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편 영화 속 국민 엄마였던 그녀, 하지만 관 속에서 자녀들이 벌이는 ‘수백억 유산 전쟁’을 바라봐야 했다”
2014년 2월,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한국 영화계의 거장, 영원한 ‘국민 엄마’ 황정순의 빈소.
표면상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고 장엄했지만,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눈에 띄게 놓이고, 영화계 대선배들이 줄지어 조문을 왔음에도,
카메라 플래시 뒤 가족 대기실의 공기는 냉동고처럼 차갑고, 소름 끼치는 살기마저 감돌았다.
유가족들은 상복을 입고, 눈빛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때때로 격렬한 말싸움을 벌이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백 명 아이를 안아주고, 수많은 눈물을 흘리며 스크린을 채운 대배우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그날, 자신의 자녀들이 수백억 원의 유산을 두고 벌이는 피비린내 나는 ‘돈 싸움’을 내려다보아야 했다.
그야말로 잔혹하고 우스꽝스러운 블랙 코미디였다.
1925년생, 40년대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한 황정순.
지금 20~30대에게는 교과서 속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그녀는 한국 영화의 흑백 시대와 컬러 시대를 관통하며, 4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살아 있는 신화였다.
<팔도강산>, <혈맥>, <금약국의 딸들> 등에서 보여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강인한 모성상은,
전쟁 폐허에서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
관객들은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서 진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스크린 밖, 황정순의 실제 삶은 결코 따뜻한 가족극이 아니었다.
그녀는 친생 자녀 없이 살았고, 전 남편과 사별 후 조카를 양자로 입양하고, 의사와 재혼했다.
그녀 곁에는 남편, 전처 소생 자녀, 그리고 양아들뿐—법적으로만 자녀였다.
그녀는 그들을 친자식처럼 키우며 충분한 삶을 제공했다.
하지만 노년, 알츠하이머에 걸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자,
이 무시무시한 비극의 서막이 열렸다.
도화선은 그녀가 연기 인생으로 모은 막대한 재산,
특히 강남구 황금 부지 수백억 원대 건물과 같은 유산이었다.
그녀가 병상에 눕자, 법적 상속자인 양자들과 재혼 가정의 자녀들은 거대한 케이크를 두고 서로의 얼굴을 찢기 시작했다.
한쪽은 유언장을 흔들며
> “어머니가 지정한 유일한 상속인은 나!”
> 라며 외치고,
> 다른 한쪽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며
> “치매에 걸린 노인을 협박해 쓴 가짜 유언장”
> 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치매 전문 병원으로 그녀를 보내기 위한 통제권을 두고, 서로를 ‘불법 구금’으로 고발하는 등,
전국 언론에서 이 구역질 나는 난투극이 생중계되었다.
더 황당한 건, 황정순이 아직 숨을 겨우 이어가고 있는 병실 밖에서,
양쪽 유가족이 고용한 사설 경호원들이 대치하며, 상대가 어머니를 몰래 옮길까 봐 경계했다.
이 정도면, 가장 저속한 막장 드라마도 쓰기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녀가 평생 카메라 앞에서 수백 번 타인의 엄마가 되었음에도,
자본의 탐욕 앞에서, 결국 돈 가방만 움켜쥔 무력한 치매 노인으로 전락했다.
당신이라면 견딜 수 있겠는가?
평생 피땀으로 쌓은 재산이, 자신이 사랑으로 키운 아이들을 서로 물고 뜯게 만드는 저주가 된다면.
의식이 가끔 흐릴 때조차, 그녀는 병상에서 이 피비린내 나는 유산 전쟁을 생생히 들으며 체감해야 했다.
2014년 2월 17일, 89세의 나이로 그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언론은 일제히 화려한 추모사를 쏟아내며
> “한국 영화계의 어머니가 떠났다”
> 라고 외쳤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그녀의 예술적 영혼이 아니라, 테이블 위 수백억 원 유산이 누구에게 돌아갈지에만 고정됐다.
빈소에서 벌어진 자녀들의 냉전은, 이런 저속한 호기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결국 그녀가 눈을 감았음에도, 상속 분쟁은 몇 년간 지속되었다.
우리는 절대 황정순을 단순히 “한때 연기 잘하던 늙은 배우”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그녀의 삶과 죽음은, 가장 잔혹한 계시록이다.
그녀는 보여주었다.
>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위대한 예술가조차, 돈의 욕망 앞에서는 어떻게 철저히 벗겨지고, 무자비하게 소비되는지.
수백 번 남의 엄마가 되었지만, 자신의 자식 손은 끝내 잡지 못한 채 외롭게 떠난 여성.
그녀가 스크린 앞에서 조각한 예술적 숭고함은,
썩은 금전적 욕망에 덮여 완전히 묻혀버렸다.
부디 그곳에서는, 공포스러운 치매도, 피 묻은 돈의 족쇄도 없기를.
오직 연기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 안고, 편히 쉬시길.
수고하셨습니다, 우리의 슬프고 영원한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