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관한 한,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한마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의 진리라는 것이 없는데 내일의 진리가 어찌 있겠는가. 인간이라는 청맹과니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은 헛되노니 헛되다는 것을 아는 것만이 그나마 본전이라도 건질 모양이다/
우주의 가속팽창과 감속수축이론, 암흑에너지와 수정중력 에너지, 기초과학이론과 진공에너지이론 등은 상보적 길항拮抗관계에 있다. 언제나 한 발은 뒤로 뺀 채 한 걸음을 슬그머니 디밀어 본다는 것이다. 뉴턴의 당돌한 고해告解는 그래도 인간적이다/
"I do not know what I may appear to the world, but to myself I seem to have been only like a boy playing on the sea-shore, and diverting myself in now and then finding a smoother pebble or a prettier shell than ordinary, whilst the great ocean of truth lay all undiscovered before me." -Sir Isaac Newton/
뉴턴의 말이란다. 내가 세상에 어떻게 비쳐지는지 모르지만 내게는 내가 발견되지 않은 거대한 진리의 바다가 내 앞에 있는데도 그저 바닷가에서 어쩌다가 조금 더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질을 찾으면 시시덕거리며 노닥거리는 아이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뉴턴의 겸손이 논어의 주공足恭으로 비친 어린 시절이 있었다. 교언영색주공을 좌구명이 치지러니 구역치지라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교묘한 말과 번드레한 말을 좌구명이 부끄러워하더니 공구孔丘 자신도 부끄러워 한다는 말이다/
끝없이 쌓아나가고 한없이 추구하다보면 언젠가 그 꼭대기에 오르리니, 그러라고 태어났고, 그러자고 각고의 세월 이를 악물고 사는 것을 즐기면서, 그렇게 앞뒤 안보고 밀고 나가면 끝이 보이리라 생각했었다. 삶이란 질곡桎梏의 과정이 있어 보람 있는 것...그랬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복덕방 할배처럼 보이는 나이가 되면서, 한 인간의 절대적 성취를 저울추로 가늠할 수 있나 하다가도, 허어, 그게 세계 속 인간Das Mann의 숙명이자 업보 아닌가 하다가...그러고 그러고 구시렁거리는 때가 오기는 온 모양이다/
허나, 천체물리학자가 안 되기를 잘했다고 다독거린다. 평생 빈 하늘 보며 삔 목으로 자랑스런 결론이랍시고 암흑에너지란 없다 라면 쬐끔 서글프지 않아? 오거서五車書의 기백으로, 불유구不逾矩의 지혜로 세상을 위해 한평생 살아 주었다 가 좋진 않고?//
[과학동아]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은?
2018.01.03.
기사: 과학동아에서 발췌
이미지: 적색赤色=적방편이赤方偏移 현상의 도해-이미지 및 해설 과학동아에서 인용
우주는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이를 우주의 가속팽창이라고 한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던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라는 게 있어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아직 암흑에너지가 대세긴 하지만 한편에서는 암흑에너지란 없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이론을 수정하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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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너지=진공에너지?
1998년 우주의 가속팽창이 처음 발견되고서 15년이나 지났다. 2011년에는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지만, 우리는 우주의 표준 모형이 제시하는 물질과 에너지를 모두 동원해도 우주 가속팽창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가설을 도입했다. 그러나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 우주는 갈수록 빨리 팽창한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됐다. 우주는 엄청나게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태어났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하나의 작은 점에 갇혀 있었고, 빅뱅과 함께 폭발해 나온 이 물질과 에너지는 현재 우주의 천체를 만들었다. 현대 우주론으로 알 수 있는 빅뱅 이후의 우주는 10-43초 이후다. 10-43~10-34초에는 우주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이후에도 우주는 꾸준히 팽창해 현재 우주의 지름은 900억 광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허블의 우주팽창 발견 이후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이 이대로 유지될지, 혹은 가속되거나 감속될지 궁금해 했다. 70년 정도가 지난 1998년 마침내 우주가 약 50억 년 전부터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원인을 모르는 과학자들은 정체를 모르는 암흑에너지라는 존재가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암흑에너지의 정체와 성질을 알기 위해 막막한 우주를 헤매고 있다.
