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출장이 있는 날이면 나는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승용차를 갖고 가기엔 나의 목적지인 아침길 마산 창원 접경지는 적당치 않다는 판단아래
새벽버스를 타려니 자연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다가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반...다시 눈을 감았으나 긴장한 탓에 깊은 잠을 못자고 날을 새우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5시 경 그냥 일어나 숙면을 취하지 못한 피곤함에 비틀거리면서 겨우 밥을 한 숟갈 먹고 터미날까지 걸어가리라...하지만 언제나 굼벵이처럼 굼뜬 행동에 금방 시간이 지나서 여섯시 30분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열쇠를 들고 차를 몰아 주차장을 향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은 채 하루종일 나가 있는 건 내 체질이 아니지만 늦으니 하는 수 없다.
주차장 입구에 급히 세워놓고 창원가는 버스에 올랐다.
8시 반까지 팔룡중학교에 도착하라는 도교육청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하는 나의 조바심을 알 리 없는 기사님은 오늘따라 왜이리 더디게 가는 것인고?
곤양에 들어가 어정거리는 것도 마음이 쓰였는데 매표소를 지나고 차가 밀려 속력을 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데 일차선에서 스타렉스가 버스를 막아서서 앞에 차가 없을 때도 느림보 걸음을 한다. 참다 못한 버스 기사가 빵빵거린다. 들은 척도 안하고 계속 거북이 행세를 한다.
우리 버스가 다시 2차선을 택한다. 그러니 다시 2차선으로 들어서서 어정거린다.
우리 버스가 1차선을 택하니 다시 그 앞에서 어정거린다.
다시 2차선을 택한 그 승용차는 우리 버스를 가로 막는다. 두 차가 동시에 노견에 세워진다.
앞차 기사가 욕설을 퍼부으면서 버스에 오른다. 삿대질을 하면서
앞차 기사는 "이놈아, 왜 차를 쫓노? 쫓기를...????"
순간, 나는 저 사람이 흉기를 들고 있을 것 같은 불길함이 서려 몸서리가 쳐지면서 내 갈길이 어둠을 느꼈다.
세사람이 엉겨 붙었다.
약속시간에 도착하기엔 안그래도 빠듯한 시각이었는데 여기서 다 벌어먹어버리면...
의외의 복병의 난동은 나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였다.
차를 갖고 오지 못함이 백번 후회되면서 터미날에 세워 놓은 차생각에 눈물이 찔끔거린다.
나는 이판사판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조금 우스꽝스러웠지만
"공용버스를 이렇게 가로막는 무례가 어디 있습니까? 기사님 빨리 갑시다. 나는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 기사님이
"아, 아, 제 16지구대 나오라...지금..."
무슨 소린지 모를 무전을 친다.
그리고 슬슬 차를 움직인다.
자신의 승용차와 멀어지는 것을 본 그 항의자는 금세 새파래지면서 기가 죽어 그래도 오기는 버리지 않고
"나 출근해야 하니 빨리 차 세워!"
진작 그럴 일이지..
참 별일도 다 보았다.
그런데 우리 버스 운전기사와 기사의 친구인듯한 사람, 나 ..이렇게 세사람만 법석을 떨고 나머지 승객들은 조용히 관망하고 있음...이것이 현명함이고 세상을 사는 처세술이고...지혜롭게 사는 일인가?
정말 어쩌다가 이리 되었나? 내 일이 아니면 입닫고 있어라...???? 그것이 사는 길이다??
비애롭다.
일찌기 공자는 <혈기의 성냄은 있어서는 안되나 의기의 성냄은 없어서는 안된다> 했거늘...
이 바쁜 시간에 차를 세우는 불한당...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고속도로 상에서 차를 막아서는 괴한이 판치는 세상...
나의 눈엔 보이는 게 없었다.
펄펄 뛰면서
터미날까지 가지 말고 나를 창원입구 돌아가는 곳에서 내려달라고 운전사에게 재촉을 하였다.
교사 임용고사 2차 수업 실연을 심사하러 행보하는 것이었는데
평탄치 못한 출장길이라니...참 어이가 없다.
늦으면 정말 무슨 망신살이란 말인가?
정말 장난이 아닌 공인으로서 나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는 듯 하다.
운전사도
급한 나의 처지를 알아채었는지
마창접경 일차선에서 날 내려 놓으니 밀리는 차량을 헤치고 위험한 곡예를 하며 수십개의 차량 바퀴를 피해 요리조리 횡단하며 겨우 갓길로 들어서서 택시를 기다린다.
승용차만 즐비하고 그 많던 영업용 택시는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급한 마음을 달래느라 진땀을 뺀다.
요행히 나타나는 택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큰 제스츄어를 다하면서 잡아 끌어오듯이 해서 자리에 앉으니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도 잠시 신호에 밀리고 차에 밀려...택시는 8시 30분을 가리킨다.
내가 발을 구르니 기사는 3분 빠른 시계란다.
29분에 팔룡중학교 정문에 도착하니 또다시 진땀이 난다.
미친 듯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으니 동기 설교감이 반갑게 맞이한다.
저도 이제 오는 모양...안도하면서 또 진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심사위원 대기실로 들어가니 모두들 눈이 동그래지면서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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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돌아온
지금도
그 불한당이 생각나 섬찟해지면서
가슴이 떨린다.
이리 무서운 세상을 어이 살꺼나!
첫댓글 이 바쁜 시간에 차를 세우는 불한당들이 요즘 왜 이리 많아지는 가요? 그런 사람들 퇴치하는 좋은 방안은 없는가요? 문제는 시민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양식들이 없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지요.
지금도 그 서슬시퍼런 그 남정네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몸서리가 칩니다.
아슬아슬했을 상황이 눈에보입니다 ㅎㅎ 지금은 지난얘기로하지만, 얼마나 당황하셨을지... 샘... 질문요~~~ <택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큰 제스츄어를 다하면서...> ... 혹시 치마를 올리신건 아니겠지욤? ㅋㅋ
그래...정곡을 니가 찌르니 유구무언이라...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는 세상이 작금이지요. 참으로 무서운 세상입니다. 남자들인 우리도 가끔은 황당하게 당할때가 있지요.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고......
글쎄말입니다. 내가 공용차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그 스타렉스 기사를 힐난할 때는 솔직히 엄청 무서웠습니다. 그 남정네는 금방 살인이라도 할듯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거든요..차를 몰고 다녀도 문제고 대중버스를 이용해도 문제고...어찌 살란 말인가요?
나쁜 놈 몇몇 빼고 나면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곳이기에 살아 볼만 하다고 생각 하렵니다.
그래요..그렇게 생각하면서 눈 질끈 감고 살랍니다.
무조건 내 생각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잘못된 사고를 가진자가 아직은 참 많습니다..무사히 일 마쳐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고맙습니다. 정말 다시는 그런 상황이 안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영화같은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