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공항서 여객기 지면 충돌 사고, 89명 사망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름 나있는 태국 남부의 푸켓 국제 공항에서 지난 16일 오후, 방콕의 던므엉 공항을 출발한 저가 항공인 “원-투-고(One-Two-Go)” 항공 소속 OG269 편 여객기가 오후 3시 40분 경 푸켓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지면과 심하게 충돌한 뒤 동체가 두동강 나면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23명과 승무원 5명 등 모두 130여명이 타고 있었으며 승객 중 70% 이상은 관광객으로 유럽인이 많았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가운데 총 89명이 사망하고 40명이상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확인 결과 다행히 한국인은 탑승객 명단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푸켓 국제공항은 사고 직후 폐쇄되었다가 인명 구조 작업과 사고 현장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17일 오후 다섯시 경부터 운항이 재개되었다.
쑤라윳 쭐라논 총리는 어젯 저녁에 사고 현장을 방문,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직접 만나 위로를 전하며,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푸미폰 국왕과 씨리낏 왕비 역시 부상자들의 치료를 위하여 8십만 바트 (한화 약 2천 3백만원) 의 지원금을 하사하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결론 내릴 수 없다. 다만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악천후로 인한 사고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착륙을 시도하겠다는 기장의 방송이 있은 후 기체가 지면과 강한 충돌을 일으키고 약 3분 후 기내로 불이 번졌다고 하며, 사고 여객기는 강한 비바람이 부는 상태에서 관제탑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받은 잠시 후 조종사 측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비상 신호를 보내오고 나서 바로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국장에 따르면 당시 조종사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강한 비바람때문에 착륙을 포기하고 선회를 하려던 중 기체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지면과 충돌을 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조종사의 판단력과 과실도 이번 사고의 한 요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편, 원투고 항공의 모회사인 오리엔트타이 항공 측은 순간적인 국지 돌풍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 규명은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판독 작업이 끝난 후에야 알 수 있으며 (미국에서 판독 예정) 앞으로 수 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동남 아시아 지역에서 저가 항공사 소속 여객기의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이번 사고로 저가 항공사들의 안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나왔다. 바로 지난 6월 25일 이웃나라인 캄보디아에서 저가항공기가 정글로 추락, 한국인을 포함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또 연초에는 인도네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애덤 항공의 여객기가 해상에 추락해 백여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원투고 항공의 모회사인 오리엔트타이항공 역시 비행기 내부 결점으로, 인천 공항에서 오랫동안 연착이 되어 있었던 경험이 있다.
9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의 지형적 특성과 경쟁 구도에서 기인하여 저가항공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타이 항공이나 싱가폴 에어라인 같은 대기업 항공사들이 대주주로 있는 녹에어나 타이거항공 등은 안전 상태가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정이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저가 항공사들은 안전 규정 준수 문제와 노후한 기체, 그리고 숙련된 조종사와 기술자 부족 문제 등이 계속 지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고 역시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저가 항공의 안전 문제에 관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쑤라윳 총리는 이번 사고가 태국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예매 취소율도 우려보다 높지 않아, 사고 이후에도 승객들이 저가 항공을 많이 이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관광지로의 이동 수단으로 저가 항공을 부쩍 선호하게 된 최근, 관광 대국인 태국에서는 더욱더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언론에서는 추락 사고 발생 시 대처법과 비행기에서 가장 생존율이 높은 좌석 위치 등을 많이 보도하고 있다. 참고로, 비행기에서 생존율이 가장 높은 좌석은 일등석도 비즈니스석도 아닌, 이코노미석 가장 뒷 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상사태 발생 시에는 안전벨트를 꽉 조인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숙여 머리를 무릎에 대고 다리를 감싸안은 자세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