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스포츠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러시아의 국제 무대 복귀를 주장하면서다.
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인판티노 FIFA회장이 스카이뉴스와의 회견에서 러시아 축구의 국제무대 복귀를 주장했다/스카이뉴스 웹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2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정치 지도자의 행동 때문에 축구를 하는 것(축구 대회 참가)이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며 "이같은 조항을 FIFA 정관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의 축구 대회 출전 금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했고, 오히려 더 많은 좌절감과 증오만 만들어냈다"고도 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청소년팀부터 러시아의 국제대회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며 "러시아의 소년·소녀들이 유럽의 축구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 개시 직후 러시아 축구 대표팀과 클럽의 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는 그해 카타르에서 개최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까운 체육계 인사이자 푸틴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1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첫 FIFA 평화상을 수여하면서 FIFA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을 해결하고 수천 명의 생명을 살려내 FIFA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의 FIFA본부/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 2023년, 러시아 축구의 국제 무대 복귀를 주장하면서 "러시아 대표팀이 다음(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제기됐으나, 러시아는 유럽축구연맹(UEFA)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결국 올여름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릴 북중미 월드컵의 예선 경기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더욱이 겨울스포츠의 강국인 러시아는 6일 개막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개인중립선수 자격으로 달랑 13명만 출전한다.
인판티노 회장의 복귀 발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3일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최소한이라도 시작되었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라며 "이제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환영했다. 또 "스포츠, 특히 올림픽과 축구를 정치화할 필요는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에 크게 반발했다.
안드레이(안드리)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인판티노 회장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로 부르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는데, 제재 해제를 제안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우크라이나 소녀·소년 679명은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다. 러시아가 그들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사진출처:x@andrii_sybiha
마트비 비드니 우크라이나 체육장관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이 "무책임하고 유치하다"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65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선수와 지도자가 죽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썼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비판하고 기억하자는 취지로 개설된 웹사이트 '미로트보레츠'(Миротворец, 평화주의자라는 뜻)는 인판티노 회장을 명단에 올렸다. 인판티노 회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적 침략 행위와 정보 및 선전 선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다.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뜻이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2014년에 개설된 이 사이트는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러시아측 인사)을 선정, 명단에 올리고 그들의 정보를 공개해 왔다. 유엔 감시단은 2019년 가을, 이 사이트가 (러시아 지지) 인물들의 정보를 올리면서 '테러리스트, 분리주의자, 반역자'로 분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뿐이라며 사이트 폐쇄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사이트 '미로트보레츠'는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 개시 이후 더 활발하게 러시아 측 지지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비판해왔다.
러시아측 지지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미로트보레츠'/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한편,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조정원)은 지난달(1월) 31일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에서 열린 임시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허용하기로 했다.
WT는 "그동안 개인중립선수 자격으로 출전하던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은 태권도 국제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다만 러시아 내 국제 대회 개최 금지와 러시아 및 벨라루스의 정부 관계자 인증 발급 제한 등의 제재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소속 청소년 선수들이 다카르 유스하계올림픽에 자국 국적을 인정받으며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조치다.
WT는 2022년 IOC 등 세계 스포츠계와 보조를 맞춰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선수들이 연맹 주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했다.
조정원 WT 총재가 토마스 시톨레 전 IOC 위원을 부총재로 임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출처: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WT 총재는 이번 집행위원회에서 짐바브웨 출신 토마스 시톨레 전 IOC 국제협력·개발국장 겸 전 IOC 위원을 WT 부총재로 임명했다. 조 총재는 또 “태권도박애재단(THF) 창립 10주년을 맞아 오는 4월 요르단에서 개최 예정인 ‘호프 앤 드림스 스포츠 페스티벌’에 올림픽난민재단(ORF)이 공식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IOC가 2017년 설립한 ORF는 토마스 바흐 전 IOC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