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귀향 기차에서 '와이파이' 장사

[victoria]

중국 가정에서는 설날 뭐하나요?"

온 가족이 모여 핸드폰 흔들지요"

중국인에게도 설은 최대 명절이다. 올 '춘지에(春節·설)' 때 약 29억 명(인수)이 이동할 거라는 게 중국 언론의 추산이다.

중국인 한 명 당 평균 2.5회 꼴로 기차·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타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올 중국 설, 그들은 무엇을 할까?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이 왕철 연구원에게 물었다.
 

질의 :소장=올해 중국 설, 무슨 특징이 있나요?

응답 :왕철=설 풍경도 이제 '스마트 시대'에 맞게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인터넷 모바일

혁명 때문이지요. 춘윈(春運·설 이동)부터 달라졌어요. 옛날에는 고향 행 기차표를 사려는 귀성객으로 전국의 역

광장이 북세통을 이뤘잖아요. 지금은 전부 핸드폰으로 예매를 합니다. 보통 60일 전에 기차표 예약을 하는데요,

자기가 가고자 하는 날을 역산해 새벽 예약을 합니다. 주요 시간 대 열차 표는 몇 초 만에 예약이 끝나지만 말이죠.

어쨌든 역 광장에 나가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됩니다.

질의 :소장=중국 고속철도는 이미 세계 최장입니다. 1만6000km, 전 세계 고속철도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깔려있지요.

기차 귀성 풍경에도 변화가 있겠지요?

응답 :왕철='와이파이 임대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기차 승객에게 와이파이 공유를 허용하고, 돈을 받는 거지요.

강력한 공유기를 갖고 있을 수록 돈을 많이 벌겠지요. 시간 당 20위안(약 3800원)정도 받는답니다. 고향에도 가고,

돈도 벌고….

질의 :소장=와, 중국인들은 정말 돈 버는데는 천재들입니다. 중국도 세배돈 주지요?

응답 :왕철=그럼요. 홍바오(紅包)라고 해요. 지역 마다, 가정 마다 액수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보다

훨씬 많아요. 저는 고향이 산둥(山東)성의 시골 중소 도시 입니다. 중고등학교 학생이면, 100위안(약 1만8000원)짜리

빨강색 런민삐 두 서너 장이면 됩니다. 대학생에게는 5~6장 정도. 그런데 도시는 좀 달라요. 친구가 다롄(大連)에

사는데, 그곳에서는 중고등학생은 5장 이상, 대학생은 10~20장 정도를 줘야 한다네요. 대학생이라면, 삼촌에게

20만~40만 원 정도를 챙기는 셈이죠.

`스마트 새배 돈`. 중국에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새배 돈을 나눠주는 사이트가 인기다다.

질의 :소장= 와우, 제법 큰 '홍바오 시장'인데요. 왕철씨도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니, 적잖이 부담가겠어요. 홍바오 준비하려면.

응답 :왕철=100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선물은 별도고요. 근데 요즘 '스마트 홍바오'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기능을 갖춘 위쳇이라는 게 있는데, 이곳에 '홍바오(새배 돈)나누기' 서비스가 있습니다.

위쳇에 그룹을 만들어 놓고 친구, 또는 가족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는 홍바오를 던지는 거지요.

가족이 그 홍바오를 클릭하면, 실제로 새배 돈이 내 핸드폰으로 충전됩니다. 복불복입니다. 어떤 사람은 많이 받고,

어떤 사람은 적게 받고 그럽니다.

질의 :소장=재미있겠네요. 가족이 모이면 뭐하나요?

응답 :왕철=한국과 가장 다른 풍경이 하나 있는데요, 스마트폰 흔들기죠. 중국 관영 CCTV에서 설 전 날 밤

'춘완(春晩)'이라는 제목의 연말 특집 오락 프로그램을 합니다. 중간중간 사회자가 '자 핸드폰을 흔드세요~'라고

외칩니다. 핸드폰을 흔들면 현금이나 쿠펀이 실제로 배달 됩니다. 알리페이나 위쳇페이에서 쓸 수 있는 진짜 돈입니다.

가족들이 모여 핸드폰을 마구 흔들어 대는 거지요. 작년 제 어머니는 흔들기로 약 60위안을 벌었습니다.

물론 돈과 함께 광고가 들어오는데, 그걸 봐야 현금이 내 스마트폰에 저장됩니다. 가족들이 TV앞에 모여 앉아

핸드폰을 들고 있는 풍경은 상상만해도 웃음이 납니다.

중국 설 명절의 한 풍경으로 자리잡은 `스마트폰 흔들기`. 가족들이 설 전날 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흔들고 있다.

질의 :소장=여기도, 저기도 '스마트 설'이군요. 그럼 차례는 안 지내요?

응답 :왕철=제사가 있긴 있는데, 한국과 달라요. 설 전날 밤(除夕)에 돌아가신 선조들을 위해 분향하고,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을 태웁니다. 요즘에 종이로 만든 자동차, 종이 아이폰, 종이 아이패드 같은 걸 태우기도

한다네요. 저 세상에서도 문명의 혜택을 마음 껏 누리라는 축원이겠죠. 한국에서는 음식 상을 차녀놓고

절을 하더군요. 중국은 죽은 사람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지는 않아요.

 

질의 :소장=며칠 쉬나요?

응답 :왕철=올해 국가 공휴일은 2월 7일부터 2월13일까지, 공공기관들은 7일 동안 쉽니다. 실제로는

많은 기업들이 2월 5일부터 휴가에 들아가, 14일까지 출근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은 대부분

정월 보름(올해는 2월 22일)까지 쉽니다. 보름이 지나야 농촌에 갔던 노동자들이 다시 도시로 나오지요.

이럭저럭, 한 달 정도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봐야죠.

질의 :소장=중국도 장가가라, 시집가라, 어른들이 스트레스를 주나요?

응답 :왕철=한국과 같아요. 결혼 적령기, 또는 노총각·노처녀들은 그래서 귀성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제 이제 나이 30대로 접어드는데요, 이제 슬슬 시작이예요. 이번 설에 가면 부모님 정해놓은 선 몇 건

봐야할 것 같기도 하고….

[출처: 중앙일보] [소장 묻고 왕철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