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에 1차 서류면접을 넣고 컴퓨터 수리점을 정리했습니다. 마침 경남 진주의 지인으로부터 PC방을 창업하는데 조립PC 30대와 인터넷 장비들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근 한 달간 진주에 머물며 관리프로그램까지 설치해주고 관리방법 등을 소상히 알려주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1차 서류면접을 통과해 2차 기술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1차 서류면접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위주였습니다. 저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PPT로 만들어 저를 표현했습니다. 플로차트 형식으로 29살까지의 제 삶을 표현했지요. 그게 주효했던 것 같았습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이런 형식의 자기소개서는 처음 본다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2차 면접은 저녁 9시 넘어서 담당 면접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1:1면접이었는데 다음날 10시에 면접을 볼 예정인데 아침까지 면접에 필요한 기획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저는 온라인바둑에서 제가 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들을 PPT로 만들어 새벽 무렵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외수 선생님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공지사항을 보니 송년회를 한다는 공지가 떠 있었습니다. 홈식구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 NHN 2차 면접을 면접관과 호쾌하게 웃으면서 본 다음, 주말에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었지만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환대를 해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영선 사범님, 도신스님과 막역한 사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외수 선생님과 바둑을 두었습니다. 故전영선 사범님께서 주고 갔다는 바둑판으로 바둑을 두었지요. 바둑판 한 쪽에는 전 사범님께서 친필로 쓰셨다는 ‘화중연화 *소식’의 화두가 쓰여 있었습니다.
원래 ‘화중연화 일소식’인데 무슨 까닭인지 ‘일’자는 쓰지 않으셨다고 이외수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바둑 한 판을 다 두고 나서 이외수 선생님께서 자주 와서 바둑을 지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기뻤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선생님의 책을 좋아했던 제가 선생님을 뵌 것도 영광이었는데 저더러 자주 와서 바둑을 두어달라고 하시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NHN에 합격한 것보다 더 좋았지요. 하지만 기쁨이나 슬픔을 얼굴로나 몸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드러내 놓고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NHN으로부터 2차 면접합격 메일을 받았습니다. 제 아이디어들이 받아들여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면접에 제출한 아이디어 기획서는 소소한 아이디어들이었고 입사에 성공하면 다른 기획을 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을 2차 면접에서 미리 밝히긴 아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온라인 바둑사이트들이나 보드게임 사이트에서 그러한 생각을 못하다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계속)
첫댓글 ^^
이제는 익숙하게 표현을 하시나요?
아니시라면 지금부터라도 연습,훈련,노력을....
이모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