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나는 여러번 넘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
인력에 끌려 어느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자국 발자국이 보인다
뒤꿈치에서 퉁겨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고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싶다
기댈 무게라는 것은 우주와 지구로만 봤을 때는 중력일 테지만, 시에서는 의지 할 수있고 믿음을 주는 어떤 존재이다
1연에서 화자는 허공에 허우적대며 기댈 곳 없이 힘들게 걷고 있다. 우주인이라는 제목을 봐서인지 마치 우주인이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허우적대며 안간힘을 쓰는 것이 떠오르게 한다 또한 기댈 곳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는 우주에서 지쳐하는 우주인의 모습도 떠오른다
2연에 가니 더욱이 ’우주인‘의 모습이 선명해 지는 기분을 느낄수 있다.
화자는 자신이 쓰러져 있는지도 몇 번 넘어진지도 알지 못한다.
또한 제자리를 맴돌며 어느 힘에 이끌려 주위를 공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위아래가 없는 우주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주인의 모습이 떠오르고 2연에서는 우주인이 자의를 잃고 무기력하게 방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마지막 3연에서는 화자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추가적인 말을 한다.
화자는 발자국이 보고 싶다고, 자신이 걸어온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1행의 마지막 행과 3연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화자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재적 관점에서 관찰한 시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제 약간의 배경지식과 함께 시를 해석해 보자.
김기택 시인은 회사원이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힘든 삶과 바쁜 삶에 대한 시도 많이 지었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시를 보니 우주인도 그것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현대인의 무기력함과 고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표현한 우주인의 모습은 현대인의 삶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 허공을 허우적대며 걷는다, 제자리를 맴돈다, 인력에 끌려 공전하고 있다는 표현들에서 어느 것 하나 공감이 되게 만들어 져 있다.
마지막에 와서야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로 화자 자신이 걸어온 길이 의미가 없었다는 것, 그것은 무기력하게 걷고 힘겹게 길을 걸어 왔으나 정작 현재에 본인이 이루어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머지 자신이 남겼던 발자국을 다 잊어버리고 추억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앞서 말했던 현대인의 삶을 우주인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삶이 무기력하고 실패하더라도 한 번씩은 뒤돌아보며 여태까지 내가 남긴 발자국이 무엇인지 또 그 발자국을 토대로 앞으로의 발자국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 고민하고 길을 이어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의 화자처럼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