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즈음이 되면 이따금 이 까페에 입에 올리는 반찬 몇 개가 있습니다.
'고구마 순 김치'와 '풀치 조림' 등인데요,
어릴 적 군산에서 자주 먹고 자랐던 음식인데,
그래서 지금도 그 반찬이 입에서 맴돌곤 하는데, 현재 혼자 사는 저는 잘 먹을 수 없는 반찬이기도 하지요.
(저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이 즈음엔 또 '꼴뚜기 젓'에 매운 풋고추를 곁들여 드시곤 했는데, 어릴 적엔, '저걸 무슨 맛으로 드시나?' 했었는데, 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 그 맛에 빠져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요즘엔 그런 젓갈 구하기도 힘들고(옛날 방식으로 담는 젓갈이 없고, 요즘 방식으로 담는 건 제가 싫어해서) 해서 이따금 군산에나 내려가 극히 드물게(운 좋게) 어떤 식당 같은 데에 가면 한 번 정도 맛을 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요즘 철이면 특히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정도의 '고향 음식'이 입에 가물가물 맴돌기도 하는 전데,
요근래 '코로나 사태'로 군산에도 맘대로 갈 수도 없고 또 한여름철이라 쉽게 가지지도 않아,
그저 머릿속에만 그리고 입안에서만 그리워하는 음식이 돼버렸답니다.
그런데 왜 제가 그 얘길 꺼냈는가 하면요,
요즘 먹고 사는 게 영 부실하다 보니(먹는 거라곤, 김치(묵은 김치, 군산에서 보내온 열무 김치)에 장아찌류(깻잎 포함) 고추장에 풋고추 등) 자꾸만 고향음식이 그리워지는데,
지난번에도 군산에 가려고 했던 게,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풀치 조림'이라도 먹고 싶었던 이유도 컸거든요?
그나마 제가 운이 좋아서 형수님이 그 음식을 아주 맛있게 하기 때문에, 제가 가기만 하면 미리 준비해 놓아, 모처럼 입호강을 하기도 하지만, 서울로 돌아올 때는 또 즉석에서 그걸 해 줘서 가져와서도 한동안(일 주일 정도) 먹을 수도 있는데요,
지난번 김치 부칠 때 그 얘길 했었지만, '택배'로 부치면 음식이 쉬기 때문에(그 사이에) 그저 말로만 하다 말았거든요?
그러니, 여름 내내 그런 고향 음식 한 번 제대로 먹어보지 못하고 보내려다 보니,
짜증도 나고,
이놈의 코로나! 하면서 암울한 생각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며칠 전, 또 하필이면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음식 냄새가 뭔가 조림을 하는 것 같았는데(고등어 조림인가?),
약이 확 오르는 겁니다.
그래서, 한다는 게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감히 '풀치 조림'은 꿈도 못 꿨지만(풀치를 사려면 군산 부근에나 가야 해서), 그 대용일 수도 있는 '멸치 풋고추 조림'을 찾아 보니,
그 요리 방법이 그다지 어렵지만도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재료야, 간장 마늘 멸치 들기름은 있는데, 풋고추(꽈리 고추)가 없어서,
에이, 내가 한 번 해서 먹어보자! 하는 생각까지를 하면서,
바로 자전거를 타고 '공릉동 채소점'에 갔답니다.
그렇잖아도 풋고추도 떨어졌기에, '청양고추'도 사고 '꽈리 고추'도 사고, 과일로는 끝물 '참외'도 좀 사왔답니다.
그러면서 다시 인터넷을 틀어 그 요리 방법을(유튜브 동영상) 확인하면서,
거기서 하라는 대로 요리를 따라하기 시작했지요.
거기에는 '올리고 당' '맛술' 그런 것들도 있던데, 저는 그런 것들도 없이 그저 간장에, 누님이 갖다 준 '매실청'을 이용해서,
아무튼 그와 엇비슷하게 요리를 했는데요,
(거기서 가르쳐주는 그대로 그 양을 조절할 수 있나요? '용량기'도 없고, 재료도 다 갖추지 못한 상태라. 그저, 그 상황을 이해하면서 제가 짐작으로 때려 맞추었던 거지요.)
근데, 하는 중에도 어째 냄새가 괜찮드라구요.
그래서 맛을 보는데,
어?
그것도 상당히 괜찮던데, 좀 싱거워서 간장을 조금 더 넣고 조렸는데,
한 쪽에서는 점심 먹을 상을 보다가 요리를 끝내고,
드디어 점심을 먹는데,
아!
너무 맛이 좋은 겁니다. 그러니,
아니, 내가 왜 이걸 못해 먹고 여태까지 입맛만 다시고 지냈다지? 하는 생각이 아니 들지가 않더라구요.
그 반찬 하나 늘었는데, 갑자기 식단이 확 바뀐 것 같고 입맛도 확 살아나니,
진작에 할 걸! 하는 만족감과 후회를 동시에 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제가 손이 좀 큰지,
조금만 해도 됐는데, 처음 시도한 것 치고는 상당히 많이 해서(어차피 혼자 먹는 건데),
앞으로 일주일은 먹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음식하면서는 생각을 못해, 사진을 찍지 못해서 여기에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제 음식 메뉴 한 가지가 는 의미도 있는 거네요.
예순 다섯 나이에 난생 처음으로 해 본 음식인데,
제가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렇게 직접 나서서 그 요리까지 하게 되었는지 잠시 숙연해진 것도 사실이지만(스스로 처량하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그리 어렵지 않게 입에 맞는 음식 하나를 직접 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혼자서도 뿌듯하기만 했답니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하고 (평생을)겁만 내고 있었는데, 해 보니 별 거 아닌 것 같드라구요.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첫댓글 그렇게라도 준비해 잘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마땅히 먹을 게 없는 요즈음입니다.
요리도 필요에 따라서 하게 되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