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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長恨歌)-백거이(白居易)
唐玄宗(당 현종)과 楊貴妃(양귀비)의 사랑과 비극을 주제로 한 譚話體(담화체) 敍事長詩(서사장시). 백거이가 陳鴻(진홍), 王質夫(왕질부)와 함께 仙遊寺(선유사)에 유람할 때, 양귀비의 이야기가 나와 왕질부가 백거이더러 이 희귀한 이야기를 시로 읊으면 어떻겠느냐 하여 지었고, 진홍은 양귀비의 傳記小說(전기소설)을 썼다 하며 시 끝구의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에서 따서 ‘長恨歌’라 했음.
중국 당대의 시인 백거이가 젊은 시절에 지은 서사적인 장가. 제재는 현종(玄宗) 황제와 양귀비(楊貴妃)의 비련(悲戀)에 관한 것이며, 4장으로 되었다. 제1장은, 권력의 정상에 있는 황제와 절세가인 양귀비의 만남과, 양귀비에게 쏟는 현종황제의 지극한 애정 등을 노래하였다. 제2장에서는,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몽진하는 길에, 양귀비를 어쩌다 죽게 한 뉘우침과 외로움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황제의 모습을 그렸다. 제3장은, 환도 후 양귀비의 생각만으로 지새는 황제를 묘사한다. 제4장에서는, 도사의 환술(幻術)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 미래에서의 사랑의 맹세를 확인하게 되었으나, 천상(天上)과 인계(人界)의 단절 때문에 살아 있는 한 되씹어야 할 뼈저린 한탄이 길게 여운을 끈다.
이 작품에서는 변화무쌍한 서사(敍事)의 사이사이로 사랑의 기쁨, 외로움, 괴로움 등의 서정(敍情)이 섬광처럼 번쩍이며, 외길 사랑으로 탄식만 해야 하는 현종이 새로이 창조되어 인간으로서의 사랑의 비중을 역력히 상징한다.
노래의 형식도 칠언(七言)이어서 유창하고 아름다운 가락이 감겨들며, 행마다 리듬이 박동하고 때로는 각운(脚韻)을 바꾸어 가면서 장장 120행에 걸쳐 선율이 흐른다.
'동자해음장한곡(童子解吟長恨曲)'이라는 말이 있듯 무수한 사람들이 이를 애창하였으며, 시가와 소설과 희곡으로 취급되어 중국 근세문학사상 무한한 제재를 제공하였다. 특히 《장한가전(傳)》은 이 시의 내용을 이야기체로 바꾸어 보라는 백거이의 권유로 진홍(陳鴻)이 지은 전기(傳奇)소설이며, 양귀비의 입궐에서부터, 그녀가 죽은 후 현종의 명을 받은 방사(方士)가 그녀의 영혼을 만날 때까지를 《장한가》 그대로 답습하였다.
장한가(長恨歌)-백거이(白居易;772-846)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한나라 황제 미인을 좋아하여 경국지색을 생각했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천하를 다스린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얻지 못 했다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양씨 집안에 딸이 있어 이제 막 장성하나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깊은 규방에 있어 사람들은 몰랐다네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하늘이 낳은 아름다움 스스로 버리기 어려워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하루아침에 뽑히어 임금 곁에 왔다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눈동자 굴리며 한번 웃음에 온갖 교태 생겨나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육궁의 화장한 미녀들 안색이 무안하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봄날이 쌀쌀하면 화청지에서 목욕하고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골세응지).온천물 매끄러워 기름 낀 살을 씻어주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신녀들이 부축하여 일으키니 귀엽고 연약하여 힘이 없는 듯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이 때가 비로소 새로 임금님 은택을 받을 때라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구름 모양 머리에 꽃 같은 얼굴, 금장식 걸을 때에 흔들흔들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부용휘장 따뜻한데 봄밤을 보낸다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봄밤은 너무 짧고 해는 높이 솟아오르고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부조조).이 때부터 임금님은 일찍 조회도 하지 않고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기쁜 잔치에 한가한 때 없고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봄이면 봄 따라 놀고 밤이면 밤새도록 놀았네
后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후궁의 미녀들 삼천 명이나 되나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삼천 미녀의 총애가 한 몸에 있네
金屋妝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금옥에서 화장하고 교태로 모시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누연파취화춘).옥루의 연회가 끝나니 취하여 봄날 같이 따뜻하다
姊妹弟兄皆列士(자매제형개렬사),형제자매가 모두 벼슬을 하니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어여쁜 광채가 집안에 돈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드디어는 세상의 부모들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아들 낳는 것보다 딸 낳는 것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네
驪宮高處入靑雲(려궁고처입청운),여궁 높은 곳으로 푸른 구름 들고
仙樂風飄處處聞(선낙풍표처처문).신선의 음악소리 바람 타고 곳곳에서 울리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느린 노래에 느린 춤이 현악기에 어울려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종일토록 임금은 아무리 보아도 다시 보고 싶네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내),어양 땅에서 반란군의 북소리 땅을 울리며 들려오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예상우의곡도 놀라서 끊어지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구궁 궁궐에서 연기와 먼지 일어나니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항).천승만기 수레와 말 서남쪽으로 피난하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항복지),화려한 깃발 흔들흔들 가다가 다시 서고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서쪽으로 도문을 나와 백여리쯤에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부발무나하),전 군대가 임금의 말에 움직이지 아니 하니 어찌하나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아름다운 양귀비도 말 앞에 찢겨죽는 것을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꽃비녀를 던져도 줍는 사람 아무도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취교와 금작과 옥소두 같은 비녀마저도 마찬가지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임금이 낯을 가리고 구해보려 해도 어쩔 수 없어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누상화류).돌아보자 피눈물 흘러내리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누런 흙먼지 흩어져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한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사다리길 구불구불 지나서 등검각에 오른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아미산 아래엔 인적도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깃발들은 빛을 잃고 햇빛도 엷어지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촉 땅의 강물 파랗고 산 푸름은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거룩하신 임금의 아침마다 밤마다의 정이라네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임금이 행궁에서 보는 달은 상처받은 얼굴색이요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간장 끊는 소리라네
