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친구들

물따라 나도 가면서....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 본다 건듯건듯 동풍이 불어 새봄을 맞이 했으니 졸졸졸 시내로 흘러 조약돌을 적시고 겨운 낀 개구쟁이의 발째를 벗기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오뉴월 뙤약볕에 가뭄의 농부를 만났으니 돌돌돌 도랑으로 흘러 농부의 애간장을 녹이고 타는 들녁 벼포기를 저시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동산에 반달이 떳으니 낼 모레가 추석이라 넘실넘실 개여울로 흘러 달빛을 머금고 물레방아를 돌려 떡방아를 찧으러 가지 흫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봄 따라 여름 가고 가을도 깊었으니 나도 이제 깊은 강 잔잔하게 흘러 어디 따뜻한 포구로 겨울잠을 자러 가지. 김남주님--사랑의 무기(창작과 비평사) -- 물 따라 나도 가면서-- ================================================= 보리님의 올린글 잘 읽었읍니다 각 정상들의 회담이 있고 몇 안되는 이산 가족들이 만나는 이 시점에서 김남주님의 그 때의 시가 어떻게 다들 다가오지?...... 큰 희망을 가져 봅니다. ******************************************************* :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창비시선) : : : 시인 : : : : 세상이 몽둥이로 다스려질 때 : 시인은 행복하다 : : 세상이 법으로 다스려질 때 : 시인은 그래도 행복하다 : : 세상이 법 없이도 다스려질 때 : 시인은 필요없다 : : 법이 없으면 시도 없다 : : ********************************* : : <1990. 10. 29.> : : 이제까지 내가 쓴 시 참 보잘것없다. : : 내 나이 마흔다섯, 이제 시작이다. : : 내년부터는 생활 속으로 들어가자. 거기 가서 끝간데 : : 까지 사랑하고 증오하자. 중용은 시가 아니다. 그것은 : : 성자들이나 할 일이다. : : 시인은 성자가 아니다. 혁명하는 사람 그가 시인이다. : : : <1993. 12. 1 밤 12시 무렵 > : : 진리는 단순하다. 이 단순에 도달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 : 면 복잡하다. 나는 오늘밤 진리에 도달했다. 내 병은 내 : : 가 고친다는, 내 병의 근원은 내 몸속에서 독기를, 노폐 : : 물을 빼내는 데 있다는 것을, 아, 자신을 갖자, 기쁘다! : : : : 고통에는 끝이 있다. 이 통증을 이기자. 고환을 돌 위 : : 에다 놓고 망치로 깨버리고 싶은 이 고통의 극한이여! : : : : 1993. 12. 4. 새벽 4시 30분> : : 어머니 아버지 노동으로 먹고 자라고 학교도 다녔다. : : 광주에서 학교 다닐 때는 친구나 선배의 집에서 먹고 : : 자고 했다. : : 감옥에 다녀와서는 글 몇자 쓰고 1만원도 받고 5만원도 : : 받고 말 몇마디 하고 3만원도 받고 30만원도 받고 하면서 : : 식구들 먹여 살렸다. : : : : 나는 이날 이때까지 다른 사람의 신세만 지고 산 셈이 : : 다. 아주 쉽게, 노동의 고역도 없이. : : 앞으로 내가 건강을 되찾는다면, 그리하여 내 손으로 : : 노동의 연장을 들고 논과 밭에 설 수 있다면 열심히 일해 : : 서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받아먹고만 사는 : : 그런 사람이 아니라 베풀면서 사는 그런 사람이. : : : : 기압의 영향 때문인가? 꼭 밤이면 등의 통증이 오기 : : 시작해서 날이 샐 때까지 이어진다. 밤이 무섭다. : : : : 박철 시인이 새벽 3시에 집에 왔다. 술에 취해 있었다. : : 울면서 갔다. 그 눈물을 내 손으로 닦으면서. 그도 한때 : :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경우가 있었으니 동병상련인가? : : 사람은 같은 처지를 당해봐야 상대를 가장 잘 이해한다 : : ******************************************** : : : : 5.18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1980년 광주교도소에서 우유 : : 곽에서 은박지를 발견하던 순간의 희열, : : 못도막을 갈고 갈아 펜으로 삼아 은박지에 꼭꼭 눌러 광주 : : 의 흘린 피를 새겨놓은 시편들…… 감시의 : : 눈초리가 사방팔방에서 번득이던 감옥 안에서 곱아드는 손 : : 을 녹이며 시를 새벼가나던 그의 모습…… : : 그래도 시인인 그는 그 시절이 시인으로서 가장 행복했 : : 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 : : 그의 시 한줄 한줄은 명줄 한올 한올과 맞바꾼 것들이었 : : 다. 시편들을 새겨나가는 쓰라린 희열이 그 : : 의 몸을 들뜨게 할 적마다 육신 한복판에 조금씩 조금씩 자 : : 라나고 있던 암세포들, 그래도 시인인 그는 : : 그때가 가장 행복했노라고,피가 졸아드는 두려움으로 시를 : : 새기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한다. : : ******************************************* : : : : 그의 생은 자기보다 무거운 역사의 짐을 지고 노을진 : : 산비탈길을 올라야 하는 남루한 등짐장수와 같은 것 : : 그러나 그의 시는 저 깊은 생의 밑바닥을 치며 올라오 : : 는 고요한 저녁 놋종 소리와 : : 푸른 밀물 같은 것 : : : ―이시영, 「시인 나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