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 평양면옥, 필동면옥, 을지면옥, 만두집, 목로집] 북한 음식 이야기
북한 음식을 만나다근래 누구나 느끼지만, 북한이 참 심상찮다.연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더러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도 나온다.
참 이해하기 힘든 왕국이다.
하지만, 어려운 정치 이야기는 접고...음식으로 북한은,
겨울 음식이 강하다.
남쪽보다는 춥고,
아무래도 겨울이 길다.
몸을 덥히는 음식이 많고,
심지어는 냉면도 남에서는 여름 음식이지만,
원래 북에서는 겨울 음식이었다.
게다가 북한음식은 서울 음식보다는 퍽 푸짐하다. 평양을 중심으로 오래된 도시,
부유한 지역이어서 음식 문화도 상당히 발달했다. 이번 겨울에는 북한 음식들을 만나보자.
남쪽에서 가장 널리 만나는 북한음식은 아무래도 냉면과 만두다.평양냉면은 냉면의 고유 명사가 되었고,
북한 함경도 지방에서 먹던 ‘농마국수’는 남에서 ‘함흥냉면’으로 자리 잡았다.
‘농마’는 ‘녹말’의 함경도 사투리고,
‘농마국수’는 ‘녹말국수’다.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고,
농마국수만 있었다.
그게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어물쩍 ‘함흥냉면’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회냉면과 더불어 ‘세끼미’라는 특이한 음식도 만들었다.
물론 원형은 함경도 농마국수다.
역시 만두와 냉면이 대표적인 북한음식?왕만두도 물론 북한 음식이다.
한입은커녕 너댓 번은 베어 물어야 할 정도로
큰 왕만두는
이북 실향민들이 명절이면 꼭 챙기는 북한 향토음식이다.
난향이 먹어 본 만두소감으로황해도의 손만두는 두손을 포갠 듯하고,
원산의 왕만두는 너무 커서 냉면그릇에 한개만 넣어도 다 찬다.
평양의 왕만두도 크기는 한입에 베어물지 못한다.
평양냉면을 잘하는 집은 이제 몇몇 군데로 압축된다.옛날에는 많았지만,
강북 주교동의 ‘우래옥’ 본점과 대치동 분점, 장충동 ‘평양면옥’과 논현동 ‘평양면옥’,
경기도 분당의 ‘평양면옥’ 정도이고, 의정부에서 시작한 평양면옥이 ‘필동면옥’과 을지로 4가 ‘을지면옥’ 등으로 이어져오고 있다.물론 평양냉면은 이른바 ‘물냉면’이다.
평양, 평안도 출신 실향민들은 “고저 냉면 하면 평양냉면이지 뭔 냉면을 물냉면 비빔냉면으로 나눠?” 라고 한다.
평양냉면에 가위를 들이대는 것도 이분들은 못마땅해 한다.
평양냉면은 원래 메밀국수가 주재료이기 때문에 절대 면발이 질기지 않다.
입술로도 툭툭 끊어진다.
오장동에 흥남집이 함흥냉면, 회냉면으로 유명했는데....
안가본지가 여러해라....
예전에 매운 냉면을 먹으며 훌훌 불어 가며 마시던 뜨거운 육수가 그리워지니....
만두는 대부분의 냉면집에서 취급한다.
물론 속이 꽉 차있고, 맛있다.
원래 북한식 만두의 특징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김치 만두 종류는 보기 힘들다는 점.
물론 요즘은 북한식 만두를 하는 집에서도 김치만두를 내놓는다. 북한식 만두를 원하는 사람들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입구의 ‘만두집’ 이나
압구정 현대백화점 건너편 골목안의 ‘목로집’을 가봐도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냉면집들도 대체로 북한식인 만두, 왕만두를 내놓는다.
‘어북쟁반’이 아니라 ‘어복쟁반’평양냉면집 혹은 북한 음식 파는 집에 가면 ‘어복쟁반’을 눈여겨 볼 일이다.
편육이 곱게 들어가 있고, 각종 고명과 계란지단, 길게 썬 파, 각종 야채들과 국수류
그리고 특이하게도 배를 넓적하게 썰어 넣는다.
