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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도 끝났다.
유달리 무덥고도 긴 여름
그 가운데에 낀 추석,
그래서 사람들은 올 추석은 추석이 아니라 하석이라고 한다.
그렇게 부를만도 하다.
추석 명절이 지난 지금도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다.
다행히 오늘, 내일 비가 오고 나면
제대로 된 가을맞이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더위에 지치니 가을이 그립기도 하다.
그 와중에 하루는 아들래미 내외를 보고
나머지 하루는 딸래미 가족을 만났다.
며느리와는 맛난 차와 식사를 하고
손주들과는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해변도 걸었다.
그러니 이 번 명절 기간에 가장 즐거웟던 시간은
부산 아르떼 뮤지엄에서 보낸 시간이다.
부산 아르떼 뮤지엄은 얼마 전에 새로 개관을 한 곳으로
그 규모로는 세계 최대이다.
세계 최대.
부산은 부산은 최대, 최고, 최초가 참 많다.
세계 최대의 백화점이 있고
세계 유일의 유엔 묘지도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야시장이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부산에 있다.
아이들은 카페 피아크에서 만났다.
아르떼뮤지엄이 카페 피아크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들과 내가 사는 집이 거의 한 시간 걸리는 거리라서
만나서 함께 오기 보다는 카페에서 만나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어치피 만나면 간단한 요기도 하고
차도 한 잔 마시고 가야 하기 때문 이다.
말 그대로
아르떼 뮤지엄은 미디어 아트를 통한 빛의 정원이다.
특히 이 번에는 오르셰 미술관의 작품들과 부산의 다이내믹한 역사와 함께
그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처음 입장 할 때 부터 빛의 세계가 펼쳐 주는 웅장함과 화려함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전체 벽면이 유리와 거울로 이루어져 더욱
화려하고 크게 보이게 만들고 있다.
특히 꽃의 정원에서는 향긋한 장미향이 짙게 풍겨져 나와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다.
한 시간 넘게 머무르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세계의 명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았고
토네이도의 입체적인 분위기도 좋았다.
더구나 실감나는 음향과 함께 엄청난 폭포수와 파도는 더욱 압권 이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관람객 모두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오래도록 한 자리에 머물도록 한 것은 마지막 전시장이었다.
물론 나와 우리도 반 시간 넘게 자리를 편하게 잡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 되는 영상을 다 보고서야 나왔다.
아마 본격적인 가을 쯤에는
또 다른 사람과 함께 두어 번 더 올 것 같다.
그 때는 또 오늘과 다른 기분으로 편하게 작품들을 감상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녁은 남포동으로 나와 얼마전에 개업한 루아엔 티그리에서 파스타와 리조또 등과 함께
맥주 한 잔을 하고는 다시
송도 해수욕장을 찾아 야경을 바라 보며
추석 명절 연휴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고 집으로 오니
온 몸이 지치고 늘어 진다.
걸레처럼 혹은 파처럼 축 늘어 진다.
명절.
이 나이에는 그다지 반가운 손님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