天旋地轉回龍馭(천선지전회룡어),하늘이 돌고 땅이 바뀌어 임금님 수레 되돌아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부능거).여기에 이르러서는 머뭇머뭇 차마 떠나지 못하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땅 속에
不見玉顔空死處(부견옥안공사처).양귀비의 옥 같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죽은 곳 쓸쓸하다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며 모두 눈물이 옷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동쪽으로 도문을 바라보며 말을 따라 돌아가네
歸來池苑皆依舊(귀내지원개의구),돌아와 보니 연못과 동산 모두가 그대로고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태액의 부용과 미앙궁의 버드나무도 모두 그대로구나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부용을 보니 양귀비 얼굴, 버들을 보니 양귀비 눈썹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부누수)!이를 보고 어찌 눈물 아니 흘리리오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날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섭낙시).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지는 때라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서궁과 남내에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섭만계홍부소).낙엽은 계단에 가득 쌓여 붉어도 쓸지 않네
梨園子弟白發新(이원자제백발신),이원의 자제들도 늙어 백발이 새롭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초방의 태감도 젊은 궁녀도 이제 다 늙었구나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저녁 궁궐에 반딧불 날아다니니 양귀비 생각에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외로운 등불에 심지 돋워 다 타도 잡은 오지 않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느리고 느린 종소리 긴 밤에 처음 들려오고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밝고 밝은 별들에 날이 새려하는구나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원앙기와 차가운 곳에 서리꽃은 더욱 짙어지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비취 미불 차가운 곳을 누구와 같이하나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아득한 생사의 이별, 해를 넘겨도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혼백은 아직도 돌아와 꿈에도 들지 않네
臨邛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서울 나그네 임공의 도사가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정성으로 혼백을 불러들일 수 있다네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임금의 잠 못 드는 잠이 느꺼워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은근멱).마침내 방사를 시켜서 은근히 찾아보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구름에 올라 공기를 타니 빠르기가 번개같고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며 두루두루 찾아보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부견).두 곳 모두 망망하여 보이지 않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홀연히 소리 들려오네, 바다 위에는 신선의 산이 있고
山在虛無縹緲間(산재허무표묘간).그 산은 보이지 않는 표묘한 간에 있다네
樓閣玲瓏五雲起(누각령롱오운기),누각은 영롱하여 오색구름 일어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그 속은 아름다워 신선이 많이 살고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그 중에 한 사람 있으니 자는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삼차시).눈 같이 흰 피부, 꽃 같은 고운 얼굴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대궐 서쪽 행랑에서 옥문을 두드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여종인 소옥과 양성에게 알리니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한나라 천자의 사신이라 말하는 것을 듣고
九華帳里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구화 장막 속 깊은 곳에서 잠자던 혼이 놀라며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옷을 잡고 베개 밀어제치고 일어나 허둥지둥
珠箔銀屛迤邐開(주박은병이리개).주렴 발과 은 병풍이 스르르 열리고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검은머리 반쯤 기울어 이제 막 잠이 깬 채로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내).화관도 정제하지 못한 채로 방에서 내려오네
風吹仙袂飄飄擧(풍취선몌표표거),바람 불어 신선의 소매 자락 나풀거려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예상우의 곡으로 춤추는 듯 하네
玉容寂寞淚闌干(옥용적막누란간),옥 같은 얼굴 고독이 깃들고 눈물 그치지 않네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배꽃 가지엔 봄비가 배어있어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정을 품고 눈물을 머금어 임금께 감사하네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한번 이별 후 이제는 아련한 임금의 음성과 얼굴
昭陽殿里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소양궁 안은 임금의 은혜 끊겼지만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봉래궁 안은 일월이 장구합니다
回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고개 돌려 아래로 인간 세상을 내려보니
不見長安見塵霧(부견장안견진무).장안은 보이지 않고 티끌과 안개만 보입니다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오직 옛 정물을 가지고 깊은 정 표현하려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채기장거).전합과 금차를 부쳐 보내옵니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금차 하나 금합 하나 남기어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금차는 황금을 쪼개고 금합은 뚜껑을 나누었습니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다만 우리의 마음 금차와 금합처럼 굳게 가녀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천상이나 세상에서 만나게 하소서
臨別殷勤重寄詞(림별은근중기사),떠나려 함에 은근히 거듭 말을 부치니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말 가운에 서약이 있어 두 사람은 알 것이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어느 칠월 칠석 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어느 한 밤에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사사로이 하던 말
在天愿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愿爲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땅에선 연리지가 되었으면 하였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천장지구하여도 다할 때가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이들의 한은 면면하여 끊어질 때 결코 없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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