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오가 (1)
秦地羅敷女 진(秦) 땅의 나부(羅敷) 아씨
採桑綠水邊 푸른 물가에서 뽕을 딴다네.
素手靑條上 하얀 손 짙푸른 가지에 얹고서
紅妝白日鮮 붉은 단장 햇살에 곱기도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 배고파서 저는 가야 해요.
五馬莫留連 오마(五馬) 탄 높으신 분, 기웃거리지 말아요.
해제
본래 진대(晉代)에 오(吳) 땅에 살던 자야(子夜)라는 여인이 임을 그리며 만들었다는 애절한 노래인 〈자야가(子夜歌)〉가 남조시대에 크게 유행하면서,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 〈대자야가(大子夜歌)〉, 〈자야경가(子夜警歌)〉, 〈자야변가(子夜變歌)〉 같은 여러 변주곡들이 생겨났다. 이백은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본래 5언 4구의 절구(絶句) 형식은 6구 형식으로 바꾸면서도, 사시가(四時歌)로서의 성격은 유지하여 각각 춘하추동의 정경을 담았다. 청상곡사(淸商曲辭) 중의 하나이다.
해설
고운 아씨 나부(羅敷)가 헌헌장부 제 낭군을 자랑하며 지체 높은 관리의 유혹을 거절한다는 한(漢) 악부 〈맥상상(陌上桑)〉의 내용을 축약시킨 작품이다. 녹색, 흰색, 푸른색, 붉은 색, 그리고 눈부신 햇빛 등 갖가지 고운 색깔을 풀어 아가씨의 아름다움을 채색하고, 천진스럽고 단호한 거절의 말을 덧붙여 정결한 마음씨를 강조하였다.
자야오가 (2)
鏡湖三百里 경호(鏡湖) 삼백 리에
菡萏發荷花 아리따운 연꽃이 벙긋 피었네.
五月西施採 오월에 서시(西施)가 연꽃을 따자 하니
人看隘若耶 구경 온 사람들이 약야계(若耶溪)를 메웠네.
回舟不待月 달이 뜨기 전에 배를 돌리어
歸去越王家 월왕(越王)의 궁궐로 돌아가 버리네.
해설
회화성이 강한 이백의 악부 중에는, 꽃과 미인이 한 폭의 그림 속에 함께 담겨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꽃이 만발한 가운데 서시가 꽃을 따는 정경을 묘사한 이 작품을 비롯하여, 천하절색 양귀비 옆에 모란이 웃고 있는 〈청평조사〉나, 분단장이 한창인 왕후의 방문 앞에 갓 붉은 꽃이 피어 있는 〈양춘가〉도 그러하다. 활달한 동작도 없고 말도 없다. 단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우아하고 꽃다운 자태만이 있을 뿐이다.
자야오가 (3)
長安一片月 장안(長安)엔 조각달 하나
萬戶擣衣聲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秋風吹不盡 가을바람 한없이 불어올 제면
總是玉關情 하나같이 옥관(玉關)을 그리는 마음 뿐.
何日平胡虜 어느 날에나 오랑캐 무찌르고서
良人罷遠征 고운 님 먼 출정을 마치려는고.
해설
조각달이 뜬 장안의 가을 밤, 다듬이질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온다. 겨울이 다가오니 멀리 추운 곳에서 수자리 사는 낭군의 솜옷을 마련하는 아낙네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낭군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이야 또 오죽하랴. 마지막 두 구절은 염려 섞인 이백의 말소리 같기도 하고, 간곡한 바람이 담긴 아낙의 혼잣말 같기도 하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이는 장안의 밤 풍경을 시원스럽게 그려낸 제1, 2구, 그리고 가을바람에 여울지는 뭇 여인네들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제3, 4구는 예로부터 천하의 명구로 회자되어 왔다.
자야오가 (4)
明朝驛使發 내일 아침 역졸이 길 떠난다고
一夜絮征袍 한밤을 꼬박 새워 수자리 옷에 솜을 두네.
素手抽針冷 흰 손으로 뽑는 바늘 싸늘도 한데
那堪把剪刀 차디찬 가위일랑 또 어이 잡으리.
裁縫寄遠道 옷을 지어서 먼 길에 부치나니
幾日到臨洮 어느 날에나 임조(臨洮)에 가 닿으려는지.
해설
남조(南朝) 때 배타고 떠난 임을 그리던 노래였던 남방의 노래 〈자야가(子夜歌)〉가, 이제는 북방에서 수자리 하는 병사를 위한 솜옷을 지으며 부르는 내용으로 바뀌었으니, 노래란 실로 당대의 대중 정서를 반영하며 변화해 나아가게 마련인가 보다.
당대(唐代)의 민요 〈장두화(牆頭花)〉에 "임을 위해 춤옷을 마르나니, 날씨 차가워 가위도 싸늘하다.[爲君裁舞衣, 天寒剪刀冷.]"라는 구절이 보이며, 시인 최국보(崔國甫; 741전후)의 〈자야동가(子夜冬歌)〉에도 "밤 깊어지자 등불 심지 자주 돋우는데, 서리 차가워 가위도 싸늘하다.[夜久頻挑燈, 霜寒剪刀冷.]"라는 표현이 있다. 이 셋 중에 어느 것이 가장 먼저 나왔는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자야가〉가 오래된 민요이고 이백이 민요 가사를 부지불식간에 수용했다는 악부 〈장상사(長想思)2〉에 얽힌 뒷이야기도 있지만, 당대 여러 유행가에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사용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겨울철 불도 변변치 않은 방에서 '바늘이나 가위가 얼마나 차가울까'란 표현은 여염집 아낙보다도 남성 시인들의 감각을 더 반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첫댓글 古典의 香氣에
흠뻑 취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