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씨의 아내가 암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3개월 여.
오늘은 아내가 하늘나라로 가 버리고 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태영 씨의 생일이지만 아내가 없는 생일 아침은 쓸쓸하기 짝이 없 었습니다
.태영 씨 홀로 있는 빈 방에 휑하니 걸려있는 짜다만 조 끼를 바라다 보니
병실에서 열심히 뜨개질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옆 에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여보, 내가 예쁘게 조끼를 짜서 당신 생일날 선물해 줄 거예 요..."
매사에 긍정적이었던 아내는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느 날 갑자기
태영 씨의 조끼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이미 암 말기 판정 을 받았던 아내는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지만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힘겹게 한 바늘 한 바늘 뜨개질을 시작했던 것입니 다.
"여보, 당신이 그렇게 힘들게 조끼를 짜 주지 않아도 당신 마음 잘 알아요.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누워 있도록해요."
"아니예요. 나 아직 멀쩡해요. 그리고 내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난 뒤
내 흔적 하나는 남겨 놓아야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제 당 신은 생일날마다
내가 짜준 조끼를 입으면서 날 기억해 줘야 해 요. 알았죠? 호호호..."
아내는 그렇게 애써 웃어가며 마지막 힘을 다해 뜨개질을 했지만 결국
조끼를 완성하지 못한 채 어느날 허무하게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뜨다 만 조끼는 벽 한 쪽에 걸려 아내의 대한 추억만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간밤에 아내와 조끼 생각에 잠 한숨 못 잔 태영 씨는 날이 밝기 도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 태영 씨의 생일을 맞아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가 얼마나 가슴아파 할까 하는 생각에 납골당에라도 가서 아내를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의 유골함은 태영 씨를 반겨주지도 않고,
잘 있었느냐는 말 도 한 마디 없이 태영 씨를 외면하는 것 같아
마음만 더 아팠습니 다.
힘없이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온 태영 씨는 아침도 먹지 못한 데다
한꺼번에 잠이 밀려오는 바람에 소파에 누워 잠시 잠이 들었 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깬 태영 씨가 문을 열어보니
누가 보냈는지 '축 생일'이라고 쓰인 리본과 함께 꽃다발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생일축하 꽃다발을 보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 태영 씨가 물었습니다
혹시 잘못 배달오신 것 아닌가요? 저한테는 꽃배달 보낼 만한 사람이 없는데요..."
"그러세요...? 김태영 씨 맞으시죠?"
"네. 이름은 맞습니다만..."
"그럼 주소도 맞고, 제가 바로 찾아온 것이 맞네요.
여기 생일 축하 카드가 있으니 꺼내 읽어 보세요.
그러면 이 꽃다발을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겠지요."
태영 씨는 꽃 배달원의 그 말을 듣자마자
꽃다발 속에 들어있던 카드를 얼른 꺼내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낯익은 글씨가 한 자한 자 또박또박 적혀 있었는데,
그 글씨는 놀랍게도 이미 하늘 나라에 가 있는 아내의 글씨가 분명했습니다.
태영 씨는 마치 죽은 아내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 것 같은
반가운 마음에 떨리는 입술 로 글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이 당신 생일인데 미역국은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다시 일어나 조끼를 완성해서 당신 생일날 선물로 드리고 싶었지만
그게 사람 뜻대로 되지를 않네요.
그리고 오늘 당신 혼자 쓸쓸히 생일을.. 맞을것을
생각하니 제마음이 너무 아파오네요.
그래서 이렇게 생일축하 꽃다발을 보내드리니
이것이라도 받고 한번 활짝 웃어보세요.
당신의 그 웃는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거예요.
-멀고 먼 하늘나라에서 당신의 아내 드림-
태영 씨는 아내의 말대로 웃어보려 했지만 웃음 대신 울음이 터 져 나왔습니다.
이 꽃다발은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전 태영 씨의 생일에 맞춰
미리 꽃집에 예약을 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래 도 조끼를 완성하지 못할 것을 예감한 아내는 조끼 대신
이 꽃다발 로 남편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여보, 미안해요. 사랑해요. 그리고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꽃다발 속에서는 생전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태영 씨는 멀고 먼 하늘나라에서 배달된 그 꽃다발을
가슴에 끌어 안은 채 한참 동안을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유튜브 선메아리 로 동영상을 볼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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