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수록된 일곱 개의 이야기는 전철, 특히 사람들로 빽빽한 막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9회 에키나카 서점 대상 1위․아마존 미스터리 서스펜스 부문 1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똑같은 규칙을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낯선 타인과의 밀착도 용인되는 만원 전철. 그 안에서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이상한 행위(?)와 관찰 대상들이 갑작스런 운행 정지에 맞닥뜨리면서 한 여성의 흥미로운 상상으로 이어지고, 점점 더 노골적이고 대담해지는 남자의 손길. 하지만 곧 전철 운행이 재개되어 플랫폼에 도착하고 뒤따라 내린 치한에게 던진 한마디, 그리고 어딘가로 황급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여성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반전의 재미와 따뜻한 배려에서 비롯된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다.
▸납기 마감을 2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 팀원 모두 지쳐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내려진 1일 휴가 명령. 그 휴일을 앞두고 브레이크 포인트에 도달한 뒤의 늦은 퇴근길, 우연히 들른 복싱 체육관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티면 반드시 공이 울린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이제껏 불안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운동밖에 모르는 경륜선수인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여자.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뒤 전철에 오른 그녀는 이미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 편지를 보낸 뒤다. 그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 둘이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한다. 여자는 지금 행복한 시간의 미래가, 그동안 지극히 자연스러웠던 소중한 존재가 눈앞에서 망가져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가 두렵다.
▸이발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아버지와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어머니, 그리고 이용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된 아들. 암으로 입원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문자를 받은 아들은 곧장 병원으로 향하지만 인사사고로 전철이 급정차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이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짧은 원망과 회한에 휩싸였던 아들은 병원에 도착한 뒤 임종 직전인 아버지에게 이발가위를 쥐어주고…….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불화와 어머니의 가출, 그리고 방황하면서 보낸 소년 시절. 이후 찾아온 우울증과 좌절감. 전철역에서 투신자살한 아버지와 동료의 죽음을 겪은 그는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서, 웃는 얼굴을 보는 게 좋아서 여장 콩트 작가로 살아간다. 막차마저 끊긴 고가 밑에서 만난 젊은 연인이 들려주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다.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빨간 물감이 없어서 충동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그은, 인간 혐오증 성향의 여고생. 그런데 자살 시도를 했다는 오해를 받자 등교하지 않는, 평소에 그녀를 괴롭혔던 남학생이 무척이나 걱정된다. 결국 남학생의 집까지 찾아가보기로 한 그녀는 선로로 뛰어들려는 남학생을 목격하고 달려가는데…….
▸33년간 한 남자를 찾아다녔다. 플랫폼에서 선로로 떨어졌을 때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만나기 위해서 그 역 매점에서 일한 지도 25년. 그녀가 생명의 은인에 대해 알고 있는 단서라곤 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오후 무렵 석간을 진열하러 나온 그녀의 눈에 띈 그 사람은…….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이영미, 반양장본, 320쪽, 127*188mm, 14,000원, 소소의책, 원제 終電の神樣(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