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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 청소년. ⓒ지금여기 자료사진 |
TV 중독이란 말은 지금도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 중독’ 만큼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왜일까? 그 동안 TV를 만드는 기업들에서 ‘바보상자’였던 TV를 ‘바보 상자’가 아닌 TV로 개량해서일까?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바보로 만드는 그 어떤 것을 TV에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옮기기라도 했을까? 진짜로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각국에서는 이것을 이미 군사적 목적으로 연구하여 사용 중일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TV나 스마트폰, 혹은 그 부품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게임의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 역시 최근엔 중국에 외주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TV가 진짜로 중독성이 있다면, 스마트폰이나 게임이 진짜로 중독성이 있다면, 지금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는 패권 국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사람들이 ‘스마트폰 게임 중독’같은 단어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TV 중독’이란 단어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현상을 기반으로 미래를 유추해 보자.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20년 뒤엔 스마트폰 게임은 지금의 TV보다 훨씬 낮은 입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스마트폰 게임 중독’을 입에 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대체할 무언가는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또 다른 무언가가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사람들의 뇌를 파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만약 나의 비관적인 예측이 맞는다면, 20년이 지나서도 한국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더 하려고 부모와 대립할 것이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스마트폰도 아니고, 게임도 아니고, TV도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 간의 대화를 늘리자는 안이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의 근본은, 새롭고 익숙하지 못한 매체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그 매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그 안과 밖에서 싹트는 권력구도에 있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옳다. 물론 시대의 변화가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문화 매체로서의 게임을 다루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느 모형 제작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였다. 그 고등학생은 평일에 자신이 집에 들어오는 시각이 새벽 4시라고 했다.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집에 들어오는 시각은 새벽 2시였다. 아침 7시 반까지 학교에 가서, 저녁 9시 반이 되면 하교와 동시에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1시 반이었다. 나의 어릴 때를 떠올렸을 때, 비로소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단지 오전 자율학습이 사라져서 시간이 뒤로 조금씩 밀린 것뿐이었다. 난 그 고등학생에게, 조금 더 일찍 태어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미안했다. 내가 자라던 당시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겪었던 끔찍함을 후대에겐 겪지 않게 하겠다는 내 어릴 적 각오가 아직도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난 크나큰 죄책감을 느꼈었다.
노파심에서 이야기하자면, ‘내 아이는 새벽 4시까지 공부를 안 하니 지금이라도 그렇게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마시길 바란다. 간절히 부탁드린다.
칼럼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 질문을 해보고 싶다. 우리는 하루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TV를 볼까? (뉴스를 보는 시간도 포함해야 한다. 매스미디어의 뉴스는 엔터테인먼트로 가공된 정보를 제공하니까. 물론 식사하면서 TV보는 것도 포함시켜야 하고) 우리는 몇 시에 집을 나서서, 몇 시에 집에 들어올까? 우리는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는 데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어느 정도의 돈을 쓰고 있을까? 사람과 연락하고 만나고 이야기하는 데엔 얼마나 시간과 돈을 쓰고 있을까?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는 데엔 얼마나 시간과 돈을 쓰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고단한 삶으로부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수단들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있을까?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은 어떻기를 바라는가? 아마 대단히 모순적인 대답이 나올 것이다. 이 모든 질문들은, 다름아닌 청소년들의 게임에 관한 이야기다.
조대환(도미니코)
넥슨 GT 수석 게임 디자이너. “제라”,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서든 어택”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게임이란 매체를 통해 세상의 여러 면을 공론화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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