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우치 아이 저 / 히로노 타카코 그림/ 고광미 역 | 한림출판사
지붕 위와 양동이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빨간 우비와 장화를 신고 나서는 여자 아이는 마당 끝 돌 밑에 숨어 있던 달팽이와 창고 벽 틈 사이로 툭 튀어 나온 두꺼비를 만난다. 비를 좋아해서 활짝 피어 있는 꽃들, 호랑나비의 애벌레. 산책하는 배추흰나비의 애벌레와 커다란 대야로 만든 아담한 연못가의 참개구리들의 재잘 재잘 속삭이는 소리. 옆에 있는 연못 속에는 꼬리가 나기 시작한 올챙이들도 있다. 그리고 논을 향해 걸어가니 자기의 몸 색깔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청개구리와 산청개구리들의 ’리리릭... 리리릭...‘ ’윙윙 윙 왕왕 왕’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 아이는 풀잎을 휘저으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본다. 비가 그치고 개구리 울음소리도 희미해졌을 때 비를 피해 숨어있던 배추흰나비가 날기 시작하고
“친구들아, 우리 비 오는 날 또 만나자.”
라며, 아이는 집으로 돌아온다.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우산을 챙기거나 비를 피하게 되지만, 여러 생물들은 제 빛깔을 드러내며 생기발랄하게 움직인다. 빨간 비옷을 입은 여자아이를 따라 가면서 집 근처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생명체들을 비오는 날 다시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생명력을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통해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서정적인 느낌이 이 책의 아이처럼 비오는 날 생명체를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파란 비닐우산을 썼다가 바람에 뒤집혀 버리고, 비를 흠뻑 맞으며 동네를 쏘다니며 놀았던 것을 추억하게 한다. 넓적한 잎을 우산삼아 쓰고 온몸에 비를 맞으며 뛰어 다니는 아이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떠오르는 반면 이 책에 아이는 다소 정적이다. 아이가 물을 튀겨보기도 하고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며 뛰어 보기도 하는 것이 아이다운 모습일 텐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생명체들의 생동감을 그림으로 보여 주고 생명체 각각의 특성을 알려주어 아기자기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이다.
조이스 시드먼 글/베키 프랜지 그림/이상희 역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 원서 : SONG OF THE WATER BOATMAN AND OTHER POND POEMS
땅이 녹기 시작하는 봄부터 얼음이 어는 겨울까지 연못은 생명체들로 가득한 곳이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온갖 생물이 태어나고 자라며, 먹고 먹히는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연못에 사는 생물들의 다양한 삶을 열한 편의 시로 표현했다.
작가이자 시인인 조이스 시드먼의 글과 판화가인 베키 프랜지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어린 시절 냇가에서 작고 이상한 생명체들을 살펴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던 그림 작가는 생물학을 전공한 학자이고 자연과학 일러스트를 따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 열정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아름다운 시와 과학적인 정보가 조화를 이루고 풍성하게 전달되는데 강렬한 색감과 힘을 느낄 수 있는 선으로 표현을 살린 목판화 그림의 몫이 크다.
흠뻑 물기를 빨아들인 풀과 나무, 지렁이 까지도 생동감 넘치고, 모두 빛깔 좋은 자태를 드러낼 때 나도 같이 상쾌해져 기운이 난다. 그래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친근하고 당연하게 생각되나 보다. 봄이 되면 풀이 돋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는 아름다움을 아이들은 별 감흥 없이 바라보며 살아가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비가 쏟아지고 나니 길가에 지렁이들이 꿈틀대며 징그럽게 나뒹굴고 있다. 아직은 부드럽게 노래하는 나무위의 매미들도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