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8 ~ 09 설악산 등반후기

[박환일]

이번 설악산 등반 공지를 보고 너무나 가고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갈지말지를 계속 정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극적으로 갈수있게되어 전날 참여 신청을 마치고 급하게 설악산 등반을 준비하게 되었다

보통 등반신청을 하면 등반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많이 찾아보고 나름의 준비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해 아쉬웠다

첫째날,

토요일 새벽5시에 일어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설악산에 출발했다

장수대에 도착해 조금은 추워졌지만 등반하기 너무 기분좋은 날씨를 설악산 안에서 즐기며 오고계신 선배님들을 기다렸다

첫날 등반은 미륵장군봉 청원길로 가게 되었다

워낙 악명을 많이 듣기도 했고 겁이 났지만 후등이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루트파인딩을 하고자했다

청원길을 가보고서야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것같았다

적당한 난이도라 생각하고 가다가 뜻하지 않게 만나는 '이건 뭐지?'하는 크럭스들

뒤를 돌아보니 미륵장군봉 전면과는 조금은 다른 멋진 풍경

멀티피치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든 뜀바위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루트인것같다

일부 크럭스 및 마지막 피치는 인공을 이용하기도 하기도 했지만 전과는 다르게 그렇게 큰 자괴감이 들지는 않았다

여러 일들을 겪으며 최고의 확보는 나의 등반능력이고 나의 능력에 맞게 루트를 가면 된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늘어난 체중으로 1년 넘게 실패하고 있는 다이어트와 떨어진 자신감 등은 반드시 회복해야하는 과제이다'

조금더 준비하고 다음에 멋지게 등반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급히 준비하다보니 식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못해 매식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첫날간 오색쪽 식당은 완전한 실패였던것 같다(맛은 있지만 너무 비싸고 느리고...)

숙소에 도착해 선배님들과 맥주한잔하며 이야기 한 시간이 참 좋았다

둘째날,

새벽 4시에 기상해 란희선배님과 정우선배님이 챙겨오신 밥을 먹고(아무것도 준비하고 가지못해 죄송하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다..)

커피도 한잔하며 5시에 숙소에 나가 설악산으로 출발을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로 이미 소공원 아래쪽까지 주차 대기줄이 길게 서있었다

앞쪽에서 승호 선배님과 인택선배님을 만나 비선대로 향했다

전날 비가 왔는지 촉촉하게 젖은 길을 걸으며 삼형제길을 떠올렸다

삼형제길은 한번 가보기도 했고 특히 적벽쪽은 꽤 가봤기에 좋은 등반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적벽 아래 도착하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삼형제길 적벽에 붙어있었고 부산에서 올라온 4명의 팀은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었다

처음 오신 분들이 많은지 붙어있는 사람들은 속도가 나지 않았고 한참을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리다가 은기선배님이 삼형제길 우측으로 길을 들어 등반을 진행하게 되었다

비에 젖어 물이흐르는 처음가는길, 볼트와 확보점이 없는 루트의 등반

높은 불확실성으로 마음편한 등반은 아니었지만 선배님들에 대한 믿음으로 계속 가게 되었다

덕분에 쉽게 해보지못할 경험을 하고 생각하지 못한 경험치를 쌓을수 있었다

개척되지 않는 길은 이렇게 초등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길을 가게 될때 어떻게 등반선을 선택해 확보물을 설치하고 확보지점을 만들고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수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회길로 적벽 정상에 올라 그 많던 앞팀은 사라지고 기존 삼형제길로 접어들었다

적벽을 조금 지나 기상예보를 보니 우천예보의 시간이 앞당겨져 좀더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무명봉 정상쯤이었나... 조금씩 오던 빗방울이 굵어지고 많아지게 되었다

장군봉 아래 도착해 은기선배님이 첫피치를 가시다가 탈출을 결정하게 되었다

비는 제대로 오고 있었고 장군봉아래 나무에 탈출로가 있는걸 선배님들이 발견해 탈출을 하게 되었다

탈출 과정에서도 우천과 비상탈출시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이 배울수 있었다

배운것을 정리하자면

- 물을 먹은 자일은 쉽게 당겨지지않는다. 최소 2인으로 자일을 당겨 한명은 흔들고 한명은 당기며 내려야한다

- 비가오고 걸릴곳이 많은 지점에서 많은 인원이 하강할 경우 먼저 인원들을 60m로 내리더라도 자일 회수는 짧게 자주 해줘야한다

- 급할수록 침착하게, 무전기는 필수...

무사히 탈출하고 설악동에 삼겹살을 먹으며 그날을 추억했다

이번 산행은 오랜만에 선배님들과 술도 한잔하며 이야기 한 시간들도 너무 좋고

등반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운 산행이었던 것 같다

나의 등반후기이니 내 위주의 사진과 코멘트 시작

청명한 하늘 아래 미륵장군봉

청원길의 뜀바위를 지나 치열하게 등반중

미륵장군봉 특유의 색

개인적으로 설악산에서 제일 좋아하는 적벽 위 천불동계곡뷰에서 한장

삼형제 우회길은 이런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녕선배님의 저 자세는 시그니쳐 자세인듯 하다

비상탈출을 해도 그저 좋은 산행

끄읏-!

[이현주]

굳은 날씨에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하였네ㆍ등반하다 보면 실전에서 얻은 경험치들이 상황에 따라 큰 도움이 될수 있어ㆍ등반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상황대처 능력도 필수 거든
암튼 힘들게 시간내서 설악 갔는데 날씨가 받쳐 주지 않아 아쉬웠겠다ㆍ수고했어

[김만희]

다시 가보고 싶은 청원길이네요. 한 명은 흔들고 한 명은 당기고.... 자일 회수는 짤게 끊어서... 배움이 됩니다. 다음엔 같이 갑시다~

[김란희]

설악에서 이틀동안 같이 등반을 하면서 내가 본 환일씨는 등반에 있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그 동안 많은 경험의 축척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아닌가 싶다가도 바위에 붙으면 최선을 다하는 열정에 박수를~, 힘듦에도 빼놓지 않은 배려에 감사를~. 등반하는 내내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