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화공·섬유 분과 · 김하석
인류 문명은 에너지의 활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석탄이 대량으로 사용되었고, 이어서 전기, 석유, 신재생에너지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변천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 생활의 풍요와 윤택함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의 증가는 기하학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필연적으로 대기 중 CO2 농도를 현격히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 자연생태계의 교란으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면서 세계적인 CO2 저감 노력이 시작되었다[1].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화석연료의 고갈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필연적인 숙제를 요구하고 있다.
1. 수소, 그중에서도 그린수소
화석연료(탄소)를 이을 에너지 운반체로 지목된 물질은 수소라고 많은 과학자들이 믿고 있다.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라는 용어도 Bockris 교수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고[2], 미래에 소요되는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유통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소 생산은 메탄가스 개질(SMR)에서 CO2 발생을 없애는 메탄 열분해(pyrolysis)[3], 수전해(electrolysis, 그린수소 포함)[4], 광전기 화학적인 방법(PEC), 바이오매스 등, 기술-의존성이 큰 새로운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이 그린수소다. 신재생에너지(태양광이나 풍력)를 활용하여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를 이르는데, 이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을 뿐 아니라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그린수소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에 직접 사용하면 교통 분야에서 배기가스로 물만 배출하므로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그림 1). 또, 철강, 화학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에서의 사용이 가능하며,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또,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풍부한 에너지 원이지만 변동이 심하고 간헐성으로 인해 양질의 전기가 생산되지 못해 대규모의 전기 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 단점을 대형 배터리 대신 그린수소로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매개체로 사용될 수 있다. 이렇듯, 그린수소는 무공해 에너지운반체이며 에너지 저장, 이동 수단, 산업용 원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림 1> 지속가능한 그린수소 생산과 전기발전
그린수소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기존의 생산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수소 저장, 운송, 충전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며, 전기분해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한 도전도 안고 있다. 참고로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가지의 수소 생산 단가는 메탄가스 개질(SMR, 그레이수소)은 $1.0~1.5/kg, PEM 수전해가 $2.5~5.0/kg, 알카리 수전해는 $1.5~3.5/kg, 바이오매스는 $2.5~4.0/kg, 탄소포집을 포함한 석탄 기화법은 $2.0~3.5/kg이고 기타 고온 전기 분해법이나 광전기 화학법은 이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에 비해 그린수소는 $4.1~7.0/kg으로 아주 높지만, 미국 DOE에서는 기술개발과 대량생산으로 2026년까지 $2.0/kg, 2031년까지 $1.0/kg이라는 Hydrogen Shot Initiative를 발표하여 깨끗한 수소 개발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5]. 이런 경제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린수소에 대한 관심은 탄소중립과 직접 연관된다.
저장과 유통은 가스 대신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수소는 궁극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생산만큼이나 저장이 쉽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는, 즉 끓어오르는 온도가 -253℃에 이르며, 어떤 원소보다 가벼워 상온·상압 에서는 밀도가 낮다. 아울러 그린수소를 공기에서 포집된 CO2와 반응하여 메탄올을 만들거나, 더 나아가 에탄올 등 e-연료[6]로 변환하면 수소 운반체 또는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안이 된다. e-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순탄소 배출량은 0의 탄소사이클이 구현되어 탄소중립에 기여하게 된다.
<그림 2> e-연료의 개념(6)
2. 탄소중립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와 같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는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하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이 논의는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195개국이 합의한 내용으로 2100년까지 유효한 협정이다. 여기서 온도 상승한계를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0℃ 이내로 줄이는 내용이다. 이것을 글라스코 CoP26에서는 IPCC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에서 추천한 1.5℃로 낮췄다. 핵심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CO2를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 것인가’이다. 보고서에는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45%의 CO2를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CO2 배출과 흡수가 서로 완전히 상쇄되는, 이른바 Net-Zero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2℃ 상승과 비교하여 1.5℃ 상승 시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해수면 상승, 기반 시설 등의 피해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CO2 저감 노력은 1) 에너지 효율성 향상, 2)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3)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산림 관리 및 조림 등의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결론
탄소중립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목표이며, 그린수소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린수소는 무공해 에너지원으로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생산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보조금 및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 및 법적 지원과 지속적인 연구)과 글로벌 협력(국제적 기술협력과 공동연구)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과 그린수소의 연계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참고문헌
[1] Paris Agreement (CoP21), United Nations 2015 & Glasgow Climate Pact (CoP26), UN 2021.
[2] J. O’M Bockris. Science 176, 1323 (1972).
[3] S.R. Patlolla, et al. Renew. Sustain. Energy Rev., 181, 113323 (2023).
[4] Marc Koper, et al. Nat. Rev. Methods Primers, 2, 84 (2022).
[5] Hydrogen Shot, DOE Fuel Cell and Hydrogen Technology, DOE. USA (2021).
[6] Papanikolaou, et al. ACS Catal., 12, 2861 (2022).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 학사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UC 화학과 석사, Ph,D.
전 서울대학교 자연대 화학과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에너지과학부 석좌교수
전 국제전기화학회 (ISE)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