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지와 물왕호수의 여름 아침
1. 일자: 2023. 8. 3(목)
2. 장소: 관곡지, 물왕호수
아주 아주 오랜 옛날부터 눈 뜨면 일하러 나가야 한다는 건 수컷의 숙명인가 보다. 집 나섬의 목적이 사냥이든 훈련/학습이든 농사이든, 밥벌이와 연관됨은 동일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 없는 진실이다. 그래서 인지, 오늘 같이 일상의 예외가 생겨도 일단 집을 나가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그냥 놀면 왠지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곤한다.
더위에 일찍 잠을 깬다. 어디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선다.
< 관곡지 >
차 시동을 거는 순간, 관곡지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 연못에 핀 수련을 보고 싶다.
짙푸른 연농장의 여명은 이내 주홍빛 햇살에 사그라진다. 연꽃은 잠시 접어 두고 오늘의 해를 맞는다. 장엄하다. 이리 곱게 물드는 아침 하늘을 본 건 오랜 만이다. 햇살에서 기운을 얻는다.
희고 붉은 연꽃이 흐드려진다. 물 속 수련은 아직 봉우리만 세운 채 꽃은 피우지 못 하고 있다. 텃새가 되어 버린 백로와 물오리가 유유히 연못을 배회한다. 곳곳에서 사진 작가들이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들 중에서도 선생이 있나 보다. 가르치고 배우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다.
나의 이른 아침 집 나섬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농사나 사냥 같은 직접적인 밥벌이는 아니지만, 삶의 지혜와 학습을 위한 일종의 훈련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을 알고 경험하고 이치를 깨우치는 것도 밥벌이를 잘 하기 위한 준비라 여겨진다.
한여름 이름 아침, 관곡지 연밭은 풍요로웠다.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워크 앤 라이프의 핵심이다.
< 물왕호수 >
7시도 되지 않았는데 햇살의 따거움이 예사롭지 않다. 모자에 선그라스도 모자라 썬로션도 바르고 호수 앞에 선다. 모처럼 찾은 물왕호수는 그새 많이 변해 있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길과 물 위에 새로 놓인 데크가 있었다. 덕분에 찻길을 피해 호반의 낭만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좋은 변화다.
태풍이 밀어 올린 무더위의 기세가 맹렬하다. 아무래도 도팔산 8월 산행은 취소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