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읍내동 일보러 갔다가 그 쪽 동네 슈퍼에
과일 사려고 들렸는데 구경하기 힘들었던 포켓몬 빵이 있어서
샀는대요.
바로 이거예요.
어릴 때부터 먹던 삼림식품 빵이더라구요.
작은 애는 저 포켓몬 띠부실 때문에 사오라고 했었거든요.
뭐, 잘 나오기 힘든 것도 있고 구하기 어려운 띠부실은 당근마켓에서 비싸게 팔거나 거래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요거는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빙글빙글 밀크요팡이라는 이름이 있다는걸 지금 알았네요.
암튼 별 생각없이 추억의 빵이기도 했고, 몇 달 전에는 아이들이 이거 구해달라고 그렇게 졸라서 단감하고 바나나 사다가 그냥 생각없이 이 빵을 사온건대요.
근데 저녁 때 학원에서 온 큰애가 이거 보더니...
이거 왜 사왔냐고 따지듯이 묻더라구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그 빵 그 회사꺼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뒷면을 봤더니...
헉!!
SPC 빵이네요. ㅜㅜ
저는 그냥 삼림식품 빵인줄 알았는데 이게 그 빵이었다니...ㅜㅜㅜㅜㅜ
발챙이 밀크요팡은 뒷면에 SPC라고 써있더라구요.
넘 바쁘고 추운 저녁에 슈퍼가서 그런지 제가 이걸 못봤나 봐요...ㅜㅜ
그러니까 제 기억으론 동네 슈퍼에서 샤니빵 아니면 삼림빵 이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던건데... 이게 이런 사정이라는걸 지금에서야 확연히 깨닫게 되네요.
작은애가 파리바게뜨 치즈빵과 흑당버블 라떼 매니아라서 올 여름에도 몇 번 포장하거나 배달시켜 먹었는데 SPC 사건 이후로는 끊었거든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그렇게 불쌍하게 죽은 언니가 만든거라는데 그걸 어떻게 먹냐며 다른데서 사먹겠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거든요.
빵 포장 뒷면에 보니...
이 제품은 알류(달걀), 메밀, 땅콩, 잣,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호두, 오징어, 닭고기, 조개류(굴 포함)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네요.
아마 위 표시된 부분이 공장에서 빵반죽을 하기 위해 반죽기 돌릴 때라던가 오븐에 구울 때 등 여러 종류를 바꿔서 하니까 그런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제가 텔레비전 뉴스에서 봤던 그 사고 현장의 대형 반죽기가 이걸 뜻하는거라고 생각하니 문득 소름이 끼치네요. ㅠㅠ
이 빵을 만들다가...
23살 밖에 않된 여성이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니...
뉴스를 가만히 살펴 보니까 대형 반죽기가 쉼없이 돌아가고 엄청 무거운 밀가루와 반죽 덩어리를 만들어 돌리는걸 계속 반복한다고 하던데. 카톡 보니까 거기서 일하는 분들 다들 넘 힘들고 서로 톡주고 받고 그렇다고 하던데. 물론 공장에서 일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2022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현실이 아직 저런 정도일줄을 정말 몰랐거든요.
근데 더 놀라운건 그 SPC 회장님인가 하는 분의
인터뷰 보고 더 실망했어요. 뭔가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유족분들한테 하는거는 정말 저게 저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만약 우리 아이가 커서 비슷한 일을 당했더라면 ㅜㅜ 아, 요즘 이태원 참사만 봐도 넘무서운데 말이죠.
이 디그다의 딸기 카스타드빵.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예요.
수요일 저녁인가 사온거 같은데 큰애는 이 빵을 먹지 않겠다고 하네요.
제가 먹던가 아니면 버리던가 할거예요.
이 빵 사오던 날 저녁에 중학생인 큰애가 제게 말했어요. 앞으로 1년 동안 SPC 빵과 제품들은 먹지 않을거라고.
그 불매운동 리스트에 있는 가게들에서 사오면 자기는 먹지 않을테니 양해해 달라고해서 제가 우리 아이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분들이 이 불매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문득 대전 SPC 계열 가게를 하시는 시민들과 직원분들도 염려되고 그러네요. 그 분들은 또 무슨 죄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 분명한건 저는 아이 의지를 따라야겠어요.
양심없는 회사는 저도 용서 못해요.
첫댓글 ㅋㅋ
저희 집은 spc 불매 2년 넘게 유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