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담임 기피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2.09 03:18
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열린 2022학년도 졸업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에게 졸업장을 전달받으며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A초등학교 교무실에는 2월 초 담임 배정판이 등장한다. 교사들이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희망 학년에 포스트잇을 붙이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그 전에 맡은 학년 등에 따라 누적 점수를 받는다. 가령 가장 기피하는 6학년을 한번 맡으면 10점, 그다음 기피하는 1·5학년은 8점을 받는 식이다. 그 점수 순서대로 희망 학년을 고르는 것이다. 담임을 하지 않고 영어 등을 맡는 교과 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 나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서울의 상당수 초등학교가 이 방식으로 학년을 배정하고 있다고 한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교사들이 갈수록 담임이나 부장을 맡는 것을 꺼려 학교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맘때 교장·교감은 교사들을 붙잡고 담임·부장을 맡아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투표로 정하거나 2~3년 차 막내 교사에게 떠맡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담당하는 부장은 기피 1순위다. 담임 기피가 심해지면서 중·고교 담임 10명 가운데 3명은 기간제 교원으로 채워져 있다. 이 비율은 최근 10년 사이 2배로 높아졌다. 담임 배정을 받으면 휴직해버리는 교사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교육계에서는 담임을 맡으면 업무가 2배쯤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교과 수업 외에도 학생 생활 지도, 상담, 각종 행정 업무, 생활기록부, 학적 관리 등 업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부모 민원도 대폭 늘어난다. 한 서울 사립고 교장이 “지금 학교는 ‘민원 공화국’”이라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닌지 일본에도 학교에 상식을 벗어난 요구나 행동을 하는 학부모를 뜻하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담임이나 부장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결국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담임 수당은 2003년 11만원에서 2016년 13만원으로 올라 지금까지 그대로다. 20년 동안 2만원 오른 것이다. 부장 수당은 2003년 이후 20년째 7만원 그대로다. 수능 같은 시험 감독 한 번만 해도 15만원 안팎을 받는데 각종 민원 시달리면서 한달 13만원 받으니 다들 안 맡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 같다.
▶그래도 필자가 접해본 교사들은 거의 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명감을 얘기하기 전에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본질적인 행정 업무를 대폭 줄여주면서 교권 보호 장치를 보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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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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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멜
2023.02.09 05:00:29
학생부장과 담임교사를 도울 방법을 제시한다. 교문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에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묻지 마라. 중고등학생에게 두발과 복장의 자유를 주면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거듭해서 여론을 환기시켜라. 사회는 학생의 거울인데, 잘못을 저지르고도 왜 저만 가지고 그래요? 조국, 정경심, 조민처럼 또 이재명처럼 내가 뭘 잘못했나? 증거를 대라!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면 학교와 교사에게 방법이 전혀 없다. 다시 강조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야 올바른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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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콩
2023.02.09 09:16:24
100%동의! 법으로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밥좀도
2023.02.09 05:05:08
담임에게 책임과 의무만 강요하고 혜택이 적으며 또한 교권은 무시하고 학생 인권 조례가 있으니 담임 맡기를 꺼린다. 종북 성향 전교조 영향도 상당히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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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king
2023.02.09 06:02:19
담임 전담 교사를 두던지, 담임 수당을 대폭 인상하던지 해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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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멜
2023.02.09 05:14:47
교감 때 운동특기생이 학교 밖에서 집단폭행을 했는데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아래에서 말한 태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거듭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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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멜
2023.02.09 05:10:37
교장 때 학교폭력을 한 여학생과 상담을 했다. 졸업 후에 뭘 해서 먹고 살지를 물으니 마장원을 하겠단다. 지금은 후배들이 겁을 내지만 졸업 후에도 눈만 껌뻑하면 말을 말을 줄 착각하고 있더라. 쌍둥이 배구선수 같은 사례는 학생 때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싱가포르처럼 태형을 도입하고, 하루에 1대씩 치는 형벌을 도입한다면, 예고된 폭력을 당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될 것이고, 이런 소문은 1달 안에 전국에 퍼져 학폭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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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2023.02.09 09:33:58
또 돈으로 해결하자는 말? 교권이 추락하게 된 근본적 원인을 찾아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할 일이지, 문제 생길 때마다 수당 더 주자는 걸로 꼬리 자를 일이 아니다. 또, 교사들 스스로 복지부동에다 월급날만 바라보며 사명감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증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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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기도 감사
2023.02.09 10:01:54
전교조가 만든 학교인권이니 전교조 출신교사를 모두 담임에 배정하여 학생인권 향상에 솔선수범토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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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일
2023.02.09 12:11:38
지금 같은 환경에서 누가 담임을 하고 싶겠나. 대책이라면 담임수당을 월100만원으로 올리면, 줄을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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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2023.02.09 11:40:56
차라리 체육학과나 격투기학과 출신 젊은 남녀를 선발해 학폭.담임.생활지도 전담을 시켜라 취업난도 해결하고 불량학생도 잡을수있다 선생님들한테 폭력으로 도전하는 넘들 많은데 강력한 무력으로 원천봉쇄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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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2023.02.09 13:08:21
이해찬,문쩝쩝,개다이쥬 가담임적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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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abondi
2023.02.09 12:29:58
'담임 기피' 제목만 보고는 아이들이 담임 선생을 기피한다는 줄로 알았네' ㅎㅎ '담임직 기피'. '담임직 기피 늘어나' 줄이는 거 좋아하니 '담기늘'이라 해도 좋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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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집게
2023.02.09 18:22:16
엄마들이 문제야. 학생 담임 말고, 엄마 담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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