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울산 지방의회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4·13 총선 패배 이후 견지돼 오던 내연(內燃)이 외부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당(黨)의 장악력이 떨어져 소속 의원들이 ‘항명’사태를 빚는가 하면 일부에선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 동안 지표 밑에 있던 지각 변동이 ‘활화산’으로 분출될 시기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최대 관심사는 15일 실시될 시의회 의장 선출이다. 현재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의총을 통해 윤시철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하지만 김종무 의원이 의총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문제는 김 의원의 출마가 ‘상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 의원 지역구가 있는 새누리당 남구을 출신 박맹우 의원은 김 의원의 의장 선출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을 정도다. 지난 8일 시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공식 언급은 없었지만 이 전까지 김 의원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초 재선의원 일부를 중심으로 한 쇄신 분위기도 의장 선출의 변수 가운데 하나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초선의원은 “시당이 꾸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의원들이 의총을 열어 특정인을 후보로 선출한 것을 정상적인 절차로 볼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는 또 “시의원들이 독자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지 의례상의 절차를 거쳐 미리 의장을 정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떼거리 정치’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초재선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의총에서의 결정과 상관없이 독자적 행보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의 결정이 15일에 있을 최종 투표에서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 새누리당이 제6대 기초의회 후반기 의장선출에서 가장 큰 ‘누수 현상’을 보인 곳은 북구의회다. 이곳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새누리당 정복금 의원은 해당해위를 한 것으로 간주돼 징게절차를 앞두고 있다. 북구의회의 의석 분포는 새누리당 4명, 진보성향의 무소속 3명이다. 전반기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수적인 우위를 앞세워 이수선 의원을 의정으로 내 세웠다. 그러나 이번 후반기에선 초선의 정복금 의원이 무소속의 지원을 받아 4대 3으로 역전했다. 윤두환 당협위원장의 주재로 ‘이수선 재선 카드’를 결의했던 새누리당이 정 의원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당 장악력 저하로 인한 지각변동 조짐‘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로 보는 것이다.
당 장악력이 떨어지긴 동구 의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구 의회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5명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새누리당 의원들의 결정이 사실상 의장 당선을 좌우한다. 하지만 현 장만복 의장이 4번째 연임을 위해 새누리당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양상이란 지적이다. 오히려 진보성향 의원 3명과 새누리당 의원 1명의 지지를 바탕으로 4선 연임을 노린다는 것이다. 한편 안효대 당협위원장은 “당규대로 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체 결정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하라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 의원 5명 가운데 3명이 장의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어 그의 4선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장의장이 여러 가지 이유로 당규를 따르지 않는 것도 새누리당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남구 의회의 의장선출 과정은 ‘태풍 전야의 고요’에 비유할 수 있다. 외면적으론 평온한 것 같지만 내부 마찰은 다른 어느 곳 못지않다. 이번 의장 선출과정에서 남구 갑·을 출신 국회의원 간의 물밑 경쟁이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누가 의장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채익· 박맹우 두 의원 간의 영향력 크기가 점쳐질 것이란 이야기가 일찌감치 나돌았다. ‘안수일 의장 재선 카드’와 ‘박미라 의장 선출 카드’가 격돌한 것도 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종 투표에서 ‘안수일 지지 측’ 1명이 ‘박미라 지지’로 돌아서는 바람에 이채익 진영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항명, 돌출행동, 쇄신 요구 등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개선과 쇄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기득권과 새누리당의 권위에 압도돼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다 당의 위상이 약화되자 돌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 지역 새누리당 당협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A씨는 “이런 상황을 돌연변수로 취급할 게 아니라 시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새누리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음 지방선거 결과가 좌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6/07/13 [17:1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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