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放學 관련 斷想(단상)①의 내용 가운데 育英公院(육영공원)과 관련해 “每値房虛昴星日이면 則自前一日下午以至當日에 放暇”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일까?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불과 140여 년 전의 공휴일을 정확하게 알기가 쉽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은 철저하게 서구적 체계에 근거하고 있고, 수 천 년을 유지해온 책력 개념은 깨끗하게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에 “每値房虛昴星日”을 “매번 방성(房星), 허성(虛星), 묘성(昴星) 일을 만나게 되면”이라고만 직역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달아놓지 않고 있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기다리랴? 목마른 자가 우물 파서 목마른 이들과 함께 마시도록 하면 그만 아니랴?
『虞書(우서)』 舜典(순전)편 제5장에 “在璿璣玉衡하사 以齊七政하시다(선기옥형을 살펴서 칠정을 가지런히 하시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七政은 七曜(칠요)로, 日月과 五星(木金土火水)을 가리킨다. 七曜는 七曜星이라고도 하는데, 그 내용은 日曜星와 月曜星과 東方의 木曜星인 七宿(칠수, 角亢氐房心尾箕) 군단과 北方의 水曜星인 七宿(斗牛女虛危室壁) 군단과 西方의 金曜星인 七宿(奎婁胃昴畢觜參) 군단과 南方의 火曜星인 七宿(井鬼柳星張翼軫) 군단을 가리킨다. 별이 하늘의 일정 궤도를 도는데 아래의 사람들이 보기에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며, 順行(순행)하기도 하고 逆行(역행)하기도 하면서 땅 위에 계절의 변화를 일으키고, 이를 토대로 임금이 政事를 펴기에 七耀를 七政이라고도 했다. 또한 北斗七星은 北辰을 중심으로 하여 하루에 한 차례씩 돌므로 북두칠성을 七政이라고도 한다.
또한 『天文類抄(천문유초)』 등을 근거로 하여 살펴보면, 東北西南(하늘의 별자리 그림인 天象列次分野之圖는 北을 위쪽으로 함)의 七宿의 순서는 一以貫之法에 따라 東西인 木金을 橫으로 하고 中인 土를 中心軸으로 하여 南中하였다가 지는 日月을 위아래로 배치한 뒤에 다시 南北인 火水를 縱으로 배치하여 木曜星・金曜星・土曜星・日曜星・月曜星・火曜星・水曜星으로 일컫는다. 이를 표로 만들어보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 木曜星 | 金曜星 | 土曜星 | 日曜星 | 月曜星 | 火曜星 | 水曜星 |
東方七宿 | 角 | 亢 | 氐 | 旁 | 心 | 尾 | 箕 |
北方七宿 | 斗 | 牛 | 女 | 虛 | 危 | 室 | 壁 |
西方七宿 | 奎 | 婁 | 胃 | 昴 | 畢 | 觜 | 參 |
南方七宿 | 井 | 鬼 | 柳 | 星 | 張 | 翼 | 軫 |
곧 四方七宿에서 日曜星인 房・虛・昴・星이 태양과 만나는 때라는 것은 하늘의 임금인 天帝, 곧 태양이 그 아들인 사방의 王인 天子를 만나는 때라는 뜻이다. 참고로 房宿에 딸린 房星은 천자가 政事를 베푸는 明堂이 되고, 좌우에서 천자를 보좌하는 네 명은 대신인 四輔가 되고, 虛宿에 딸린 虛星은 冢宰에 해당하고, 昴宿에 딸린 昴星은 해와 달의 가운데 길로 하늘의 눈과 귀가 되며, 星宿에 딸린 星星은 后妃의 일을 주관하고, 임금을 모시는 벼슬을 가진 여자이며, 어진 선비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조선의 天子인 황제를 비롯한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이 또한 하늘의 임금인 天帝를 뵙는 때이기에 경건하게 보내야 하므로 휴가를 준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휴가가 '形而下'의 휴가라면, ‘每値房虛昴星日'의 휴가는 '形而上'의 휴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니, 천지자연의 이치를 두루 變通하여 천하의 事業을 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선사회가 왜 망했을까? 『書經』의 洪範에 명시된 八政인 '一曰食'으로부터 ’八曰師'의 의미가 '書自書 我自我'였던 것일까?기득권에 젖어 學問의 이치는 그저 文飾(문식)에 불과했던 것일끼? 軍師와 食에 담긴 '終則有始'와 實證學問의 이치를 제대로 천하에 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나라를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却說하고, 『周書(주서)』 洪範편의 五行과 五紀에서 살필 수 있듯이 옛 통치자들은 천문과 날씨를 살피는 일을 중요시했다. 따라서 옛 군주들은 궁궐내에 천문관측대를 설치했다. 조선의 왕들 또한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簡儀臺(간의대)와 欽敬閣(흠경각) 등을 궁궐내에 두었고, 觀象監(관상감, 오늘날의 천문대)을 禮曹(예조)에 두어 천문의 움직임을 통해 날씨 변화 등을 예측했다. 곧 天時를 살피면서 때에 맞춰 人時를 펴야 했다. 다시 말해 농경문화의 최고 통치자로서 天時의 변화에 따른 民生을 챙기는 일이 중요한 책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제를 등에 업은 이른바 '改革派'들에 의해 甲午更張이 단행되면서 觀象監은 폐지되고 觀象局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觀象은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한다는 뜻으로, 공자는 『周易』 山火䷕賁(비)괘 단전에서 “觀乎天文以察時變(천문을 보고서 때의 변화를 살피니라)” 했고, 山地䷖剝(박)괘 단전에서는 “順而止之, 觀象也。君子尙消息盈虛, 天行也(순하여 그침은 상을 봄이니, 군자가 소식영허를 숭상함은 하늘의 행함이라)”했으며, 계사하전에서는 옛적에 복희씨가 천하의 왕을 할 적에 “仰則觀象於天(우러러서는 곧 하늘에서 상을 관찰했느니라)”고 했다.
이러한 뜻을 담은 觀象監은 이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고 觀象臺(관상대)가 되었다가 ‘觀相(관상) 본다’는 인상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氣象廳(기상청)으로 바뀌어 날씨 예측을 위주로 했으며, 하늘의 象, 곧 별자리의 움직임을 살피는 天文을 보는 기관은 아예 없어졌다가 1974년에서야 國立天文臺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복희씨로부터 정립되기 시작한 하늘의 별자리는 아예 忘却(망각)되었고, 그 자리는 모두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향연장이 되어버렸다. 어렸을 때 열심히 외웠던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이라는 말이 얼마나 虛荒된 지 공부할수록 空虛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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