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토요일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한 크리스마스 행사날이었습니다. 행사 시작 1시간 정도 전, 섭외와 길안내 담당이었던 지헌이에게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 아파서 못가요.”
당황스러웠습니다. 크리스마스 인사 멘트를 구상하는 것에도 많은 기여를 해줬던 지헌이가 빠진다니, 예상하지 못했고, 걱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아픈 와중에도 준비한 행사를 걱정하며 문자를 보내줬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지헌이가 속히 회복되서 함께 활동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됐습니다. 방문할 곳들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길안내 역할이 없다는 것에 막막했습니다. 도서관에 먼저 도착한 선규와 경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헌이가 아픈 상황이라서 길안내 해줄 사람이 필요해졌는데, 한 명이 역할을 맡으면 부담스러울까?”
선규 경수와 함께 얘기해보았습니다. 방문할 곳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갈 수 있는 곳들을 잘 알려주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 있는데, “할 수 있어요.”, “여기랑 여기 갈 줄 알아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저를 진정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길안내는 마을을 잘 아는 아이들이 역할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고 인사드리는 멘트를 1시 40분쯤 합류한 창희와 함께 의논하여 말할 부분을 나누었고, 연습했습니다.
산타복과 인사말 연습하고 본격적으로 인사하러 가는 산타들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각자 산타복장, 루돌프 머리띠를 쓰고 출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철길건널목 아저씨의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 ‘똑똑’ 문을 두드리니 아저씨께서 밝게 웃으며 나오셨습니다. “호호호~ 메리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당첨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100만분의 1의 확률로 당첨되셨어요.” 준비한 인사말을 전달했습니다. 철길 건널목 아저씨가 고맙다며 아이들을 안아주셨습니다.
“다음 갈 곳은 어디야?”
어디로 향할 것인지, 아이들은 척척 정하였습니다. 마을에 대한 지도가 머릿속에 있는 듯 했습니다. 아이들을 따라 다리를 건너고, 주공아파트로 향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한 것은 선규였습니다.
“지헌이네 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장소들은 창희 형이 잘 아니까, 형한테 물어보시면 돼요.”
모둠 내에서 맏형인 창희는 동생들에게 신뢰받고 있었습니다. 창희는 아이들과 함께 종이를 펴서 방문할 곳에 대해 회의를 합니다. 선규와 경수는 그 의견들을 들으며 어디로 방문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그 사이에 사진 담당인 선규는 크리스마스 행사 진행 중인 우리 모둠을 카메라에 담아주었습니다.
주공 아파트에는 많은 이웃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웃들의 문을 두드리고, 종을 누르며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끼익-)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호호호 메리크리스마스~”
함께 준비한 동작과 함께 큰 소리로 이웃에게 인사하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인사를 할 때, 선규는 늘 앞장서서 동작을 맞춰주었습니다.
“(하나, 둘~) 호호호 메리크리스마스~”
경수는 그 사이에 열심히 그리고 포장한 과자꾸러미를 준비합니다. 마지막 멘트는 창희가 마무리해줬습니다.
방문한 장소의 어른들, 이웃들도 무언가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어서와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이웃들을 위해 과자꾸러미를 모금으로 준비하고, 예쁘게 포장하여 꾸민 아이들의 모습을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집 안으로 초대해주시고,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습니다. 뽑기 게임을 준비하여 선물을 주기도 하고, 정성스레 쿠키를 구워 과자, 음료와 함께 산타들에게 대접해주셨습니다. 나누면서 날씬해질 산타꾸러미가 오히려 갈 때마다 볼록해지는 모습을 보며 마치 이웃 인정이 쌓여가는 것 같았습니다.
차와 먹을 것, 밝은 인사로 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물을 나누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이웃의 별명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간식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였습니다. 맞이해주신 어른들 역시 밝게 웃으며 알려주시고, 더 많이 주려고 하였습니다.
“왜 이름이 꿀벌이네에요?”
“그건 말이야~”
재미있는 이야기, 다과, 사람들이 함께 지내니 더 따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에 있어서 어떻게 아동과 지역사회의 관계가 생동하고 복지를 이루게 도울 것인가,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해볼만한 최선의 방법은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 였습니다. 지헌이가 못 오게 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역할을 나누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들도 역할을 다시 나눌 필요를 느꼈고, 길을 아는 창희 경수 선규가 길 안내를 함께 책임지며 행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경로를 정하고, 모르는 집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적극적인 모습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헌이네에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경로당이면 공터 옆에도 있었는데!” 마을 주인으로서의 아이들의 모습과 제 역할을 다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이웃들도 단순히 크리스마스 인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간식과 선물을 준비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주시고, 더 주고자 하는 마음들로 어른다움을 보여주셨습니다.
철도건널목아저씨, 지헌 예헌 소헌 태헌이네, 민아 현아 보아네, 창희 태희네, 중앙 경로당 어르신들, 지원이네 모두 고맙습니다. 지역사회의 인정이 눈으로 보이고, 아이들이 자기 역할 이상을 해내주는 주체적인 모습들을 보며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행사를 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우리집에 찾아온 산타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꼼꼼하고 세심한 기록 고마워!
오빠 말대로 아이들과 많이 의논할 수 있던 시간이어서 참 감사했어.
앞으로도 아이들과 이런 저런 궁리하며
즐겁게 지내보자~
‘나누면서 날씬해질 산타꾸러미가 오히려 갈 때마다 볼록해지는 모습을 보며 마치 이웃 인정이 쌓여가는 것 같았습니다.’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표현이에요.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낸 것 같아 괜시리 제 마음도 포근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