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99) 조조의 회유와 진궁의 의각지세(倚角之勢)
초선이 여포의 갑옷을 챙겨주며 말한다.
"장군, 공대 선생은 충심으로 말씀하신겁니다. 그러니 선생 말씀대로 하세요."
그러자 여포가 퉁기듯 말한다.
"진궁의 충심은 알지만 너무 오만방자 하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초선이,
"장군은요? 장군은 그렇치 않나요? 소첩이 알기엔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사람은 장군이신줄 알았는데요 ..."
하고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어서,
"장군, 생각해 보세요. 전에 진규 부자가 장군께 얼마나 겸손했습니까? 그런 겸손 속에 간사함이 있었잖아요?"
그러자 초선의 말을 가만히 듣던 여포가 두 눈을 꿈쩍이며 말한다.
"당신 말이 맞소! 진궁에게 부끄럽군."
그러자 초선이 아름다운 자태를 살랑살랑 흔들며,
"용맹함에 있어서는 장군이 천하무적이고 지략에 있어서는 공대 선생에게 비하면 장군은 어린애에 불과해요. 됬어요, 얼른 가셔서 공대 선생과 어떻게 하실지 상의하세요. 어서요!..."
"응!..."
잠시후, 하비성 남문이 열리고 방천화극을 한 손에 꼬나 쥔 여포가 사수강(泗水江) 건너에 서 있는 조조의 앞으로 말을 달려 나왔다.
그러자 망연히 기다리고 있던 조조가 여포를 향해 예를 표하며,
"봉선! 반갑네, 반가워 ..."
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
그러자 여포가,
"맹덕 형, 오랜만이오!"
하고? 덤덤하게 대꾸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렇군! 동탁 승상부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지? 오랫만에 보니 더 반갑구먼, 하하하!"
그러나 여포는 적의(敵意)를 갖고 대꾸한다.
"솔직히 말해, 내게는 오 만의 군사와 백일 치의 군량이 있소. 보다시피 하비성은 높이가 삼장(三丈)에 두께가 이척(二尺), 삼면(三面)이 강으로 둘러싸여 난공불락이지."
그러자 조조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말한다.
"봉선! 오늘은 그런 말을 듣자고 온 게 아니고, 옛 정을 생각해 회포를 풀려고 온 것이오!"
"회포?"
"그렇소! 나도 솔직히 말해주지, 나는 천하의 제후들 중에 봉선, 자네외에는 그 누구도 두렵지 않고, 그 누구도 존경치 않치! 한 마디로 말해, 이 조조가 여포를 경애한다는거요!"
"진심이오?"
"당연하지! 생각해 보시오. 동탁이후, 원술, 원소, 유표, 도겸, 공손찬 등이 있지만 그 누구도 천하통일을 못 한 것이 무엇때문이겠소? 그건 바로, 여포가 있었기 때문이오. 장군이 동탁을 도울 때, 동탁은 수도를 장악했고 또 원술을 도울 때는 원술이 황제를 칭하지 않았는가 말야!
하하하.... 유비를 도울때는 심지어 싸우지도 않고, 서주를 취하지 않았소? 그래서 사람중엔 여포, 말 중엔 적토!... 과언 허언이 아니었소. 게다가 방천화극까지 가지고 있으니 천하 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 .."
그러자 조조의 칭찬에 의쓱해진 여포가 뺀줄뺀줄 웃으며,
"그럼 물론이지!"
하고 의기양양하게 대꾸하였다.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그것만 보더라도 장군이 나를 돕게 된다면 이 조조의 대업 달성이 쉬울 텐데, 안타깝소. 여 장군이 요 몇 년 동안 동분서주 했지만 승패가 불분명했고, 행선지도 명확하지 않아서 각지 제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 하하하... 장군을 받아 들이자니 성을 뺏길 것 같고, 장군을 없애자니 도저히 힘으로는 못 당할 것 같단 말야, 안 그렇소?"
"그렇소, 맹덕형의 말이 맞소!"
"해서 나도 고민을 해 왔소.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죽기살기로 싸우기 보다는 모험을 하는 것이 어떤지?
그렇다면 어떤 모험을 하느냐? 우리가 동맹을 맺고 대업을 도모하는거요.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소! 봉선! 잘 들으시오. 내가 가진 모든 군마를 넘기겠소. 장군이 삼군 대원수가 되어서 전투에 전념하고, 나는 군량과 무기를 제공하리다.
