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사명과 역할
-내면의 조용한 혁명과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여정
우리가 시나 소설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주인공의 마음에 깊이 공감할 때, 우리의 내면에서는 조용한 의식의 혁명이 일어납니다. 문학은 도덕적 훈계나 당위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나와 타인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의 그늘과 아름다움을 스스로 깨닫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자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문학이 우리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게 하는 구체적인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도 모르게' 스며드는 변화 (감성의 스며듦)
논설문이나 설명문이 지식을 전달하고 이성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면, 문학은 가슴으로 스며드는 방식을 택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매력적인 서사와 서정적인 문장 속에서 우리의 시선과 가치관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책을 덮고 문득 창밖을 보았을 때, 어제와는 조금 달라진 세상과 마주하게 만드는 것—그것이 바로 문학이 부리는 마법이자 역할입니다.
2.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의식 (공감의 외연 확장)
인간은 문학을 통해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간접 체험하며 의식의 지평을 자연스럽게 확장합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향한 환대와 공감의 크기는 자연스레 커집니다. 이는 억지로 쥐어짜 낸 의무감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변화이기에 그 깊이와 울림이 다릅니다.
3.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나침반 (인간 존엄성의 회복)
문학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갈등이 전혀 없는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오히려 추하고 아픈 현실 속에서도 인간 존엄성의 불씨를 끊임없이 발견해 내는 세상, 그리하여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세상을 뜻합니다. 문학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궤도를 가리키는 고요한 나침반 역할을 수행합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문학은 얼어붙은 우리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카프카의 말처럼, 문학은 우리의 굳어진 편견과 타성을 깨부수고 그 자리에 더 아름다운 의식이 자라나게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필문학 역시 '우리도 모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간을 변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합니다.
4. 선지(先知)와 후각(後覺), 그리고 진정성의 글쓰기
문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걸 먼저 알고 입문하는 사람이 있고, 입문하고 나서 알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성격상 모르면서 아는 체하기 싫어하는지라 지독하게 이걸 알고자 하였고, 알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 글에는 나도 모르게 가르치는 투의 문장이 섞여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참마음으로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후학들에게 경계가 될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절대로 남과 비교하면서 자기 잘난 체하는 심보로는 글 쓰지 마세요." 자기 잘난 체와 자기성찰은 전혀 다릅니다.
제가 수필문학을 크게 깨우친 것은 "궁구"에 있습니다. 오직 "궁구" 끝에 초대 정혜옥 회장님 시절에 첫 문학기행지인 "단속사(斷俗寺) "를 다녀오고 크게 깨친 바가 있어 당시에 남긴 글이 <단속사 가는 길>과 <단속사를 다녀와서 1,2, 3, 4>입니다. 일반게시판에 올려 둘테니 문학을 궁구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영랑이 모란이 피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 때문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아름다운 시를 남겼듯이, 저 역시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만나는 기쁨 때문에 문학계에 남아 있습니다.