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순의 유묵이야기 25>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신 웅 순
세한도 세한도 화제
「세한도」는 1844년 완당의 나이 59세 때 그의 유배지 제주도에서 제작되었다. 제자 우선 이상적은 1843년 계복의 『만학집』과 운경의 『대운산방문고』를 북경에서 구해 제주도에 계신 스승 완당에게 보내주었고, 이듬해엔 하우경의 총 120권 79책이나 되는 방대한『황조경세문편』을 보내주었다. 정성에 감격한 완당은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발문과 함께 고마운 사연을 세세히 적어놓았다.
지난해에는 『만학』과 『대운』두 문집을 보내주더니 올해에는 우경의 『문편』을 보내주었다. 이는 모두 세상에 흔히 있는 것도 아니니 천만리 먼 곳에서 사와야하며, 그것도 여러 해가 걸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단번에 손에 넣을 수 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세상은 흐르는 물살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탁하는 것이 상례 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책들을 권세가에게 기증하지 않고 바다 바깥에 있는 초췌하고 초라한 나에게 보내주었도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여전히 푸 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는데 ……지금 그대와 나의 관계는 전이라고 더한 것도 아니요 후라고 줄어든 것도 아니다. …… 아! 쓸쓸한 이 마음이여! 완당 노인이 쓰다.
이상적은 매우 기뻤다. 그는 연경으로 떠나면서 스승에게 깊은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삼가 「세한도」한폭을 받아 읽으니 눈물이 흘러내림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너무나 분수에 넘 치게 칭찬해주셨으며 감개가 진실되고 절절하였습니다.…… 이번 걸음에 이 그림을 갖고 연경에 가서 표구하여 옛 지기분들에게 보이고 시문을 청할까 하 옵니다. …… 끝에 있는 조항은 보신 뒤에 불태우시기 바랍니다.(유홍준,『김정희』(학고 재,2011),229쪽)
유홍준은 「세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그림이 우리를 감격시키는 것은 그림 그 자체보다도 그림에 붙은 아름답고 강인한 추사체의 발문과 소산한 그림의 어울림에 있다. 완당 해서체의 대표작으로 예서의 기미가 남아있는 반듯한 이 해서체는 글씨의 울림이 강하면서도 엄정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서 심금을 울리는 강도가 아 주 진하다. 이 「세한도」에 더욱 감동되는 것은 그러한 서화 자체의 순수한 조형미보다도 그 제작 과정에 서 서린 완당의 처연한 심경이 생생히 살아 있지 때문이다. 그림과 글씨 모두에서 문자향과 서권 기를 강조한 완당의 예술 세계가 이 소략한 그림과 정제된 글씨 속에 흥건히 배어 있음이 이 그 림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세한도」는 제작 경위와 내용, 그림에 붙어 있는 글씨의 아름다움 그 리고 갈필과 건묵이라는 매체 자체의 특성 등을 간취한 세련된 감상안을 갖춘 사람만이 그 진가 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즉 그림과 글씨와 문장이 고매한 문인의 높은 격조를 드러내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은 그 해 10월 「세한도」를 가지고 동지사 이정응의 수행원으로 연경에 갔다. 이듬해 1845년 정월 그는 벗 오찬의 초대 받았다. 그는 8년 전 이상적이 오찬의 처남 장요손과 시회로 만난 적이 있었다. 이 초대는 그날 재회의 환영연으로 베풀어진 것이다. 연회에는 주인 오찬, 주빈 이상적 외에 장요손 등 17명이 참석했다. 이상적은 그 자리에서 완당의 세한도를 펴놓았다. 좌객들이 다투어 찬·시·문으로 격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것이 세한도에 있는 「청유심육가(淸儒十育家)의 제찬」이다. 권돈인은 이「세한도」를 본으로 하여 또 다른 「세한도」를 그렸다. 송·죽·매 세한삼우에 돌과 집을 곁들여 보다 인간미 넘치는 서화로 바꾸어놓았다. 완당은 이 「세한도」에 화제를 써주었다. 늘 완당 곁을 지키고 있었던 소치 또한 완당의 「세한도」를 바탕으로 아담한 산수화 한폭을 그렸다. 조촐하면서도 스산한 서정이 깃든 소림산수이다. 거기에 ‘완당의 필의를 본받았다’라고 적었다. 이후 소치는 이와 비슷한 여러 폭의 산수화를 그렸다. 후대의 시인·묵객들도 이 완당의 「세한도」를 토대로 하여 많은 시·서·화들을 창작해내고 있다. 또 하나의 현대 문인화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주간 문학신문, 2014.4.1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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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석야 선생님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고 갑니다
오랜 만이어요.건강하시지요? 고맙습니다.
좋은자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