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번개산행 1일차)
금요일 오후, 이번 태풍은 큰 소란 없이 지나갔다. 미사역에서 4시에 돌팔이와 버럭이가 만나서 홍천을 향해 출발합니다. 징검다리 연휴라 고속도로 막히는 것은 각오를 해야겠지. 다행히 별로 밀리지 않고 90키로 속도로 달려 서석하나로 마트 장을 보고 농막에 6시반에 기적처럼 도착했지요. 농막 주인장 파주 용은 3시에 와서 마당에 풀 뽑고 옥수수 삶아서 기다리고 있다. 우선 허기를 때우려고 준비를 하는데 9시는 돼야 올 산악철인이 벌써 나타난다. 성원이 되었으니 파티를 시작해야지. 파티에는 음악이 빠지면 섭하지요. 주문한지 1년만에 음악 usb가 배달됐다.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곡들도 만족스러워요. 하청공장에 문제가 있었다나 어쨌다나. 음악에 술에 즐거운 시간이었어.
(번개산행 2일차)
부지런한 파주 용은 새벽부터 산행준비에 바쁘다. 평창과 홍천의 경계선인 운두령휴게소에 9시경에 주차를 하였다. 날씨는 구름이 해를 가려서 가을 기온이라 등산하기 딱이다. 처음 가는 계방산에 기대를 걸고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휴게소가 해발 1070m, 게방산 정상은 1577m. 해발 천 미터를 공짜로 먹고 올라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주변에 널려있는 야생화를 보면서 지루함을 달랬다. 어려운 코스는 거의 없었다. 등산객도 가물에 콩나듯. 정상에 오르니 안개가 자욱하다. 간단한 세레모니를 하고 하산하였다. 하산길은 지루하였다. 휴게소에 내려와 홍천집에서 감자전에 막걸리 한잔하고 저녁숙소 가진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운전은 체력 좋은 버럭님이 수고하셧습니다. 저녁식사를 세꼬시로 하느냐 만성횟집으로 하느냐 고민하다가 둘다 하기로 했습니다(훌륭해요).
속초 중앙시장 세꼬시 집에 도착하니 조용하다. 출입문에 "금일 태풍으로 조업을 못해 휴업합니다". 할 수 없이 만성횟집으로 갔다. 싱싱하고 푸짐한 회를 또다시 맛봤다. 주인할머니가 또왔다고 반갑게 환영한다(꿈도 꾸지 말아야지. 날마다 오는 소님이 얼마나 많은데?). 가진숙소에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재미나게 놀았다.
(번개산행 3일차)
중간박수까지 받았으니 빨리 글을 마무리 해야겠네요. 2일차 동네 여자들과 술자리 얘기는 나 혼자만의 희망사항이었는데 세상일이 늘 그렇듯이 계획으로 끝났습니다. 아침 해돋이 본다고 부지런한 세 양반은 5시부터 부산스럽다. 날씨가 흐려 일출을 못보았다. 그래도 해변은 걸어야지. 송지호 해수욕장으로 가서 바위가 특이한 서낭바위, 하얀 등대길 산책을 했다. 아침 해장으로 물곰탕을 먹으러 사돈집 식당에 갔더니 태풍으로 가자미 조림만 된다나! 이런 빌어먹을 태풍 자식을그냥 확! 화를 삭히고 백담계곡 황태국을 먹기로 했다. 굿! 다시 방태산 계곡 트래킹을 하러 가다가 아침가리로 방향을 수정했다. 웬걸, 산악동호인 버스가 20여 대나 와서 난리통이다. 다시 방태산 계곡으로. 물 좋고 한적한 우리의 방태산 아지트! 이렇게 번개산행은 마무리 되었다. 멀리 천사들이 합창을 부르고 쌍무지개가 춤을 추며 번개산행을 기뻐하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