내가 싸움은 못 해도 지원은 잘 할 수 있소. 그게 이 조조의 장점이 아니겠나?"
그러자 여포가 호쾌하게 웃으며,
"하하하! ... 동탁이 그렇게만 했다면 벌써 황제가 됐을거요."
"그럼,그럼,그럼... 옳은 말이오. 동탁이 우둔해서 장군의 진가를 몰라 본 거지, 봉선! 우리 화친합시다. 응?"
조조는 매우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바로 이 앞, 우리 앞에 있는 사수변에서 서로 피를 섞는 혈맹을 맺고, 결의 형제가 되도록 합시다. 어떻소. 응?"
그러자 수세에 몰린 여포는 갈등을 한다.
그러자 성루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진궁이,
"조맹덕! 아직 날 기억하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조조가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소리가 난 성루를 올려다 본다.
"어, 어! 공대 형 아닌가? 그동안 내가 보고싶어서 어떻게 지냈소? 그때 술 한잔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
그러자 진궁이 소리친다.
"술은 필요없고, 자, 이거나 받으시게!"
하면서 화살 한 대를 조조에게 쏘아 갈기는 것이었다.
"피융 ~..."
진궁이 쏜 화살은 조조가 타고 있는 말의 발 앞에 꼿혔다. 그러자 말이 놀라며 요동을 쳤다.
"워 ~워! ~..."
이번에는 진궁이 여포에게 소리쳤다.
"봉선! 어서 들어오시오. 어서!"
이렇게 사수변을 앞에 둔 두 사람의 대화는 진궁의 화살 한 대로, 끝나고 말았다.
조조는 군영으로 돌아와,
"괘씸하다, 괘씸해! 진궁이 화살만 쏘지 않았어도, 그 멍충이가 넘어왔을 텐데, 진궁이 훼방을 놓았구나. 내 이 자는?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그러자 조인이 말한다.
"주공, 여포가 버틴다면 강공으로 밀어 붙이시죠."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네는 하비성 성곽을 보지 못했나? 여포가 말 한 것 처럼 하비성은 난공불락이야. 강공을 하면 우리 피해가 막심할 것이야."
그러자 모사 곽가가,
"주공, 제게 비책이 있습니다."
하고 말 문을 열었다.
"뭔가?"
"사수를 이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조인이 곽가에게 물었다.
"성을 지키라고 있는 강을 어떻게 공격에 이용한단 말이오?"
그러자 조조가 손을 들어 조인의 말을 막고, 곽가를 가르키면서 계속 말할 것을 표시하였다.
그러면서,
"말 해 보게."
"하비성을 둘러싸고 있는 사수강이 여포에게 득이 된다면 실도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우기가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곽가는 손에 들고 있는 주먹돌 하나를 그들의 발 밑에 고인물에 <철썩> 던져 넣었다.
"음!.... 하늘이 돕는구나! "
조조는 모사 곽가의 말과 행동에서 그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벌써 알아차렸다.
한편, 하비성 안에서는 여포와 진궁이 한자리에서 조조군을 맞아 싸울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진궁이 말한다.
"조조군은 먼 길을 온 지라, 모두들 <지금쯤>은 지쳐있을 것이오. 두 달 이상만 우리가 버틴다면 철군할 수밖에 없지."
그러자 여포가 염려를 담아 묻는다.
"성을 공격하지는 않을까요?"
"물론 공격하려 할 것이오. 하지만 지금은 우기(雨期)라 움직이기 보다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이럽시다, 봉선!?조조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장군이 철기를 이끌고 성밖에 고지대에 진영을 구축하고 조조군이 성을 공격할 때에 그들의 뒤를 치고, 나는 성안에 남아 대항하면, 의각지세(倚角之勢)를 형성할 수가 있소. 그리고 만약 조조가 장군을 치면, 이번에는 내가 조조군의 후방을 치는거요. 그러면 조조는 앞뒤로 둘러싸여 낭패를 겪게 될 것이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생각이군요. 의각지세? 선생 말씀대로 합시다."
"좋소! 지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시행합시다."
진궁은 이렇게 말하며 군사들을 준비시키려고 밖으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