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도깨비의 목말 석존께서 라자가하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중이 있었다. 그는 원통하고 서러워서 울면서 길을 걷고 있었는데 도깨비를 만났다. 이 도깨비도 역시 법을 범하였기 때문에 비사문천 왕(毘沙門天王)으로부터 파문당하고 있었다. 도깨비는 이상스럽다는 듯 중에게 물었다. “왜 울면서 길을 걷고 있습니까?” 그는 지금까지의 일을 도깨비에게 이야기하며, “나는 어떤 일을 저질러서 동료들로부터 배척을 받았기 때문에 단가(檀家)의 공양을 끊기고 또 나의 소문이 세상에 퍼졌으므로 앞길이 막막하여 이렇게 비탄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도깨비는 중에게 말했다. “내가 도와드리죠. 그러면 당신의 악명도 말끔히 씻어지고 공양도 전과 같이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왼쪽 어깨 위에 올라타고 계십시오. 당신을 어깨에 태우고 하늘을 걸어 다니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은 보이고 나는 보이지 않으니까 당신의 신용은 금방 회복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공양물이 생기면 우선 나에게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약속은 성립되었다. 도깨비는 곧 중을 어깨에 올려놓고 제일 먼저 그 중을 배척한 부락의 상공을 걸어 다녔다. 부락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한편 놀랍고 신기하게 생각하여 득도한 중을 공연히 다른 중들이 배척한 것이라고 입을 보아 중들을 비난하며 절로 몰려가서 여러 중들을 공박하고 다시 그를 맞이하여 절에 있게 했다. 그래서 그는 힘들이지 않고 공양을 받게 되었는데 도깨비와의 약속을 지켜서 의식 기타의 공양물이 생기면 먼저 도깨비에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늘 하는 대로 도깨비는 중을 어깨에 태우고 하늘을 걷고 있었는데 그때 뜻밖에 비사문천 왕의 일족(一族)과 맞부딪치고 말았다. 도깨비는 비사문천 왕의 일족을 보자마자 몹시 당황하여 그 중을 내동댕이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중은 불쌍하게도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잡비유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