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들이 치킨을 사들고 왔다.
며칠 전에 전화 통화할 때 "드시고 싶은거 없어요?"
하고 묻길래 "이곳에는 치킨 전문점이 없어서 치킨
맛을 잊었다" 했드니일요일 오후에 어떤 남자가
야구모에 짙은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서 불쑥
"치킨이요" 하며 들어오길래 "우리 아들이 주문했어요?
치킨 전문점이 있어요?" 했드니 "오마니, 아들이야."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든 일이라 "치킨 갖다주러
서울서 여기까지 왔니?" 했드니 "드라이브 겸 겸사 겸사
얼굴 보고 가려고 왔댄다. 조금은, 사실은 많이 감격했다.
헛살은건 아닌것 같아서.
아들이 들어오며 왜 에어콘을 더 돌리지 그랬느냐고 해서
너무 차면 노인네 감기 들가봐, 감기만 들어도 노인이라서
실려갈가봐 겁나서 바깥 온도와 3도 정도만 차이나게 해
놓는다고 했드니 아들이 웃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다.
"Control Tower"는 정상 가동중이시네 한다. 무슨 말이야?
했드니 아직은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하고 배려하고 조절할
능력이 있으니까 삶을 잘 꾸리고 있으시다고 칭찬하는거라고
한다. 아, 그렇구나. 아직은 난 잘 살고 있는거구나 하면서
웃었다. 농담이라고 건네는 아들도 종종 혼자 있는 엄마가
신경 쓰이는가 보다. 아들의 삶 중에서 절반에만 내가 있고
절반에는 내가 없다.
대학 졸업식 다음 날 논산가고 카튜사로 근무하다 제대 후
일주일만에 미국 유학을 갖고 유학에서 돌아와 일주일만에
취업했고 취업과 동시에 유럽으로 발령 받아서 몇년 있다
돌아왔고 그래서 아들의 절반에만 내가 있다.
그래서 아들의 절반에만 내가 있다. 난 첫 취업부터 지금까지
아들의 연봉도 모르고 사는곳도 가지 않는다. 사회에 나오는
순간부터 아들의 삶에 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일 뿐이다.
아주 가끔 아들과 만난다. 전화 통화도 자주 하지만 주로
메일로 서로를 이야기 한다. 이 세상에서 아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마인 나일것이고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들일 것이다. 그냥
엄마와 아들이라서 보다는 같은 사고 방식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삶의 동반자 비슷할 것이다. 정말 괜찮은 책이
발견되면 2권을 사서 한권은 내게 택배로 보낸다. 그리고
메일로 서로의 독후감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잘 지내니?" "응, 오마니는?" "나도" "됐네, 그럼" 그게
전부다.
아들이 이야기하는 Control Tower"가 되도록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해서 기름칠을 잘해야 할 것이다. 늙은이
기름칠이라고 해봐야 망녕되이 생각안하고 망녕되이 욕심
부리지 않도록 자신을 잘 붙잡고 있게끔 부지런히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노력을 끝없이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연세(?)가 있어서 그게 쉽지가 않게 되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에어콘 온도를 조절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