물론 육수도 그득하게 부어준다. 평양의 상인들이 까다로운 거래를 할 때 먹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솥의 밥을 먹듯이, 추운 북녘의 날씨에 따뜻한 어복쟁반을 앞에 놓고
예민한 상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음식이다.
시청뒤 코오롱빌딩 앞 곰국시집 뒷골목안에 오래되고 유명한 집이 있다.올해 새로 문을 연 ‘평래옥’이나 몇몇 냉면집,
북한음식점에서 만날 수 있다.
조랭이떡국, 북한식인가, 서울식인가?흔히 북한 음식을 이야기하면 개성 음식을 이야기한다.
지금으로서는 개성이 북쪽에 속해 있으니, 당연히 북한 음식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성은 북한보다는 서울, 한양과 가까웠다.
물론 음식도 푸짐한 북한식이라기보다는 정갈한 중부식 음식이었다. 인사동의 ‘개성만두 궁’에서 만나는 ‘조랭이떡국’도 개성식이다.
지금으로서는 북한 음식인 셈이다.
조랭이떡국은 마치 땅콩 같이 중간을 잘록하게 쥐어놓은 작은 생알이다.
남녘의 생알들이 동그란 반면, 개성 조랭이떡국은 중간이 목을 눌러 놓은 것 같이 잘록하다.
이 부분이 바로 고려 왕조 5백년의 중심지였던 개성 사람들이
조선의 건국자 태조 이성계의 목을 누르고 싶은 심정을 담았다는 전설을 낳게 했다. 인사동 ‘개성만두 궁’에서는 조랭이떡국을, 삼청동 ‘다락정’에서는 또 다른 개성음식인 만두전골을 만날 수 있다. 얼마전 목동의 행복한 세상의 조랭이 떡국집을 간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먹어본 맛이 그대로 베어나와, 지금은 작고하신 개성분이 새삼 그리워지더구먼......
순대, 가자미식해, 가릿국밥은 북한, 함경도 음식이다.함경도는 북한에서도 평안도에 비해서 참 척박한 곳이다.
하여, 이곳의 음식은 푸짐함을 내세운다. ‘오징어순대’는 함경도 음식 중에서도 으뜸이다.
원래 순대가 몽골의 음식이었고, 몽골에서 한반도로 전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한반도의 우리 선조들은 몽골의 순대를 ‘오징어순대’, ‘명태순대’로 발전시켰다. 역삼동 ‘아범순대’는 대를 이어 오면서, 오징어순대, 명태순대 그리고 막창순대 등을 수제로 만들어오고 있는 집이다.이집에서는 좁쌀로 제대로 삭힌 ‘가자미식해’도 먹을 수 있다.
가자미식해는 겨울음식이다.
여름철 날이 뜨겁고 무가 맛이 나지 않을 때는 가자미식해가 너무 삭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때도 있다.
속초로, 주문진으로 겨울기행때면 들리던 함경도 식당에서
맛보던 그 오징어순대, 명태순대가 올해도 여전한지 궁금하다......
테헤란로 포스코 옆 골목의 ‘반룡산’은 이제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가릿국밥’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만둣국도 제공하고, 다른 함경도 음식도 있지만, 이집의 가릿국밥은 특이하다.
‘가리’는 갈비의 함경도 방언이다.
즉, 갈비국밥이다.우선 고기 건더기와 밥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고추 양념 등을 넣고 얼큰하게 소주를 먹는 식이다.
난향이 대학시절 친구집에 들리면 걸걸한 목소리에 손이 크셔서,
여럿이 먹어도 남을 국밥을 만들어 주시던,
친구 모친이 생각난다. 드믈게 예편하신 여군 고급장교이셨다.....
친구 모친께서 손수해 주시던 함흥식 육개장이 가릿국밥인줄 나중에 알았다.
추위를 이기는 아주 괜찮은 음식이다.
물론 함경도 전래의 향토음식이다.
슬슬 추워지는 계절이 다가온다.
뜨끈한 북녘의 음식으로 추위를 이기시기를........
한국에 들어 가시면 순수한 우리 옛 정취와
잊혀져 가는 음식으로 향수를 달래 보시기를 권해 봅니다.
난향
출처: 내사랑 코타키나발루 원문보기 글쓴이: 蘭香(난일심평상심)
첫댓글 어복쟁반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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