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30-
나지막이 열리는
이 새벽이란 무대에
내가 주인공이 된 지가
4년이 되었습니다
까만 밤이 내려앉은
이 어둠과
새벽바람은
매일 마주치지만
늘 이방인처럼 낯설기만 하다
남편의 희망퇴직
택시기사
교통사고
장애인
그래도 살아야 했다
삶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적막한 가운데 내던져진 삶
시간의 퍼즐을 맞춰가듯
고단한 일상에
늘 자신에게
되묻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기대어 살까"
라고
오늘 아침
설거지하는 남편의 뒷모습과
왜소해진 두 어깨가
쓸쓸하고 고단해 보여
흘림자로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가는 길
작은 냄비 안에
내 몫의 노란 카레가
김을 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소소한 집안일에
지친 남편은
쪽잠을 자고 있습니다
"참 힘들었지
수고했어.
오늘도.
라는
말이 적힌 쪽지와 함께
남편의 마음을
반찬으로 만찬을 먹습니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작은 게 행복이구나
부부란
이런 것인가 보다
말하지 않아도
선을 그을 수 없는
이 애틋함들
나의 결함이 채워지고 나서야
남편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남편의 45번째 생일이라
천마리의 종이학을
선물하려 합니다
걷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날개를 달아
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게 하려고요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없는 게 많아도
나의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찬란하니까요
이제
내 앞에 놓인 시간은
오로지
당신을 위해 쓰려 합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힘들다"는
세글자에
얽매이지 말고
"부부"라는
두 글자에
충실 할래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다하렵니다
-퇴근 하는 길
남편과 아들이
멀리서
붉은 석양을 등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카페 게시글
$ 우리들의 이야기
작은 냄비안에 행복
추웅처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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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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