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 湖夜 이춘효
어느덧 따뜻하게 옮겨붙는 아침햇살을 보며
차가워진 적이 없는 사람처럼 내 가슴에 부서질 때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사라진다
투명한 바탕 위를 헛딛는 것처럼
나의 내부에서 얼음처럼 투명해지는 것들,
이 창백하고 두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야
멈추지 않는 피로 흐른다
저리도 곱게 물들인
가을이란 이름을 삼킨 너는
자꾸만 비워가는 빈가지가 되고,
나를 열고 들어와
내가 가진 장애까지도 아련한
서리꽃처럼 피어있는 이 길에
다가오는 생각들도 하얀 포로가 된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을이 넘어가고 있었고,
나의 하루를 기억해줄 노을이 있는
저녁은 정밀하게 도착해 있었다
첫댓글 허허하고 시린 겨울을 즐겨보는것도 좋습니다~
첫댓글 허허하고 시린 겨울을 즐겨보는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