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꽃담희망편지 024년 9월 12일 목요일
기간제 교사
김미순
우리집은 우리 시에서 명문 여자고등학교 앞에 있다. 떡볶이와 김밥, 순대, 칼국수, 겨울에는 호떡과 찐빵을 판다. 사펫은 태국 출신이다. 십년 넘게 우리 집 일꾼으로 근무했다. 처음 그들을 안 것은 우리집에 새들어 살았다. 남편이 죽자 할 일을 찾던 중 어머니 장사 매매장의 일꾼으로 들였다. 그때까지도 어머니 혼자 일했다. 야진아는 그녀의 딸인데 조금 못 생겼다. 사펫은 워낙 성실하고 착해서 어머니의 마음에 들었다. 부지런하기는 말해 무엇하나? 어머니보다 먼저 매장에 나와 청소하고 그날 쓸 야채를 손질해 놓는다. 그녀도 과부라 어머니가 처지가 비슷해서 자매같이 지냈다.. 단지 아직 어린 딸이 귀엽기만 하다. 나도 친여동생같이 잘 해 주었다. 야진야가 그 고등학교 1학년에 재힉중이다. 공부는 정말 잘했다.
"정진이가 임용고사 패스했다니 이젠 고생 끝났네요"
"발령이 나야말이지. 가까운 학교로 발령이 나야 하는데ㆍㆍㆍ"
어머니는 웃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잔치라도 벌여야지요.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합격했으니"
그래서 이틀동안 모든 메뉴에 천 원 을 깎아줬다.
같이 시험 봤던 친구들은 죄다 떨어졌다. 현길이는 사귀던 여자친구에 배신 당핬다. 대학 사 년동안 열렬히 사랑했으나 떨어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을 꺼버렸다. 내년에 합격하면 그녀에게 전화 할거라고 힘자게 알했다. 진수는 어머니 뵙기가 죄송해서 텐트 하나 메고 산속으로 피신했다.
나는 컴퓨터 과목이었다. 요즘 AI 시대라 교사도 많이 뽑고 학교에서도 많이 필요했다. 특히 이 학교 여학생들이 많이 신청하여 정식 교사가 있는데도 나를 채용한 것이다. 더구나 내 부전공이 국어라 혹시 병가가 발생하면 유용하게 써 먹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하고 종종 국어 수업에 투입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시를 낭송해 주면 눈을 감고 꽤 진지하게 듣고 있다. 국어를 전공했으면 하는 후회가 생기기도 했다.
집 앞이라 1교시 시작 전이면 충분하다. 아이들 출석을 확인해야 할 담임이 아니니 9시 전에 내 책상에 앉으면 되었다.
"김정진 선생님, 축하해요.실력은 걱정없는데 우리 학교가 여자고등학교
라는 사실이예요"
"네, 잘 압니다. "
여자들이라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진 선생님은 잘생겨서 걱정스럽네 흐흐"
여자 교감이 짧게 웃었다.
특히 실기 수업에서 정말 조심해야 했다. 아이들이 키보드에 손을 얹고 나한테 무슨 키를 누를까 할 때 직접 내 손을 그 핛생 손을 잡고 움직인다. 말로 하기는 너무 늦어서 손을 잡는 게 나았다. 또 어떤 학생은 손을 잡지 않으려는 듯 내 팔을 잡고 빙긋이 웃으며 키보드를 바라보고만 있다.
조심해야지!
교정에 개나리가 가득 펴서 봄 햇살을 내려줬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솔직히 말히자면 정말 놀라고 두려웠다. 교단에 선다는 게 떨리고 힘들고 안타까웠다. 10개 반을 돌아다니며 이름을 소개하고 대학을 소개할 때 아이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 그 명문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이 바로 눈 앞에 있다니 ㆍㆍㆍ
휴휴, 일주일의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설 때
"오빠"
야진야가 세 멍의 친구들과 같이 오고 있었다. "
"애들아, 알지? 인사해 우리 오빠야"
애들이 가벼운 목례를 했다. 약속이나 한 듯 우리집 매장으로 갔다. 나도 덩달아 발걸음을 서둘렀다.
"내가 날게. 뭐든 시켜"
야진야가 말했다.
떡볶이가 나왔다. 떡과 어묵이 조화롭게 어울어져 맛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시끌벅적 하게 수다를 떨며 젖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아, 매워"
태희가 물을 찾았다. 물을 들고 마시려다 엎어 버렸다. 계산대에 앉아 있던 내가 벌떡 일어나 태희 곁으로 갔다. 손수건으로 태희 허벅지를 닦았다. 괜찮아요를 외쳤다.
"오빠, 손이 따뜻하네요."
태흭가 웃으며 자기 손을 니 손에 갖다 부쳤다.
나는 얼른 태희 손을 뗐다. 혹시 성추행이라 고집부릴 수 있다.
그날 이후 그들은 사나흘에 한 번 씩 순대나 김밥을 먹곤 했다. 그때마다 내 손을 잡고 안녕하세요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9월 부로 발령이 났다. 강원도 강릉이었다. 내가 숙소를 알아보려고 한참 정신없이 옷을 챙기는데 어머니가 전화했다.
"야, 태희라는 애를 아니?"
어머니 장사 매장에 갔다. 별로 잘생기지는 않으나 귀여운 태희가 .새초름하니 앉아 있었다. 떡볶이 접시를 테이블에 두고서..
"선생님, 발령 났다면서요. 여자학교예요?"
"아직 모른데. 떡볶이 먹으려고!"
"아니요.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뭘"
"저, 선생님 사랑햐요. "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달래야 하나?
여고생들이 가끔 선생님을 사랑하여 결혼에 이른다는 사연이 종종 있었다.
"선생님, 저도 따라 갈래요."
"안 돼. 어떤 학교인지도 모르고 부모님 허락도 안 받아잖아"
갑지기 태희가 엉엉 울었다. 어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폣은 빙그레 웃었다.
태희는 할 수 없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
나는 마음이 안 좋았지만 잘 되겠지 하며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탄 것은 대학때 이후 처음이다. 낭만은 없고 어두운 터널 같았다.
일주일 후 태희가 매장에 나타났다. 다찌고짜 무슨 종이쪽을 내밀었다. 각서였다.
"선생님,각서에 서명하세요. 안 하시면 성추행으로 고발핚 거예요"
작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태희의 허벅지에 물을 닦아주던 그날의 사진.
자기가 졸업하고 바로 결혼한다는 거.
세상믄 참 험하고 무섭다는 것. 사랑은 참 이기적이고 안탑깝다는 것.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