다. “(바이오 연료의 영향에 대한) 완전한 내용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정치인들이 기업의 로비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은 식량을 제대로 마련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식량가격 급등은 세계은행 추산으로 전 세계 1억 명의 인구를 빈곤선 이하로 끌어내렸고 방글라데시에서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폭동을 촉발했다. 정부 관리들은 식량가격과 연료가격 폭등이 “세계화의 진정한 첫 번째 경제위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곡물가격 폭등을 인도와 중국의 수요 급증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빠른 소득 증가가 세계 곡물소비의 폭발적 증가를 이끈 것도 아니고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도 아니”라고 세계은행 내부 연구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의 계산에 따르면 몇 년 째 계속된 호주의 가뭄조차도 미미한 영향을 주었을 뿐이며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연료화 추진이 식량 공급과 가격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4월 이후 영국에서는 모든 석유와 디젤에 바이오 연료를 2.5퍼센트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바이오 연료 비중을 10퍼센트까지 끌어올릴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단지 식량가격 폭등만 부채질할 것이라는 증거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바이오 연료를 늘리지 않는다면 세계 밀과 옥수수 보유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요인들에 의한 가격 상승도 완화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곡물가격이 2002년 이후 올해 2월까지 140퍼센트가 올랐다. 보고서는 에너지와 비료가격이 곡물가격 상승에 끼친 영향은 15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바이오 연료는 같은 기간 동안 75퍼센트나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바이오 연료 생산이 세 가지 방법으로 식량시장을 왜곡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바이오 연료 생산은 결국 식량에 사용할 곡물을 연료로 전환시킨 것인데, 현재 미국 옥수수의 1/3이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고 있고 EU에서 채소 기름의 약 절반이 바이오 디젤생산에 돌려지고 있다. 둘째, 이는 농민들로 하여금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작물 재배 쪽으로 토지를 사용하도록 조장하게 된다. 셋째, 이는 곡물에 대한 금융적 투기를 촉발시켜 가격을 더 상승시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브라질에서만 생산되고 있는 사탕수수 추출 바이오 연료는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 생산을 지지하는 이들은 바이오 연료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대한 친환경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러한 장점조차 전문가들에 의해 반박되고 있다.
전 정부 수석 과학자문위원이었던 데이비드 킹 박사는 7월 3일 “일부 바이오 연료가 식량가격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우리의 모든 활동은 식량가격의 상승을 촉진하는 반면 기후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