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은행→한미은행→씨티은행’ 인천에서 가장 높은 상업용 건물인 옛 경기은행 본점 빌딩이 13년 동안 바뀐 간판이다. 건물 주인이 바뀐 것도 1998년 6월 경기은행이 퇴출당한 후 자산을 인수받은 자산관리공사(옛 성업공사)까지 포함하면 4번이다. 지난해 11월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로 이름이 바뀐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주말 사이 남동구 구월동 소재 경인영업본부가 있는 자사 빌딩의 외벽에 있던 ‘한미은행’ 간판을 내리고 ‘CitiGroup(씨티그룹)’을 달았다. 올 들어 씨티은행은 지역 내 지점과 본부의 CI(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씨티그룹의 간판이 걸린 이 빌딩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옛 경기은행의 본점 건물로 사용됐다. 1969년 설립된 경기은행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중구 사동 시대를 접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1988년 6월 기공식을 가졌다. 건물 규모는 연건평 1만2천600평, 지하 3층, 지상 23층(옥탑 3층 포함)으로 총 공사비는 378억원이 들어갔다. 당시 은행 대졸 초임이 22만∼23만원인 점을 생각할 때 지금의 공사비로 따지면 2천억원이 넘는다. 경기은행은 시민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제외하고는 임대 없이 자체 사무실로 이용했다. 박태삼 경기은행 해직자협의회장은 “경기은행 본점이 준공되자 이런 규모의 건물이 없었던 인천에서는 큰 화제였다”며 “건물이 들어서면서 구월동 상권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빌딩은 경기은행이 퇴출당하면서 자산관리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1999년 한미은행이 인수했다. 한미은행이 구입한 금액은 이 건물의 공사비 수준이었다. 한미은행은 건물 구입 후 본사 전산실을 이 곳으로 옮겼고 인천시금고 운영 금융기관으로 선정되면서 5개층을 시에 넘겼다. 경기은행 때 있던 전산실 층은 그대로 이용되고 있고 행장실은 인천대 시민대학이 사용 중이다. 현재 씨티은행 빌딩에서는 경기은행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98년 12월부터 경기은행 해직자 협의회가 15층 일부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5월이면 협의회도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 /이현구기자 blog.itimes.co.kr/h1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