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나는 자꾸 아파요?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
요즘 엄마들,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가 가장 힘들다. 예전에 내가 클 때는 그렇게 많이 안 아팠던 것 같은데, 내 아이는 왜 이렇게 자꾸 아픈 것일까? 내가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아이가 아플 때는 정말 고통스럽다.
엄마 자신이 볼 때는 내 아이만 아픈 것 같지만 사실 우리나라 아이들의 대부분이 아프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최근 어린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질병을 조사한 한 연구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아픈가를 잘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아이들의 몸의 병은 어린 아이 10명 중 8명 정도(81.9%)가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있고, 노인성 질환인 폐렴(6.8%)은 물론 천식(15.2%)을 앓고 있으며, 치아질환인 아이도 35.5%나 되었다. 아토피 피부염은 32.1%나 되고, 소아비만 5.5%, 소아당뇨 1.8%, 빈혈 4.3%, 변비 27%, 장염·설사도 17.1%로 나타났다.
한편 이 연구에서 보고된 아이들의 마음의 병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과잉행동증상 64.5%, 불안 증상 21%, 신경질 증상 24%, 짜증을 내는 증상 50.6%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이들의 정서불안, 스트레스, 과잉행동, 성격장애 등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출산 및 태내의 환경은 양호한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4명으로 2005년 1.08명에 비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심각하며, 출산율 저하 못지않게 심각한 징후는 불임률 급증이다. 지난 10년 사이 2.5배 증가하여 2009년 불임부부 약 140만 쌍으로 기혼부부의 약 17% 정도다. 요즘 젊은 부부의 양수 오염은 물론 정자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정자의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임신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연유산, 사산, 조산 등이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숙아와 장애아의 출산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 어린 생명들의 태내외 환경은 물론 몸과 마음이 심각하게 아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몸과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수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런 현실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사태 와 맞물려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양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부유한 계층의 자녀는 치료와 보호라도 받을 수 있지만, 빈곤계층의 아이들은 질병과 장애 속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의 장래 일꾼인 아이들이 병들면 그 나라는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천박한 육아환경
요즘 우리 아이들이 왜 아토피로 고통 받고 있는가? 아토피의 원인에 대해 ‘엄마 양수가 오염 되어서’, ‘배내똥을 제대로 누지 않아서’, ‘아이가 흙을 피해서(아토피 兒土避)’ 등 여러 가지 얘기를 하지만 ‘아토피는 역천병 내지 문명병’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진단이다. 아토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모든 병은 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도리를 어겨서 온 것이다.
사람은 본래 부모의 몸을 빌려 땅에서 나서 하늘에 명을 걸고 천지부모의 이치기운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람이 땅을 딛고 하늘을 이고 지기와 천기를 받아 생기 있게 살아가면 천명, 즉 125살까지 온전하게 살 수 있다. 사람의 병은 천지인 및 심기신의 조화와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아이들의 아토피를 비롯한 모든 병은 천인합일이 깨지고 신토불이가 어긋나면서 생긴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든 병은 어른들이 자연의 순리와 조상의 지혜를 저버리고 살아온 업보이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질병은 급성 전염병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 뇌질환, 비만, 암 등 만성 생활습관병이다. 사람은 몸에는 독소, 마음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질병이 오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질병 역시 잘못된 식의주 생활습관의 산물이다. 넓게 보면 아이들의 질병과 전지구적 생명위기의 주범은 반생태적인 산업문명이다. 천박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과학과 권위와 법을 내세운 영리적 ? 반생명적인 잉태, 태교, 출산, 수유, 육아 및 교육 환경은 갈수록 더 악화되면서 아이들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신혼방이 불임방일 정도로 오염된 잉태환경, 산모의 욕심과 상술의 태교용품이 판치는 태교환경, 임신중 각종 검사와 유도분만 ? 제왕절개가 성행하는 산과병원, 모유수유보다 분유수유가 좋다고 선전하는 분유회사, 보행기와 의자와 장난감에 갇힌 놀이환경, 좌뇌교육에 치중하는 콘크리트 유치원 등은 모두 어린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또한 아이들의 건강이 악화된 다른 요인은 만성적인 운동부족, 환경오염과 유해화학물질의 범람, 오염된 먹을거리, 경쟁중심의 천박한 양육문화와 교육풍토, 게임중독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게임중독은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 정신적 황폐화로 인한 우울증, 반사회적 인격 장애, 비만 등을 동반하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 질병의 근원은 ‘독의 홍수’를 가져온 죽임의 산업문명이다. 이런 산업문명을 산업혁명이라고 칭송하면서 인간의 질병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만들고 있다. 한편 20세기 의학과 약학의 발전은 급성 전염병으로 인해 아이들을 많이 낳고 많이 죽는 세상을 적게 낳고 적게 죽는 세상으로 바꾸어 놓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학기술의 위력은 어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전 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쳤는데, 아이들의 임신과 출산은 병원의 의사가 담당하고, 수유는 분유회사가 담당하고, 양육과 교육은 아동심리학자와 유아교육전문가들이 담당하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런 방식은 언뜻 보기에 매우 과학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판명되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과학’에서 배우는 아이 치유의 길
다시 말해서 병원과 약국과 분유회사와 공장식 유아교육 체제가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과학적 접근이 아니라 오히려 반생명적·비과학적 접근이라는 사실이 구과학(Old Science)이 아닌 신과학(New Science)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지금까지 그토록 믿어왔던 ‘침대는 과학’이 아니라 ‘침대는 미신’일지 모른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야생의 동물들은 천명대로 살지만 사람이 붙들어 사육하면 병이 나서 천명대로 살지 못한다. 내 아이 병나지 않게 키우는 지혜 역시 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도리에서 배워야 한다. 내 아이를 ‘양계닭’이 아닌 ‘토종닭’처럼 키우는 것이 내 아이 병나지 않게 키우는 최선의 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는 것이 아이들의 질병을 치유하는 최선의 길이며, ‘오래된 미래의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및 인용> 한겨레신문 육아사이트 ‘새로 쓰는 육아 이야기’ (http://babytree.hani.co.kr/)
임재택 교수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 부산대 보육종합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 원장을 12년간 맡아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 왔다. 현재 사단법인 생태유아공동체 대표,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회장, 숲유치원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1996년부터는 ‘유아교육 공교육체제 실현을 위한 범국민 연대모임’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유아교육법 제정을 비롯한 유아교육제도 개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