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의 춘천 이야기9
봉황이 깃든 춘천의 명산 봉의산
<춘천의 지리적 상징 봉의산>
“봉황은 오동나무에 깃들고, 대나무 순을 먹고, 옥천을 마신다.”
춘천시가 세상 최고의 낙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춘천에 사는 사람들 모두의 바람이리라. 그래서 춘천 사람들은 예부터 춘천을 낙원으로 가꾸었다.
춘천시 가운데에는 해발 300.5m로 우뚝 솟은 산이 있다. 이 산은 봉황의 위용을 드러낸다고 하여 봉의산(鳳儀山)이라 부른다. 봉의산은 동서남북 어디서든 계절마다 천변만화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참 아름답다. 자세히 매일 그 변화를 지켜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산인지 알 수 있다.
봉의산을 오르면 춘천시 곳곳을 관망할 수 있으니 경치를 보는 관망대(觀望臺)로도 일품이다. 남북으로 봉황이 머문다는 봉황대(鳳凰臺)와 봉추대(鳳雛臺)도 있으니, 가히 춘천은 봉황이 깃들 땅이다.
춘천 사람들은 그렇게 봉황이 깃든 낙원을 가꾸며 춘천 곳곳에 봉황과 관련 지명과 건물을 지었다. 곧, 옥천동(玉泉洞), 죽림동(竹林洞), 봉의동(鳳儀洞), 위봉문(威鳳門), 오식령(梧植嶺) 등이 그러하다.
<세월의 절대정신을 지킨 사람들>
“올해는 나라에 평화가 깃들고, 춘천 사람들 모두 만복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새해 첫날이면 해 뜨는 광경을 지켜보며 봉의산 정상에는 춘천 사람들이 모여 기원한다. 이런 기원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춘천 사람들은 봉황이 깃든 낙원을 꿈꾸며 봉의산을 중심으로 각종 기원을 했다. 봉의산에 관아 문소각(聞韶閣)을 지어 순임금의 덕치를 지향하고, 향교를 지어서 참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교육하고, 충원사를 지어서 사랑이 깃든 땅이 되기를 빌었다. 어디 그뿐일까. 민주와 평등사회를 바라며 기생 전계심의 무덤과 비석도 두었고, 전쟁이 없는 땅을 기원하며 순의비(殉義碑)를 세웠다. 춘천 최고의 축제 소양제가 순의비에서 시작한다. 장수를 염원하며 부엉이바위에 이름을 새긴 흔적도 있다. 이보다 더 많은 상징물이 봉의산에는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징물은 모두 그 시대 최고의 정신인 절대정신을 담고 있으니, 춘천 사람들의 마음을 알만하다.
<춘천 사람들이 만들 낙원>
“푸른 봉의산 성인의 교화 띠어서/ 아름다운 이름 지금까지 전하는데/ 봉황 날아가니 풍류소리 끊어져/ 산에 올라보니 홀로 쓸쓸하여라”
이 한시는 강원도 감사를 지냈던 반석평(潘碩枰)이 1531년에 이백의 <등금릉봉황대>를 차운해서 쓴 시이다. 봉황이 다시 날아와 성군의 덕치가 이뤄지기를 바란 마음 간절하다.
봉황은 ‘덕이 높은 천자(天子)가 나오면 나타난다’고 했다. 봉황이 안 보인다고 걱정하지 말 일이다. 춘천 사람들이 성군의 덕치를 마음에 간직하면, 곧 봉황은 춘천의 하늘을 날지 않겠는가. 순임금이 연주했던 ‘소소(簫韶)’라는 아름다운 음악도 봉황의 춤과 함께 허공중에 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