진공에너지 - 카시미르 힘은 진공에너지의 존재를 보여 준다. 두 금속판을 몇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틈을 두고 가깝게 붙여 놓으면 이 둘은 서로 다가가려는 힘을 받는다. 금속판 사이의 한정된 공간에는 바깥쪽에 비해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두 금속판은 서로 끌려가는 힘을 받는다. 이 힘은 매우 작아서 최근에야 실험으로 검증됐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우주의 표준모형과 가장 잘 들어맞는 진공에너지 이론(우주상수)이다. 진공에너지를 가장 먼저 우주공간에 적용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다.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면 은하는 서로 중력에 의해 가까워지고, 궁극적으로는 대충돌을 일으킨다. 당시에는 우주가 수축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수축을 일으키는 중력에 대항하는 척력(밀어내는 힘)인 우주상수를 도입했다.
이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상수도 필요 없어졌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가 없어도 정상우주가 될 수 있다며 미래는 우주의 근원적인 곡률에 의해 결정된 다고 견해를 수정했다. 그런데 1998년 우주가 그냥 팽창하는 게 아니라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면 우주의 곡률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이 이미 폐기했던 우주상수처럼 반중력 현상을 일으키는 존재가 다시 필요해진 것이다. 그게 바로 진공에너지다.
진공에너지 이론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간에 서로 밀어내는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 어떻게 에너지가 있을 수 있을까. 여기서 진공이라는 개념을 양자역학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양자역학이 태동한 뒤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크기가 작은 영역에서 물질의 요동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양자요동은 진공에너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공간에서 입자의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과 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실제로는 무언가로 가득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자 가속기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공간에서 입자가 끊임없이 생겨나거나 소멸하고 이러한 운동이 진공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만이라도 알아두자.
진공에너지는 다른 물질과는 다르게 부피가 증가해도 밀도가 작아지지 않는다. 즉, 부피가 증가하면 진공에너지도 커진다. 그런데 왜 진공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촉진할까.
방의 벽이 움직여서 공간을 확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방의 부피가 증가한 만큼 내부에너지의 손실이 있을 것이다. 내부 에너지는 손실되므로, 일은 압력과 부피증가량의 음수를 곱한 것이 된다. 그런데 방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증가한 진공에너지의 양은 균일한 밀도와 부피증가량의 양수를 곱한 것이 된다. 두 에너지가 같으므로, 내부의 진공에너지는 음의 압력을 지닌다. 따라서 음의 압력은 중력에 반하는 척력처럼 우주의 팽창을 촉진하는 것이다. 수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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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5차원을 도입해 중력이 다른 차원으로 빠져나간다고 보거나 중력이 차단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론이 나오기도 했다. 정확한 원리가 무엇이든 간에 거대 규모에서 중력이 약해지면 암흑에너지 같은 미지의 존재가 없어도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할 수 있다. 암흑에너지와 수정중력, 둘 중 어느 것이 우주를 가속팽창시키고 있을까. 우주 전체에 반중력이 작용하는 걸까, 아니면 거대 규모에서는 중력이 약해지는 걸까. 설마 우주의 최대 수수께끼로 불렸던 암흑에너지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지구와 은하의 거리를 알려주는 적색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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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퀘이사를 관측해 얻은 초기 우주의 수소 가스 분포. 우주배경복사에는 우주 초기에 물질이 요동하면서 만든 음파가 새겨져 있다. 이것이 중입자음향진동으로, 이 파동의 길이는 잘 알려져 있다. 똑같은 길이라도 거리가 멀수록 더 작아 보이기 때문에 얼마나 작게 보이는지를 측정하면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과학동아에서 이미지 및 해설 빌림
우주의 구조가 열쇠
그러나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암흑에너지와 수정중력 중 어느 것이 답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2004년부터 5년여 동안은 두 시나리오를 궁극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했다. 실마리는 은하의 분포에서 나왔다. 수정중력 이론에서는 중력 차단 효과 때문에 암흑에너지 이론에서 볼 수 있는 은하의 분포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만일 거리와 구조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면, 이 우주를 암흑에너지의 창문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혹은 수정중력의 창문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거대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그 해답을 똑같은 분광광시야 관측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은하의 적색편이는 우주의 팽창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지만, 그 고유속도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초기에 우주팽창에만 관심이 있었을 때만 해도, 이 고유속도는 제거해야 하는 귀찮은 존재였다. 그런데 2009년부터 진행된 연구를 통해 이 고유속도를 우주팽창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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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선_ysong@kasi.re.kr
미국 UC데이비스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대 연구원, 포츠머스대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천문연구원에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