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의 길의 기원, 예루살렘
십자가의 길의 시작은 초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세기 신자들은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를 지고 걸었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묻힌 자리를 방문하곤 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고 그를 통해 우리가 얻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기억하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정형화된 처(處)나 기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이 일어난 장소를 따라 행렬하던 전통은 오늘날 십자가의 길 기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십자가의 길’이라는 용어는 중세시기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보나벤투라 등의 성인들도 이 십자가의 길에 큰 관심을 두고 참여했다. 성인들은 십자가의 길을 방문하는 순례의 여정을 단순히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행위로만 여기지 않았다. 이 십자가의 길을 걷는 순례 자체가 신자들의 신심을 수련하는 기도로 봤고, 많은 신자들이 이 십자가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가 머문 곳, 14처
오늘날 우리는 14처를 만들어 성당에 설치하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곤 한다. 각 처(處)는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으며 이동하던 중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장소들이다. 이렇게 처를 만들어 기도하는 관습은 12세기경부터 시작된 풍습이다.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을 걷고 기도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순례했다. 그러나 모든 신자들이 이스라엘이라는 먼 땅을 순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 순례길은 때로 이교도들에 의해 막혀있는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순례를 갈망하는 신자들이 자신들의 도시에도 예루살렘 십자가의 길을 본 딴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처다. 각 처를 따라가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행위는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하는 행위와 같은 의미를 지닌 것이다.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