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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 '이수광'이 안변 부사로 지낼 때,
그 지역의 한 백성이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돌아온 일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일찌기 세 사람이 함께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갔습니다.
그 때, 장풍(狀風)을 만나 곧장 서쪽으로 밀려 갔는데,
7일 밤낮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문득 한 곳에 이르러 언덕에 배를 대고 잠이 들었는데,
세찬 파도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기에 눈을 떴습니다.
한 거인이 허리 아래는 물에 잠기고 허리 위만 물 위에 드러나 있었는데,
키가 30길이나 되었고 머리와 얼굴과 사지가 웅대해 비할 바가 없었습니다.
세 명의 어부가 배를 저어 피하고자 했으나 이미 뱃전이 들려 뒤집히려 해서
창황히 도끼를 들어 그 팔을 내려찍었더니 거인이 배를 버리고 산으로 올라 갔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배를 이끌고 도망쳤는데,
돌아보자 거인이 산 위에 서 있었습니다.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산악같았는데
어느 지역의 사람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시 서풍을 만나
우리나라 남해안의 강진 갯벌에 배를
대어 돌아왔습니다.
일찌기 동국통감에 어떤 여자가 죽어 바다에 떠 있었는데,
그 음호(陰戶)가 일곱 자였다.라고 했다.
대개 바다 밖에 거인국이 있으니
아마도 방풍씨(防風氏). 장적(長狄). 교여(僑如)의 후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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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
초목에 상해를 입히는 세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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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씨--
고대 중국 남쪽 관흉국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괴인종.
<산해경>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으나 형체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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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적--
중국 춘추시대에 활동한 적족의 일파로 키가 백척에 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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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
고대 중국 남쪽에 부남국을 이루고 살았다고 전해지는 부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