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청 정류장에서 히터 고장으로 난방이 전혀 안 되는 버스를 내려 몸을 조이는 추위를 느끼며 도로를 걸어가다 급히 편의점으로 들어가 손난로를 사서 저리고 통증까지 밀려오는 손가락들을 애써 부비며 반월성지로 들어가니 충혼탑과 이런저런 기념 시설들이 도처에 널려있어 놀라게 된다.
왕방산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는 반월성터들을 지나고 조금씩 풀려오는 몸에 안도를 하며 청성산(x285.1m)을 넘어서 멀리 천주산을 바라보며 방향을 잡아 205.1봉을 넘고 둘레 길을 건너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고 내려가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건너서 포천힐스 골프장 옆으로 들어간다.
철망들을 따라 적막한 숲에서 썩어가는 벤치와 체육 시설들을 보며 가파르게 329.2봉으로 올라 서낭당 고개를 건너고 작두리 쪽에서 이어지는 능선과 만나면 산 약초 재배지의 지저분한 비닐 끈들이 나타나 비로소 예전에 올라왔던 길임을 알아차린다.
높게 솟은 수원산을 바라보며 벌목 지대를 지나 양지 바른 능선 갈림길에서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여 차가운 몸을 진정 시키고 한 시간도 넘게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조금씩 파고드는 추위를 느끼며 일어난다.
예전에 반대로 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완만하고 호젓한 산길 따라 자주봉 갈림길에서 주능선을 버리고 서쪽으로 꺾어 밧줄들이 걸려있는 암 능지대로 내려가니 역시 포전 시가지 쪽으로 조망이 트이고 뾰족 솟은 자주봉이 앞에 모습을 보인다.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들을 따라 공터에 지적삼각점이 놓여있는 자주봉(x314.3m)으로 올라가 의외로 많은 쓰레기와 인적에 놀라며 막걸리로 몸을 축이고 흉측한 채석장을 가깝게 바라보며 뚜렷한 산길 따라 마을로 내려간다.
계곡을 건너서 기지리 마을을 지나 이곳이 고향인 토요일님 선친의 묘지를 방문하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바로 봉화산(x224.58m)으로 올라가면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쌓여있고 뚜렷한 둘레길이 나타나며 작은 봉수대 안내문이 서 있다.
서낭당이 있고 이런저런 안내문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덕고개를 건너고 밧줄들이 걸려있는 암 능 지대들을 지나 가파르게 통신 시설물이 서 있는 천주산(423.4m)으로 올라가니 전에 없던 날렵한 정자와 정상석이 반겨주고 낡은 삼각점이 놓여있다.
정자에 올라 거센 바람을 맞으며 운악산에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한북정맥의 능선과 명지산 너머로 화악산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만세교 쪽으로 내려가다 밧줄이 달린, 아트벨리쪽 계곡 길로 떨어지다가 홀로 돌아와 된봉 능선으로 들어가면 잡목들만 무성하고 길이 없어 헷갈린다.
지피에스에 나타나는 어지러운 계곡 길을 찾아가다가 왼쪽 능선으로 붙어 아트벨리 건물들을 보며 두루뭉술한 둔덕에 표지기 몇 개만이 걸려있는 된봉(x301.1m)으로 올라가 절벽 같은 절개 지들을 피해 건물을 왼쪽으로 크게 돌아 유원지로 내려간다.
가족과 연인들과 함께 놀러 나온 수많은 관람객들과 지나치며 정문으로 내려가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도로로 내려가 있다는 일행들과 통화를 하고는 30 여분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서 43번 국도로 나간다.
술김에 꼬박꼬박 졸며 자주 있는 시내버스로 의정부로 나와 옛 추억이 서려있는 중앙로의 한 횟집에서 코로나를 걱정하며 잠깐 대방어로 뒤풀이를 하고는 얼큰하게 취해 돌아온다.
첫댓글 방장님 덕분에 고향 산길 잘다녀왔습니다.
자주봉도 밟고 수확이 짭짤했네요.ㅎㅎ
의정부에서 방어회도 잘 묵었습니다. ^^
아버님 묘자리가 명당이더군요...
천주산 정상석이 멋지네요~ 기억도 안나지만 ㅎ 대방어 올핸 구경도 몬했으니 ㅠㅠ
전에는 정상석도 정자도 다 없었지요. 나이 먹으면서 모든 게 다 변합니다.ㅠㅠㅠ
저도 다녀온 길 축하 드립니다. 09시간 이상 ㅎㅎㅎㅎ
오랜만에 갔더니 많이 변했어요....
무지 추운 날 무지 좋은 산행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이 먹으면 이젠 조금씩 욕심을 줄이는게 ... ㅎㅎㅎ
그럼요. 거리도 욕심도 줄여야지요.
@킬문 말로만~ㅋ
포천의 산들 다 접수하시지 못했나봐요.포천 버스, 서울버스하곤 좀 다르죠 ㅎ
포천 쪽은 거의 다 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